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체제 13년...공격적 인수합병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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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체제 13년...공격적 인수합병 ‘약인가 독인가’
  • 김지우 기자
  • 승인 2021.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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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취임...국내 최초 재벌 3세 경영 돌입
백화점 신규 출점부터 패션, 가구, 렌털, 방송, 면세점, 아울렛, 화장품 제조까지 공격적 M&A
고객의 본원적 가치 강조..."2030년 매출 40조 시대 열겠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올해로 취임 14년차(만13년)에 접어들었다. 주력 사업인 백화점 점포 확대부터 홈쇼핑, 호텔, 급식사업, 패션, 면세점, 종합유선방송, 리빙·인테리어, 건설기계, 렌털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공격적인 인수합병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12월에는 화장품 원료기업인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해 화장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는 오프라인 규모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오히려 공격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프리미엄아울렛 2곳, 시내와 공항에 면세점을 신규 출점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여의도에 현대백화점 파크원점을 개점을 앞두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장기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지 아니면 위기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인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 그날

정지선, 35세 나이에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취임...국내 최초 재벌 3세 경영 돌입

2007년 12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총괄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해 ‘재벌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삼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 회장은 1997년 현대백화점 과장으로 입사한 후 미국에서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마쳤다.

이후 2001년 기획실장 이사, 2002년 현대백화점 기획·관리 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뒤 2002년 12월 현대백화점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사실상 경영권을 거머쥐게 된 터라 그간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해 온 현대백화점그룹이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2007년 12월 정 회장은 아버지인 정몽근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 물러나게 되면서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3세 경영체제에 접어들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2007년 현대백화점의 국내 백화점 시장점유율은 27.4%로 업계 2위였다. 당시 롯데는 54.0%, 신세계 18.6%였다. 하지만 이후 신세계백화점이 점유율을 키워나가면서 현대백화점의 점유율은 조금씩 줄어들어 2008년 26.5%, 2009년 25.9%를 기록했다. 당시 현대백화점의 점포 수는 압구정 본점을 포함해 무역센터점, 천호점, 신촌점 등 11개였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2001년 11월 (주)현대백화점H&S와 (주)현대백화점으로 인적 분할했다. 기존의 여행사업부문, 법인사업부문, 임대관리부문, 유니폼생산부문 등의 비백화점 부문과 신설회사인 백화점사업부문으로 나뉘었다. 비대하고 복잡해진 조직구조를 분할을 통해 개선하고, 경영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요량이었다.

또한 사업부문별 성과와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현대백화점 계열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정 회장은 젊은 나이에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취임 초기에는 내실을 다지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후 2012년부터 기존의 주력사업이었던 백화점 점포 확대와 동시에 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위한 굵직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36살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 그 후

백화점 신규 출점부터 패션, 가구, 렌털, 면세점, 아울렛, 화장품 제조까지 공격적 M&A

일단 주력 사업인 백화점 부문을 살펴보면 2003년 이후 신규 출점이 없었던 현대백화점은 7년만에 2010년 일산 킨텍스점을 신규 출점했다. 당시 백화점 업계는 점포수 경쟁으로 뜨거웠다. 롯데, 신세계, 갤러리아 등 지방에 신규 점포를 열었고,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 신장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백화점 점포 늘리기에 돌입했다. 2011년 대구점, 2012년 충청점, 2015년 디큐브시티와 판교점을 추가 개점했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15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백화점시장에서 2020년 3분기 기준 현대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28%다. 올해 2월 여의도에 국내 최대규모인 파크원점이 개점을 앞두고 있다. 이는 경쟁기업들이 지난해 점포 수를 줄인 것과 반대 행보다. 백화점 업 특성상 주말이 호황인데 여의도는 주말 유동인구가 적다는 점과 오프라인 불황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 투자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 2020년 3분기 연결기준 백화점부문의 매출은 4305억원, 영업이익 564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 27.4% 감소한 상태다.

