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문 정권, '재계와 전쟁'...집단소송법 등 '입법 규제' 폭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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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문 정권, '재계와 전쟁'...집단소송법 등 '입법 규제' 폭주하는 이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1.11 0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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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문 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 약속
- 민주당, 기업규제 3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잇단 '입법 독주'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배신감...'기업인과의 대화 '사회자 및 규제 샌드박스 등 정부 소통창구 역할
- 2월 임시국회...유통산업발전법,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등 논의
- 이낙연 민주당 대표, 차기 대선 출마 위해 3월초 대표직 사퇴...2월 국회에서 '규제 입법 폭주' 예상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갖고 130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약속한 발언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문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규제는 늘어나고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선의를 믿었던 재계는 허탈함을 넘어 배신감이 극에 달했다.

11일 재계 관계자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내에서 기업하기 힘들어 사업을 접든지 해외로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며 "문재인 정권이 '재계와의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담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경제계는 지난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시하면서 경영계가 요청한 핵심사항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채 의결한 데 대해 경영계는 유감스럽고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인적·재정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너무 가혹하다"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 대한전문건설협회·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한국경제인협회·소상공인연합회·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단 한번의 사고만으로도 대표에 대한 징역 및 벌금, 법인에 대한 벌금,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의 처벌을 명시하고 있는 이 법안은 명백한 과잉입법"이라며 "과실범인 산재사고를 중대 고의범에 준해 징역의 하한을 정한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이며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 역시 포괄적이고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기업 처벌로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돼 결국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의 소통창구인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에게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산재의 모든 책임을 지우고 과도한 형량을 부과하고 있다"며 "국회가 (중대재해법을) 서둘러 입법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용만 회장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이 왜 안 중요하겠습니까"

특히 박용만 회장의 심경은 복잡하다. 박 회장은 2년 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사회를 봤고 문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규제 개혁 '샌드박스' 등에 적극 협조해왔다. 그리고 국회와 정부를 수시로 찾았지만 돌아온 것은 '기업 옥죄기' 뿐이었다.

박 회장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이 왜 안 중요하겠습니까"라며 "처벌만을 자꾸 얘기하면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산재를) 예방하려면 시스템과 교육에 대한 투자, 시설, 인식 등 모든 게 다 일치가 돼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너무 급격하게 엄격해지고 있다"면서 "입법부에서도 정치도 중요하지만, 경제와 기업에 가는 영향을 생각해서 속도조절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후 엄벌'보다 '사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며 "산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과 시설에 대한 투자, 교육 및 인식 변화 등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지속적으로 이를 독려하고 동기부여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공포 1년 후 시행된다. 단,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시행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법안 공포일로부터 3년 동안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본회의장 전경 [국회 홈페이지]
국회본회의장 전경 [국회 홈페이지]

문 대통령 "정부가 기업 활력을 제고하고 규제를 혁파하는 데 적극적 의지" 약속했지만

재계가 분노하는 지점은 문 대통령의 2년 전 약속이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기업들의 과제는 우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라가 부강하게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정부가 기업 활력을 제고하고 장애가 되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자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며 "세계경기가 둔화되면서 우리 경제 어려움 있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돌파해왔다. 그런 저력을 올해도 발휘하여,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계는 신바람나지 않고 우울하다. 사실 ‘기업인과의 대화’ 이후 해빙 무드가 예상됐다. 그런데 현재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노총 등 노조에 끌려다니면서 기업인을 예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정부 여당은 재계를 적대시했다는 결과만 남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와의 133조원 투자 약속 등을 지켰다. 경영권을 물려주기 않겠다고도 했다. ‘무노조 삼성’도 파기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등 ‘사법 리스크’에 갇혀 재계 1위 삼성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욱 기업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재계가 반대했던 규제 입법을 강행한 집권 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도 '입법 독주'가 예상되고 있다. 오는 4월 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하반기 차기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이 진행된다. 따라서 민주당은 상반기 중 핵심 입법 과제 완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2월 1일 시작하는 임시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배법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함께 '징벌 3법'으로 불린다. 재계의 우려가 큰 셈이다. 

[JTBC 뉴스영상 캡처]
[JTBC 뉴스영상 캡처]

문 대통령 대선 공약 '집단소송제 확대' 등 재계의 '경영 리스크' 최고조

특히 집단소송제 확대는 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두 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집단소송법은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재계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남발돼 경영 리스크가 커질 것을 우려한다. 

정부는 징벌적손해배상의 상법 명기도 추진 중이다. 재계는 우려가 더욱 크다. 다만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정부안에 대해 이견이 예상된다.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일하는 국회법' 도입으로 2~6월까지 계속 임시국회가 있어 상반기 중에 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2월 임시국회 논의가 유력하다. 개정안은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포함 총 14개 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민주당은 대형점포(대형마트, 백화점 등) 규제 확대에, 국민의힘은 대형점포 피해 축소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중 핵심 쟁점은 스타필드(신세계),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제한이다. 현행법에선 지자체장이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해 심야 영업 제한(오전 0시~오전 10시)과 월 2회 의무휴업(공휴일 원칙이나 예외 가능)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규제 대상에 복합쇼핑몰을 추가하는 게 민주당 법안이다. 

아울러,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복합쇼핑몰 외에 백화점, 면세점을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대형 식자재마트를 추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설 또는 추석이 있는 달에는 월 2회 휴업 중 하루를 명절 당일로 지정하는 안을 제출했다.

또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대규모점포 등록을 제한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지정 범위를 기존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 이내에서 20㎞ 이내로 확대하는 안을 내놨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대규모점포의 지역협력계획서 이행실적이 미흡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예상되는 이유는 이낙연 대표가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선 3월 초에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에겐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대표로선 마지막이다. 입법 성과를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재계는 11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를 만나 현장의 애로 사항을 이야기하는 간담회 자리를 갖기로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국회를 직접 찾는다. 국민의힘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유상범·전주혜 의원이 참석한다.

민주당이 '재계와의 전쟁'을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재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사상 최악이다. 재계의 분노는 문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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