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파운드리 사상 최대 호황...이재용 최태원의 설비투자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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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파운드리 사상 최대 호황...이재용 최태원의 설비투자 계획은?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1.07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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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운드리 시장,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AI·5G·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발달로 호황
- 수요 못 따라가는 현상도 발생해…삼성전자·TSMC 등 적극적인 설비투자 움직임 보여
- DB하이텍은 계획 미지수,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중국 8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에 장비 이설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과 스마트폰·자동차 분야의 첨단 제품의 출시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에 각 업체들이 올해 파운드리 생산 시설에 어떠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호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인공지능(AI)과 5G,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시장의 발달하며 애플·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IT·전자 업체들이 차세대 반도체 제품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수주 속도를 못따라가는 생산...국내 파운드리 사상 최대의 호황 국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IBM·엔비디아·퀄컴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의 수주를 받아 제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IBM은 자사의 차세대 CPU인 '파워 10'을 EUV 기반 7나노 라인에,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지포스RTX 30'에 사용될 GPU 생산 수주를 2차례나 맡겼다.

퀄컴 역시 자사의 보급형 모바일 칩셋 '스냅드래곤 4' 시리즈의 생산을 위탁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추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상승한 4조39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2위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은 지난해 3분기에 공장 가동률이 98%에 육박한 이후로 지금까지 연일 공장이 '풀가동' 상태다.

한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의 공장 2곳 모두 100% 가동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구체적으로는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생산 스케줄이 상당 기간 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의 지난해 4분기 추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한 2270억원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이자 삼성전자와 함께 5나노 이하 공정 제품 생산이 가능한 TSMC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TSMC는 지난해 아이폰12에 쓰이는 모바일 AP ‘A14’와 퀄컴의 모뎀 칩 ‘X60’ 등을 수주해 양산에 들어간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추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3조6000억원이다. 트렌드포스는 "TSMC는 5G·HPC용 7나노, 5나노 매출이 계속 해서 증가할 것이다. 10나노대 이상의 구세대 공정에서도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삼성 하이닉스 DB하이텍, 일제히 큰 폭의 투자 확대 검토

이처럼 파운드리 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과잉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각 기업들의 올해 설비 투자 전략에도 이목이 쏠린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에 따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착실히 진행해왔다. 반도체 비전 2030은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및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는 화성사업장에 EUV(극자외선) 전용 'V1 라인'을 가동해 7나노 공정 제품 생산 및 GAA를 적용한 3나노 이하의 차세대 파운드리 제품 개발에 나선 바 있다.

올해 역시 적극적인 설비투자에 나선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 설비투자비용을 지난해 8조9000억원에서 올해 10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텔이 EUV 장비 구매를 중단하면서 삼성은 파운드리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기회가 생겼다"며 "올해 1분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고 파운드리 사업 가치도 재조명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올 하반기에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에 EUV 기반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파운드리 라인은 삼성전자가 EUV 기반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착공에 들어간 시설이다.

기흥 2개·화성 3개·미국 오스틴 1개 라인에 이은 삼성전자의 7번째 파운드리 라인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라인이 모바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7나노 이하 공정 제품의 생산량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지역의 파운드리 라인(SAS)을 증설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1998년 첫 가동을 시작한 SAS는 현재 2개의 공장에서 14나노 및 11나노 공정 제품을 생산 중이다.

IT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SAS 바로 옆 104만4089㎡ 규모의 토지를 매입해왔다. 기존의 공장 규모(73만㎡)보다 훨씬 면적이 넓다. 삼성전자는 이에 "용도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으나,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이 지난해 10월부터 46개 직군에서 대규모 채용을 실시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라인 증설에 대한 기대감이 돌고 있다.

TSMC는 현지 생산설비 투자에만 17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TSMC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열어 향후 파운드리 생산 라인과 생산개발, 패키지 시설 증설 등에 151억 달러(약 16조76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할 최첨단 공장에도 35억 달러(3조8900억원)를 투입한다. 올해 착공에 들어가는 이 공장은 현 반도체 공정 기술 중 최고 수준인 EUV 기반 5나노 공정 제품 생산할 예정이다.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총 120억 달러(한화 약 14조7720억원)가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만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일본에 새 공장을 건설하거나 일본 경제산업성의 지원을 받아 일본 반도체 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그간 TSMC를 포함한 해외 반도체기업의 공장을 자국에 유치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오는 14일 TSMC 컨퍼런스 콜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DB하이텍이 향후 어떠한 설비 투자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지난해 11월에는 DB하이텍이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DB하이텍 측은 "아직 어떠한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실제로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는 조 단위의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투자를 감행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나 업계 상황 등 여러가지 요소를 신중히 검토하고 접근한다는 관점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D램을 주력 제품으로 삼아 온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SK하이닉스로부터 분사한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지난해 말 중국 장쑤 우시의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해당 공장의 주력 제품은 200mm(8인치) 웨이퍼 아날로그 반도체다. 이를 통해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 반도체(PMIC) 등의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할 예정이다. 200mm 웨이퍼는 주로 중저가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로, 모바일·IoT·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해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200mm 웨이퍼를 생산 중인 충북 청주 M8 공장의 장비를 내년까지 모두 우시 공장으로 이설할 계획이다. 1000여개에 달하는 중국 현지 팹리스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지난해 올린 자율공시에 따르면 이설되는 반도체 장비의 규모는 1206대(1942억원)에 달한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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