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정의선·최태원·구광모, 대형 M&A 속도전...이재용, '사법 리스크'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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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정의선·최태원·구광모, 대형 M&A 속도전...이재용, '사법 리스크'에 발목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1.1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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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들어 미래성장동력 확보 M&A 잇달아
- 이재용, 3일 연속 현장경영 행보...2016년 하만 인수 이후 M&A 중단된 상태
- 정의선, '혁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대전환 집중...애플카 공동개발 관심 집중
- 최태원,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 미국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 등 속전속결
- 구광모, 신년 초부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 인수

주요 그룹 총수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현장경영 행보와 함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미래산업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되고 있어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대규모 M&A 및 투자에 어느 때 보다 관심이 많다"며 "그러나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어 대형 투자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래 자동차, 최태원 SK 회장은 에너지, 구광모 LG 대표는 소프트웨어  등 투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 발목이 잡혀있는 형국이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들어 잇달아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4일 경기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찾은데 이어 5일 수원사업장의 네트워크 생산라인, 6일에는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찾아 인공지능(AI), 6G(6세대) 이동통신 등 선행기술 개발 회의를 주재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등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 진행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지켜만 봐야 하기 때문.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빅딜’이 전혀 없다.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들어 3일 연속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경기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찾은데 이어 5일 수원사업장의 네트워크 생산라인, 6일에는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찾아 인공지능(AI), 6G(6세대) 이동통신 등 선행기술 개발 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은 6일 스마트폰, TV 등 세트부문 사장단과 함께 ▲차세대 통신 기술 연구 경과 ▲서버용 기술 확보 ▲AI 기술 제품 적용현황 등을 점검했다. 삼성리서치는 글로벌AI센터, 차세대통신 연구센터, 소프트웨어혁신센터를 두고 있는 삼성 선행기술의 핵심기지다.

이 부회장으로선 일단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서 미래기술 경쟁력 강화부터 진행하는 셈이다. 앞서 2018년 삼성전자는 AII,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용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구현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을 삼성의 ‘미래육성사업’으로 선정하고 신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재용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기술센터(GTC)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기술센터(GTC)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이 부회장은 최근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산업 생태계를 키워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유럽과 미국의 통신업계 선두기업들의 몰락과 중국 기업들의 무서운 추격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낀다”며 “회사 가치를 높이면서 사회에도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초일류 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종 선고에서 구속을 피한다면 M&A 재개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인 AMD가 경쟁업체인 자일링스(Xilinx)를, 엔비디아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합종연횡이 본격화했다. SK하이닉스도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해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이 M&A를 재개하면 이 부회장이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한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 중심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등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반도체는 특히 주목할 분야다. 이 부회장은 2019년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도 발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에게 “미래 기술 확보는 생존의 문제"라며 "변화를 읽어 미래를 선점하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실탄도 풍부해 언제라도 M&A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순현금 자산만 98조2800억원에 달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올해가 중요하다. 회장 취임 후 첫 해 시작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그룹을 단순 제조기업에서 '혁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대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이미 지난해 3월 2조원을 투입해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다. 현대차는 모셔널을 통해 미국 네바다주 공공도로에서 레벨4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한다. 2023년에는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Lyft)'와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미국 주요 지역에서 시작한다.

정의선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래차에 사활을 걸었다

또한 지난해 12월, 약 1조원을 들여 세계최고 로봇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10월 회장 취임 후 첫 M&A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네 발로 움직이는 로봇 개 ‘스폿’을 개발한 업체다. 현대차는 차세대 로보틱스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돼 도심항공기(UAM),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개발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통해 ▲친환경 ▲미래기술 ▲사업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회장은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위한 신기술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미래시장을 선점하겠다"며  "UAM, 로보틱스와 같은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모빌리티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근 현대차는 '애플카'에 참여할 것이란 소식으로 주식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선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갖춘데다 자율주행기술도 상당부분 확보한 상태라서 애플카 공동 개발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속도전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는 최근 미국 수소 업체인 플러그 파워에 1조6000억원 투자를 전격 결정했다. 작년 12월 신설된 수소사업추진단이 투자 실무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SK그룹 행보는 M&A에 거침이 없다. 작년 10월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 낸드 사업 부문을 90억달러(약 10조3100억원)에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에 지출한 80억 달러보다 10억 달러나 많다.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최태원  “위기를 위기로 단정 짓지 말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최태원 SK 회장

SK 관계자는 “이번에 인수한 미국 플러그 파워는 SK그룹이 추진 중인 수소 생산-유통-공급 등 수소 밸류체인 구축과 사업 연관성이 크다”면서 “SK그룹 주력 계열사들도 핵심 사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외 유망 기업들을 추가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SK그룹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던 것은 선제적으로 실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SK는 코로나19 전후 현금을 대폭 비축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국내 기업 사상 최대인 1조6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바이오팜은 작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9593억원에 이르는 공모 자금을 확보했다.

SK그룹은 작년 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만 25조1829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의 “위기를 위기로 단정 짓지 말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속 강조했다.

구광모 LG 대표는 올해 회장직 4년차를 맞아 M&A에 적극적이다. 

구 대표는 "LG의 미래를 전자-화학-통신 3대 축으로 준비하겠다”며 "LG전자의 자동차부품사업(VS),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그룹 차원의 AI 등 확실한 미래 성장 동력에는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 등 계열사들은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알폰소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영상 분석 솔루션을 갖추고 북미에서 1500만 가구의 TV 시청 및 광고 데이터를 확보한 업체다. LG전자는 이 회사에 8000만 달러(약 870억 원)를 투자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알폰소 인수는 LG가 단순 TV 제조사를 넘어 TV에 들어갈 콘텐츠와 광고 등 소프트웨어 분야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구광모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고객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어야"

구광모 LG 대표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사 설립해 전장사업 강화에 나섰다. 마그나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다. 이로써 LG그룹은 LG전자(파워트레인, 인포테인먼트. 헤드램프),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LG이노텍(통신부품), 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자동차 부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CES 2021 프레스 행사서 “LG전자와 함께 합작회사를 세우기로 한 것을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함께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그나는 전기 파워트레인 통합 시스템 등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LG전자는 모터와 인버터 등 전기차 파워트레인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합작법인 설립은 서로의 강점을 결합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통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시장에서 두 회사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속도전은 구 대표의 '디지털 전환' 드라이브라는 분석이다. 구 대표는 LG AI연구원을 설립해 LG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구 대표는 신년사에서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고객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을 ‘LG의 팬’으로 만들고, 더 많은 고객에게 감동을 확산하자”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뉴리더들은 올해 특히 M&A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투자의 속도전이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누가 주도할 것인지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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