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링에서 너무 빨리 내려왔다.
상태바
안철수, 링에서 너무 빨리 내려왔다.
  • 정우택
  • 승인 2011.09.08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철수 교수가 정치권은 물론 나라 안을 벌컥 뒤집어 놓았다. 말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서울시장 출마여부를 고려하겠다고 한 게 정치권을 소용돌이치게 만들었다. 서울시장 얘기가 나온 지 5일 만에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해 또 한 번 정치권을 흔들었다.

처음에는 안 교수가 시장에 나올 경우 한나라당이고 민주당이고 대항마가 없다는 것으로 정치권을 흔들고 이번에는 시장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하자 그럼 내년 대선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해서 정치권이 요동쳤다.

안 교수는 일단 시장을 포기했다. 대선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아니면 아니다, 그러면 그렇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잘 생긴 얼굴에 미소만 짓고 있다. 웃는 얼굴 속에 어떤 생각이 잠재돼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은 그의 현재 인기를 생각해서 내년 대선에 나올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여러 가지 추측이 많지만 가장 핵심은 안 교수가 내년에 대통령에 도전할 것이냐의 문제다. 대통령에 나서지 않는다면 안 교수는 잠시 회오리바람을 일으킨 것뿐이다. 요란한 언론에 밀려 링에 올랐고, 스스로 링에서 내려왔다고 할 수 있다.

               정우택 편집국장
안 교수가 대선에 나설 경우 그의 파괴력이 미국 동부를 강타하는 시속 200Km의 허리케인이 될지 필리핀 동부해안에서 발달해 오키나와 까지 오다 소멸하는 작은 태풍이 될지의 여부는 그때 가봐야 한다. 내년 12월까지는 기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안 교수의 앞날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반드시 대선에 나서 정치판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안 교수가 대선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사람마다 견해가 다른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 안 교수는 무대에 너무 급히 올라갔고, 너무 빨리 내려왔다. 권투 선수로 치면 링에 올라가자마자 글로브를 집어 던지고 내려온 것이다. 권투 선수는 펀치가 아무리 강해도 일단 링에서 내려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 다시 올라가기 힘들다.

이럴 경우 다음 매치를 기다려야 하는 데 그동안 또 어떤 놈이 나타날지 모른다.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놈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안 교수가 링에서 내려온 사이 누가 링에 놀라가서, 안 교수에게 올라오라고 손짓을 할지 모른다.

안 교수의 인기와 파괴력이 내년 까지 갈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다. 필자도 여기에 동의한다. 안 교수는 머리가 샤프하고, 배팅을 잘 한다. 인기 관리도 잘 한다. 하지만 정치판은 말 그대로 물어뜯는 게 특징이다.

안 교수는 벤처라는 온실에서 자랐을 뿐 헐뜯고 욕하고 권모술수가 판치는 정치판에는 아직 발을 들여놓은 경험이 없다. 이런 정치판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판을 안 교수의 연구실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살아남겠지만 안 교수가 정치판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안 교수와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인기도를 각 신문이 앞을 다투어 싣고 있는데 이것도 한 순간에 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안 교수가 약간 앞서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변화가 올 것이다.

박 전 대표나 다른 정치권 사람들은 선거나 공직임명이라는 과정을 통해 검증이 돼서 더 이상 털어도 나올 것도 없다. 하지만 안 교수는 베일에 가려 있다. 벤처라는 막으로 둘러싸여 그가 어떤 사람인지 속속들이 알려지지 않았다.

안 교수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을 때 그가 국민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순수하고, 깨끗하고 스마트한 사람으로 남을지, 아니면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는 열어봐야 한다. 그가 대선에 나선다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서 그의 껍질을 완전히 벗길 것이다. 심하면 뱀을 매달아 놓고 머리부터 껍질을 벗기는 것 같은 검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혹독한 검증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어째든 안 교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그 상처가 얼마나 큰지, 작은지가 문제일 뿐이다. 아무리 작은 상처나 흠이라도 정치권이 떠들어대고, 언론에서 써대기 시작하면 큰 상처가 된다.

처음에 안 교수의 서울시장 얘기가 나왔을 때 언론은 그를 추켜세웠다. 곧 시장이 될 것 같이 썼다. 하지만 그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했을 때 당장 밀실 거래 운운하며 기사를 서댔다. 이어 대선 얘기를 꺼내며 박 전 대표와 비교했다. 근사한 지지도를 들어 안 교수의 인기가 내년까지 갈지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은 이렇게 차갑다.

혹독한 검증이 시작된다면 언론은 안 교수의 편에 서는 게 아니라 힘 있는 기존 정당의 편에서 기사를 쓸 가능성도 있다. 가능성이 아니라 농후하다. 지금처럼 안 교수에 대해 우호적일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큰 오산이 될 것이다. 몇몇을 제외하면 언론은 항상 강자의 편에 서게 마련이다. 안 교수가 강자가 되면 언론의 지원을 받겠지만 힘이 빠진다든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지금의 언론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정치권이 소용돌이 치는 가운데 안 교수로 인해 덕을 보는 사람도 있다. 가장 큰 수혜자는 박 전 대표일 것이다. 무슨 헛소리냐고 하겠지만 안 교수로 인해 박 전 대표는 시간도 벌고, 내성도 기를 수 있게 됐다. 이 말은 내년 12월까지 가는 동안에 어떤 강자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을 박 대표가 알게 됐다는 점이다.

솔직히 정치권에서는 인물이 없다고 난리를 치고 있지만 인물이 없는 게 아니다. 자기들 중심에서 생각하다 보니 사고의 폭이 좁아 맨 날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만 보면 막말로 도토리 키 재기다. 도토리들끼리 모여 있으니 큰 게 보이질 않는다. 도토리만 모여 있는데 밤알 같은 안 교수가 나타난 게 이번 파문이다.

안 교수는 정치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못사는 사람이 갑자기 잘 살게 되게, 실업자가 직장을 구하고, 심지어 애들 성적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고, 자신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통령만 바뀌면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큰 착각이다.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다고 해서 뭐가 확 달라진 게 없다. 국민들의 생활은 늘 어렵다. 정치권은 항상 시끄럽다. 사고는 사고대로 일어나고, 갈등은 갈등대로 있다. 해먹는 공직자는 늘 해먹는다. 특별히 좋아지는 게 없다. 기대를 걸었다가 나중에는 욕을 하고 불평을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너무 기대를 크게 갖기 때문이다. 안 교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안 교수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정치를 확 뜯어고칠 수도 없고, 없던 일자리를 무더기로 만들 수도 없다. 월급이 뛰는 일도 없고, 경제가 확 달라지지도 않는다. 이럴 경우 욕만 먹는다. 안 교수는  진흙탕에 빠지지 말고 교수로 있으면 지금의 이름을 죽는날 까지 가지고 가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정우택 기자

정우택  cwtgreen@naver.com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