그와 동시에 파크원점이 여러 성공 요소를 갖춰 매출을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백화점을 개점하기 위해서는 몇 년에 걸쳐 입지와 규모, 주변 상권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여의도에 개점 예정인 현대백화점 파크원점 조감도.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올해 2월 여의도에 개점 예정인 현대백화점 파크원점 조감도.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특히 2012년부터는 주력사업인 유통 외에도 신사업을 위한 굵직한 인수합병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2월 리바트를 인수하며 ‘가구’ 신사업 확보에 신호탄을 울렸다. 리바트는 원래 현대종합목재산업이라는 현대그룹 계열사였지만, 1999년 현대 계열사에서 분리되면서 리바트로 상호를 바꿨었다. 그러나 범현대가에 사무용 가구 등을 납품하며 유대관계는 유지해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그린푸드와 현대홈쇼핑을 통해 꾸준히 리바트의 지분을 확보해 나갔다. 2010년 당시 언론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바트 지분 확보에 대한 관심이 쏠리자,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매수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리바트 인수를 위해 착실히 이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계열사 합류로 인한 시너지는 확실했다. 현대리바트의 제품은 현대홈쇼핑 판매뿐 아니라 현대백화점에 입점해 오프라인 매장을 고객 체험 통로를 확대했다. 정 회장의 인사 전략도 인수합병의 시너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 회장은 현대리바트에 김화응 현대H&S 대표와 현대백화점그룹 출신의 경영진을 보냈고, 부서 통폐합과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기존 B2B(기업간 거래)사업 중심에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을 강화해 사무용 가구에서 가정·아동용 가구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해외브랜드 사업 증설을 위해 2017년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 소노마로부터 국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2018년 12월 현대리바트는 종합 건자재기업 한화L&C를 3666억원에 인수했다.

가구, 홈퍼니싱, 건재재 등 홈인테리어 시장을 노릴 수 있게 글로벌 시장 투자를 통해 한화L&C 전체 매출 중 약 30%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 비중을 5년 내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당시 업계에서는 주방용가구뿐 아니라 창호, 마루, 시트, 욕실 등에서 그룹사의 연계 전략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게다가 건축자재 유통업체였던 현대H&S가 2017년 12월 현대리바트에 흡수합병되면서 B2B 업체로 선물·행사용품, 자재 공급 등을 담당하게 됐다. 이로써 현대리바트는 사무용 가구, 빌트인, 해외 건설, 건자재, 유니폼 등의 다방면의 사업을 영위하게 됐다.

현대리바트가 가구 제품 디자인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현대리바트]

2012년 3월에는 현대홈쇼핑이 의류제조기업 한섬을 인수하며 '패션업계'에도 발을 내딛었다. 이어 2016년 12월에는 한섬글로벌과 현대G&F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17년 2월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를 33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패션사업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19년 1월 한섬과 한섬글로벌을 합병해 규모를 키웠고, 7월에는 한섬 중국 SJSJ 1호점을 개점하며 해외 사업으로 확장해 나갔다. 10월에는 한섬과 현대G&F를 합병하면서 타미힐피거, DKNY, CK 캘빈클라인, 아메리칸 이글 등 미국 브랜드와 이태리 신사복 브랜드인 까날리 등을 국내에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선보이게 됐다.

한섬 시스템옴므 파리패션위크 참가 사진. [사진=한섬]

백화점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역량은 ‘아울렛’ 사업으로 이어졌다. 2014년 5월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을 시작으로 2015년 2월에는 2824억원을 투자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을 열었다. 2016년에는 3월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 이어 그 다음달 바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을 열었다.

이어 2017년 5월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지난해 6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11월 스페이스원을 신규 오픈하면서 현재 총 8개의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충청북도 청주에 아울렛 출점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아울렛을 개선해 매출을 올리는 전략을 펼쳤다. 특히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은 날씨에 취약한 야외형 교외 아울렛의 단점을 보완해 2018년 8월 실내 쇼핑몰 구조를 더했다. 이전에는 연간 900만여명이 방문했지만, 신관 증축 후 1년 동안 약 1400만명으로 방문객이 증가했다. 당시 수도권 전체 인구가 약 258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방문한 셈이다.

