[진단] '이재용 구속' 삼성그룹,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M&A 등 멈춘 '뉴 삼성' 미래는?
상태바
[진단] '이재용 구속' 삼성그룹,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M&A 등 멈춘 '뉴 삼성' 미래는?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1.18 2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삼성, 3년만에 '총수공백' 사태 비상경영체제 돌입
- 대규모 M&A, 대규모 투자 등 미래 성장동력 멈춰
- 재계 충격…"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 악영향"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의 앞날은 안갯속에 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총수 부재'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올해부터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고 ‘뉴 삼성’에 박차를 가하려던 삼성의 계획은 급제동이 걸렸다. 오는 2030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은 물론 대형 인수합병(M&A) 등 미래사업전략도 무기 연기됐다. 

현장경영도 무기한 중단됐다. 이 부회장은 새해 벽두부터 평택과 수원 사업장을 직접 들러 반도체와 6GㆍAI 등 미래 먹거리를 챙기며 ‘광폭 행보’에 나선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수시로 챙기던 해외 현장경영도 멈췄다. 

삼성그룹은 비상경영체제에 따라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위기 극복에 나선다. 이는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삼성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다. 지난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이 부회장과 계열사 CEO들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나서는 시점에서 멈춘 셈이다. 

'뉴 삼성'의 한 축으로 움직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도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 회의에 자주 찾겠다고 했으나 기약이 없게 됐다.

과거 삼성의 경영 구조는 총수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계열사 전문경영인에 이르는 '삼각편대' 구조였다.

이후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미래전략실은 해체됐다. 신설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계열사 간 조율이 중요 사안을 지원했다.

이 부회장이 재구속되면서 삼성은 한동안 계열사별 각개전투 체제로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다만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가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지원TF는 대내외 부정적 시선도 있어 적극적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업지원 TF는 과거 미래전략실보다 역할 및 권한 등이 대폭 축소되긴 했으나 특검 등으로부터 사실상 미래전략실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

따라서 삼성은 총수 부재 속에 컨트롤타워도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룹 전반에 걸친 핵심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진 것이다. 

일상적인 경영은 CEO선에서 가능하지만, M&A 등 대규모 투자 결정은 결국 총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기 전까지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는 구속 후 중단됐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은 대형 M&A는 전혀 없는 상태다.

이건희 회장이 차명계좌 관련 특검 수사에 책임을 지고 2008년 4월에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도 위기 상황이 지속된 바 있다.

이 회장이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할 때까지 삼성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했지만 그 사이 미래 사업인 '5대 신수종 사업' 선정이 늦어지며 결과적으로 일부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부친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후 명실상부한 총수로서 '홀로서기'에 나서던 시점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삼성의 '사법 리스크' 위기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이외에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법적 공방이 '산 넘어 산' 형국이다.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삼성 핵심 경영진이 국정농단 사건에 더해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노조 와해 의혹 사건 등으로 수년간 수사·재판을 거듭하고 일부는 구속됐다. 

삼성은 코로나19,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겹쳐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힘든 상황인 가운데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치명상을 입게 됐다는 점이 뼈아프다. 

이날 선고에 앞서 재계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잇따라 제출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자 허탈한 모습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최고경영자의 부재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의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됨은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대외적인 이미지 및 실적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함께 상생하는 수많은 중견·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의 사활도 함께 걸려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삼성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고 이건희 회장은 검찰 수사와 기소는 당한 적이 있지만 구속은 없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두차례 구속이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 부회장은 법정 최후 진술에서 부친 영결식에서 나온 '승어부(아버지를 능가하다)'를 언급하며 "너무나도 존경하고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울먹이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뉴 삼성'의 미래로 나아갈 날이 언제 올 것인지 국민적 관심이 다시 커져가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