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현대제철, 이번엔 '노조 리스크'...2년 연속 총파업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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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바쁜 현대제철, 이번엔 '노조 리스크'...2년 연속 총파업 돌입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1.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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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노조, 오는 12일 노조 확대간부 파업을 시작으로, 13일부터 14일까지 1차 총파업 진행 예정...조합원 수 약 8000명
공장별 파업지침과 파업지침 위반자 처리규정도 공지...2019년부터 2년 연속 총파업 돌입
올해 본격 실적반등 노리던 현대제철에 노조 파업 '찬물'

갈길 바쁜 현대제철이 이번엔 '노조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소속 현대제철 5개 지회는 오는 12일 노조 확대간부 파업을 시작으로, 13일부터 14일까지 1차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확대간부들은 12일(화) 오전 7시부터 15일(금) 오전 7시까지 72시간을 파업한다. 1차 총파업은 전조합원을 대상으로 13일(수) 오전 7시부터 15일(금) 오전 7시까지 48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제철 노조 조합원 수는 약 8000명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을 단단히 준비한 모습이다. 노조 쟁의대책위원회는 1차 총파업 지침을 내놨는데 전 조합원이 13일 오전 7시 기준 작업 종료 후 현장에서 철수하며, 협정근무자를 제외한 전 조합원은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이다. 

공장별 파업지침도 공지했다. 철근, 특수강 제강공정은 13일 오전 7시 기준 조업 중지 및 설비보호를 위한 후속조치를 하고, 1열연·2열연·1후판·2후판·철근·특수강·압연공정 등은 가열로 공정을 13일 오전 7시에 종료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하고, 가열로 운전실은 1인 비상근무를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노조는 1차 총파업이 합법적인 파업이라며 전 조합원 필참과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발견시 즉시 신고하라고 지시했다. 

노조는 파업지침 위반자 처리규정도 공지했다. 1회 위반시 명단 공개 및 노조 복지혜택 6개월 제한, 2회 위반 시 명단 공개 및 노조 복지혜택 1년 제한, 3회 위반시 2회 위반 적용 및 금속노조 징계위원회 회부 등이 주요내용이다. 

현대제철 노조가 10일 발간한 쟁대위속보
현대제철 노조가 10일 발간한 쟁대위속보

노사는 올해 2020년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15차례나 진행했다. 노조는 올해 7월 29일 공동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했고, 이후 노사가 6개월간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금 12만304원 인상 ▲생활안정지원금 300% ▲노동지원격려금 500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정기인상분을 동결하는 대신 경영정상화 추진 격려금 100%와 위기극복특별격려금 100만원을 제시했지만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 결과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포스코, 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이 지난해 3분기 일찌감치 2020년 임단협을 타결지은 것과도 대조적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총파업지침을 통해 "사측이 고용유지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라고 하며, 휴일 연장 상주고정OT 근무를 통산임금 걸림돌이라 폐지한다고 하고, 수차례 파업을 예고했는데도 파업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며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의 태도록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2019년 임단협에도 15차례 교섭결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지난해 10월 48시간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올해 2년 연속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2019년 10월 당시 안동일 사장은 "파업을 통해 교섭 결과가 달라진 적이 없으며 임직원과 회사 모두의 손해만 가져온다"며 "지금 멈춰야 할 것은 공장이 아닌 명분업는 투쟁이며 무엇을 위한 파업인지,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다시한번 깊이 고민해달라"고 노조를 설득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대제철은 2018년 임단협까지는 5개의 노조와 별도로 협상을 했지만 협상 효율화를 위해 2019년 임단협부터 5개 노조와 공동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노조의 협상력이 커지면서 총파업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약 1000억원 수준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임단협 갈등이 장기화돼 노조가 지속적인 실력행사를 단행할 경우 피해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이번 파업을 1차 총파업으로 이름붙였다.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2차, 3차까지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현대제철은 연말 연초부터 파업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협력사 부분파업으로 홍역을 앓았다. 현대제철 울산공장 사내 10곳 하청업체 소속 600여 명의 노동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21일부터 부분파업을 진행해 1월 11일에서야 겨우 공장이 재가동됐다. 이번 부분 파업으로 2019년 기준 약 7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강관, 경량화제품 생산이 중단됐다.

올해 본격 실적반등 노리던 현대제철에 노조 파업 '찬물'

지난해 혹독한 시련의 시절을 보내고 올해 반등을 준비하고 있던 현대제철에 있어 노조 파업은 '발목을 잡는 격'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7조9381억원의 매출과 1131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전년보다 매출은 12.6% 줄고, 영업이익은 65.9% 감소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4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2분기에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역대 역대 최저 수준의 연간 영업이익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당기순손실은 1487억원이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업황 불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2017년 연간 영업이익이 1조3676억원에서 2018년 1조261억원, 2019년 3313억원 지난해 1131억원(예상치) 등으로 갈수록 감소세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해 강관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군을 정리하며 올해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신년사에서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최적의 설비 운영을 통해 제조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황도 받쳐주는 분위기다. 철광석 가격상승으로 전제품 가격인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장에 속속 반영되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진행 중인 차강판 가격협상도 상당폭의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각국 정부의 부양정책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철강재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주가도 지난해 10월 1만5000원대에서 현재 4만5000원 대까지 회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 노조의 총파업은 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파업기간 동안 설비가 놀게 돼 총파업의 강도에 따라 현대제철의 1분기 실적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 관계자는 "파업 기간동안 각 라인별로 설비 대보수를 진행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라며 "노조도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임단협 타결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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