교외 아웃렛 비수기인 겨울(12∼2월)과 여름(6∼8월) 시즌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74.1%, 61.7% 늘어나 발상의 전환 효과를 확실히 입증했다.

스페이스원점의 경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기존 교외형 아울렛에 미술관·공원 등 문화·예술적 요소를 결합한 국내 첫 '갤러리형 아울렛'으로 차별화했다. 서울 도심과 가까워 지리적 위치나 접근성 면에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서울 전 지역과 경기 동북부 상권까지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2015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렌털 시장을 유심히 보고 있던 정 회장은 '생활 가전 렌털 사업에 손을 뻗었다. 그해 4월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에서 600억원을 출자해 현대렌탈케어 법인을 설립했다. 홈쇼핑뿐만 아니라 백화점 내 렌탈숍(대리점)을 입점시키거나 온라인 판매채널인 현대H몰과 리바트몰 등을 통한 영업 확대를 노렸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은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향후 5년 내 가입자수 100만명, 매출 2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렌탈·케어업계 선두 업체들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018년 3월 미세먼지 이슈를 겨냥해 공기청정기 2대를 1대 가격에 빌려주는 `1+1 마케팅`을 통해 1월부터 9월까지 8개월만에 누적 신규가입계정이 10만개를 넘는 등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통상 렌탈상품은 대부분 방문 판매나 홈쇼핑 등을 통해 이뤄지지만 현대백화점 등 계열사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해 고객 접근성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전통적 렌털 제품군인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에서 건조기, 냉장고, 의류관리기 등으로 제품군을 늘렸다. 매트리스, 음식물처리기, 안마의자 등 생활 가전과 가구로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비용 효율화와 품질을 모두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제품은 직접 생산하지 않고 국내 중소기업과 협업해 공동 개발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고 있다. 현대렌탈케어는 2020년 렌털업계 6위로 계정수 40만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설립 초기 목표치가 100만명이었던 점에 비하면 아쉬운 행보라는 평가다.

현대렌탈케어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에서 건조기, 냉장고, 의류관리기 등에서 매트리스, 음식물처리기, 안마의자 등 생활 가전과 가구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현대렌탈케어]

방송사업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2013년 5월 포항지역 종합유선방송사(SO)인 한국케이블TV 포항방송을 466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현대백화점그룹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현대HCN은 9개 SO를 보유해 가입자 수 및 시장 확대를 도모했다. 2018년 3월에는 현대HCN이 딜라이브의 서초디지털 OTT방송을 335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현대HCN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10월 케이블TV 부문을 KT스카이라이프에 1조원에 매각했다. 앞서 케이블TV와 렌탈 사업 부분을 떼어내 신설법인 '현대에이치씨엔(비상장법인)을 설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대HCN가 4개 부문으로 물적분할하는 대신 2024년까지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658억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현대백화점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가 2015년 12월 자회사 현대H&S를 위해 중장비 제조업체 에버다임을 94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H&S가 건설 및 산업용 부자재 업체인 만큼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또한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12월 복지몰 업계 1위 업체 이지웰을 지분 28.3%를 사들이며 녹십자그룹과 경쟁 끝에 1250억원에 인수했다. 이지웰은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복지포인트 등의 복지 플랫폼으로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급식, 연회, 식자재, 임대사업 등을 담당하는 식품유통 전문업체인 현대그린푸드가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급식 및 외식업계 불황으로 실적이 다소 부진한 상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16년 12월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사업을 본격 착수했다. 출자금 100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금액을 늘려 5년간 총 4500억원을 출자해 면세점 사업을 시작했다.

백화점 지점의 일부를 활용해 첫 번째 시내 면세점을 선보였다. 2018년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기존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8층부터 10층까지 3개층을 활용했다. 물론 면세 사업 출범 과정에는 어려움도 뒤따랐다.

2015년부터 입찰에 참여했지만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떨어졌다가, 2016년 재도전하면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다만 그해 중국이 사드배치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차단하면서 면세점 개장 시기를 2018년으로 늦추게 됐다.

