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SKT, 만년 적자 '11번가' 덕 볼까...아마존發 기업가치·주가 상승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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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SKT, 만년 적자 '11번가' 덕 볼까...아마존發 기업가치·주가 상승 기대감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1.05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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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이 80% 이상 지분 소유 중인 11번가, 아마존 제휴 및 IPO 예정 소식
- 지난해 '기업가치 상승'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SKT에 긍정적 영향 기대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가 올해 모회사인 SK텔레콤의 기업 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5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이같은 기대감은 아마존과의 제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의 회복세, IPO(기업공개) 전망 등 여러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서 분리된 데이터 및 디지털 콘텐츠 사업부문 SK플래닛에 지난 2016년 흡수합병된 11번가는 3년 만인 2018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해 현재까지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있다. 11번가는 그간 네이버, 쿠팡, 지마켓 등과 함께 이커머스 업계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SK텔레콤이 추구하는 '탈통신'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11번가는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 지속된 적자로 SK텔레콤에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2015년에는 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K플래닛이 11번가를 흡수합병한 바로 다음해에 365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63배) 영업손실을 기록한 일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SK플래닛은 적자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1번가 외의 요인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분석했다.

이후에도 각 이커머스 업체들의 과도한 출혈 경쟁 등으로 11번가는 좀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11번가는 영업 손실을 2017년 1540억원에서 2018년 678억원으로 줄였으나 매출은 반대로 2017년 6882억원, 2018년 6744억원으로 감소했다. 결국 11번가는 SK플래닛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는 평을 받으며 분사가 결정됐다.

2019년에는 매출이 5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나 줄어드는 대신 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는 다시 각각 48억원과 50억원의 적자에 빠져들었다.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억원)

이처럼 숱한 고난들을 겪어온 11번가에게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은 세계 최대의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이 11번가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고 밝혔다.

11번가에 대한 아마존의 지분참여 방식으로 진행되며 아마존이 최대 30%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1번가의 지배구조는 SK텔레콤이 약 80%, 나일홀딩스 유한회사가 18%, 자기주식 1.5%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비스 개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11번가에서 아마존의 해외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언어 장벽이나 관세로 인해 해외 직구에 불편함을 겪어온 소비자들에게 큰 어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에 밀려 4위에 머무르고 있는 11번가가 이번 기회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번가 역시 "아마존과 함께 국내 고객들에게 독보적인 구매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존과의 원활한 협력으로 빠른 시일 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적 면에서도 한숨 돌렸다. 지난해 1·2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11번가는 지난해 3분기에 1357억원의 매출과 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7%, 영업이익이 366.7% 늘어난 것이다. 3분기에 도입한 라이브 커머스와 오늘장보기, 오늘 발송 등 신규 서비스가 거래량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누적 거래액은 약 130조원으로 전년 전체 거래액과 비슷한 수준을 달성했다. 지난해 예상 총 거래액은 160조원이고 올해에는 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한 11번가는 IPO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자회사인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을 내년과 내후년까지 모두 상장할 계획이다. 특히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투자가의 투자를 유치해오며 내후년까지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약속한 바 있다.

박정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원스토어의 상장을 시작으로 호실적을 보여온 SK텔레콤 자회사들의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마존과 11번가의 협력으로 동사가 지분을80% 보유하고 있는 11번가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쟁 업체들의 행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은 경계 요소다. 네이버쇼핑과 함께 업계 1·2위를 다루는 쿠팡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미 블룸버그는 "쿠팡이 내년 상장을 위해 이미 세금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는 OTT(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며 스스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쿠팡은 인기 영화, 국내외 TV시리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월 2900원 멤버십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이베이코리아는 젊은 층들을 끌어모으고자 G마켓 글로벌샵에 웹드라마를 공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업체가 수익성 개선과 점유율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물론 올해 11번가의 성장이 지난해 SK텔레콤이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기업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되리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해왔고 SK텔레콤의 AI, VR·AR 기술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라며 "11번가의 성과가 올해 가시적으로 드러나면 SK텔레콤의 기업 가치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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