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주주가치 훼손' '독과점' 논란 꼬리표...개운치 않은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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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주주가치 훼손' '독과점' 논란 꼬리표...개운치 않은 뒷맛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01.06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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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가치 훼손" 주장하며 정관변경 반대...KCGI 측 주장과 동일 맥락
국회입법조사처 "노선별 독과점 우려 따져야"...기업결합심사, 통합 마지막 변수

코로나19 사태 속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공 빅딜'이 추진되고 있지만 '주주 가치 훼손' 등의 문제가 지속 거론되며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의 통합 과정에서 크고 작은 고비를 하나씩 넘기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변수인 국·내외 기업결합심사의 문턱도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6일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전날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정관변경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해당 사유에 관심이 모아졌다.

국민연금은 반대 이유로 "아시아나에 대한 실사 없이 인수를 결정한 점, 아시아나의 귀책 사유를 계약 해지 사유로 규정하지 않아 계약 내용이 대한항공에 불리할 수 있는 점 등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기자간담회 유튜브 캡처]

국민연금의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국민연금과 함께 전체 주식의 약 50%를 차지하는 소액주주 일부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아시아나 인수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또한 일각에선 국민연금 측이 8.11%의 지분율로 정관변경 결정을 뒤집으려는 의도라기보다 주주가치 훼손의 문제를 제기하는 데 의의를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업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방식은 주주 가치 훼손"이라며 통합 절차 등을 문제삼은 KCGI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앞서 한진칼 1대 주주인 KCGI는 지난해 11월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한진칼 유상증자 결의와 관련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주주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심지어 아시아나항공 실사조차 하지 않은채 졸속으로 신주발행을 강행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1일 "한진칼이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산은은 산업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주주로서 한진칼 경영에 참여·감독함으로써 항공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측은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오면서 큰 고비를 넘겼지만, 국민연금의 반대 표명과 더불어 최근 발표된 국회 입법조사처의 독과점 우려 지적 등으로 당혹스러움이 역력한 분위기다. 산은은 전례없는 위기 속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하에 항공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공항공사 홈페이지]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공항공사 홈페이지]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일 '대형 항공사 M&A 관련 이슈와 쟁점-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주요 현안'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노선별로 독과점 우려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승인' 문제는 항공 빅딜의 마지막 변수로 지속적으로 거론된 사안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해당 보고서는 "양사 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는 전체 노선 점유율이 아닌 국내외 각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별로 판단해야 한다"며 "인천발 국제선 여객노선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점유율로 독과점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향후 공정위 심사에서 주의 깊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대한항공이 그간 "아시아나와 통합 시 인천공항 여객 슬롯 점유율이 38.5%에 그친다"며 독과점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날 대한항공은 "이달 중순까지 국내·외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제출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합을 위한 정식 신고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되면 공정위는 점유율과 소비자 후생 영향 등을 따져 기업결합에 대한 결론을 낼 계획이다. 또한 양사 합병은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 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작업 초반부터 KCGI 가처분 신청, 국민연금의 정관변경 반대 등 크고 작은 복병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특히 주주 가치 훼손 및 독과점 논란 이슈가 법원 결정 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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