첫 면세점 출점 당시 황해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는 "신규 사업자인 만큼 기존 면세점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MICE 관광특구·한류·의료관광 등 풍부한 인프라와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면세점간 선의의 경쟁을 촉발시키고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증진시켜 2019년 예상 매출액은 6700억원, 오는 2020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후 2020년 2월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과 9월 인천공항점이 문을 열었다. 이로써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0년 9월 말 기준 시내 면세점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면세점부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25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1% 증가, 영업손실은 118억원에서 53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면세점 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려웠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공항면세점 사업에 후발주자로 참여하면서 경쟁업체에 비해 타격이 적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20년 2건의 인수합병(M&A)을 이행했다. 국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이 1조5000억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 신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화장품 을 판매하는 유통채널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화장품 ‘제조’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먼저 지난해 5월 한섬은 기능성 화장품 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화장품 제조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수된 클린젠은 청담 '클린피부과'와 신약개발전문기업 '프로젠'이 공동 설립한 회사로, 미백·주름·탄력 등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한섬이 그동안 패션사업을 통해 쌓아온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 접목해 브랜드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췄다.

인수된 클린젠은 한섬라이프앤으로 탈바꿈하며 올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파크원점 등 주요 백화점 매장에서 우선 선보인 뒤, 향후 온라인과 면세점 등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8월에는 현대HCN에서 분할된 현대퓨처넷을 통해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지분 27.9%를 1205억원에 인수했다. SK바이오랜드는 국내 천연 화장품 원료 시장 1위 기업으로, 화장품 원료와 건강기능식품, 바이오메디컬을 취급하고 있었다. 천연물을 활용한 추출·발효·유기합성 등 핵심 기술력을 보유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로써 뷰티 및 헬스케어 부문으로 화장품 제조까지 사업을 확장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백화점부문을 진화시켜 식품 배송업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0년 7월에는 현대백화점 식품관 온라인몰인 '현대식품관 투홈' 서비스를 시작했다. 백화점 식품관의 고품질 상품으로 경쟁력을 내세웠다. 현대백화점은 현대글로비스에 물류창고와 배송 위탁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마켓컬리, SSG닷컴 등의 기존 신선식품 배송업계에 후발주자로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 식음료 배달 서비스인 ‘바로투홈’를 시행했다. 연말 집콕 송년회 트렌트 확산에 바로투홈의 매출과 배달건수는 지난 12월 크게 증가해 배달업에서도 수익성을 확인했다.

◆ 그리고 앞으로

2030년 매출 40조 시대 열까...'고객의 본원적 가치' 강조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4월 17일 서울 대치동으로 사옥을 옮겼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4월 17일 서울 대치동으로 사옥을 옮겼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지난 4일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며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사회와 선순환하며 공동의 이익과 가치 창출을 통해 오는 2030년 매출 40조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계열사별 맞춤형 성장전략’과 ‘그룹 사업 다각화 전략’을 투트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지선 회장이 백화점 등 유통사업을,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의 식품사업 등 비유통사업을 각각 맡으며 계열사 분리 없이 형제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백화점 15개점, 아울렛 8개점, 면세점 3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통, 패션, 식품, 리빙·인테리어 등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으면서 미래 환경 변화에 맞춰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전략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0년 일산 킨텍스점을 개점하며 해마다 1~2개의 새 점포를 내 2020년까지 23개 점포를 갖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현재 백화점과 아울렛을 합한 점포수는 23개로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이처럼 그룹이 세운 비전 2030을 퍼즐 맞추듯이 이행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현대백화점그룹의 공격적인 사업행보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대해 국내 백화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저성장기에 접어들어 되려 적자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해외 직구 증가와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늘어나던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은 더욱 큰 타격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통 부문은 백화점·아울렛·홈쇼핑·면세점을 주축으로 업태별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유관 사업으로의 신규 진출을 통해 현재 13조 2,000억원대의 매출 규모를 2030년에는 29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계열사별 맞춤형 성장전략을 마련하며 투자· M&A 병행해 사업 경쟁력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등의 분야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정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신년 목표처럼 고객을 위한 ‘토탈 라이프 케어 기업'이라는 비전을 안정적으로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우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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