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②] '그린경영'이 아니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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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②] '그린경영'이 아니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는 시대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1.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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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그린경영 관련 비전 선포하고 경영전략에 적극 반영...장기적 실천목표 수립
환경문제 해결 위해 직접 팔 걷어...질과 양 스케일도 커졌다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사로 등장 시작...지배구조도 보다 투명하게 개선 중
기업들이 부담해야 짐 무거워...현실성 있는 정부 지원책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를 공격할 즈음 많은 이들은 앞으로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시대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인류는 일개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새로운 삶을 강요받고 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 생태계 전반에 ‘역경’(逆境)을 넘어 ‘생(生)과 사(死)’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생(生)의 길’, 즉 활로(活路)를 찾아야 한다. 그 활로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에 영속성과 지속성을 주는 길이어야 한다. 백신이 코로나를 잠재울지라도 이미 달라진 우리의 삶 전반을 그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녹색경제신문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우리 경제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의 길을 찾고자 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활로는 ‘그린’(green)이다. 그린에서 일상의 삶을 영위케 하는 경제구조와 산업 생태계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산업계는 지금 ‘그린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 바이오의 첨단산업은 물론 자동차 제철 조선 등 전통 제조업계와 유통업계, 금융업계도 ‘그린’에서 영속성과 지속성을 찾는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을 길을 찾고 있다. 그 앞날의 길을 살펴보자. <편집자註>
 


- 글 싣는 순서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①] 주요 기업들이 뛰어든 '그린뉴딜', 신기루되지 않으려면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②] '그린경영'이 아니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는 시대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③] '그린모빌리티'의 핵심, 전기차·수소차의 미래는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④] '그린수소' 꿈꾸는 대기업들, 사업기반 구축 '한계'도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⑤] 각광받는 '그린에너지' 영속성 확보하려면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⑥] 유통업계에 불어오는 '그린테일' 바람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⑦] '녹색금융' 꿈꾸는 금융업계, 탄소제로에 몸을 싣다
 


재계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 그린경영은 환경(E)의 핵심 경영이념이다.
재계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 그린경영과 사실상 의미가 같다. 

최근 경영계의 화두는 단연 'ESG' 경영이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ESG경영은 사실 '그린(Green·친환경)경영'의 다른 말이다. 그린경영이 재계의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그린경영은 환경에 포커스가 집중됐었다. 환경 문제를 기업의 생산성 향상의 수단으로 삼고, 친환경적인 기술 개발을 추구하는 경영 체계를 의미했다. 지구를 멍들게하는 환경오염 문제에 신경쓰라는 사회의 요구가 커지면서 기업의 환경관련 경영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및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팩터로 부상했다.  

지금은 그린경영의 의미가 ESG로 확장됐다. 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공헌과 깨끗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도 그린경영의 주요 내용과 과제가 됐다. 

현재 우리는 '그린경영'을 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UN은 지속가능개발목표 경영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세계적인 투자정보 제공기관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는 매년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평가를 발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년 ’상장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발표하고, 산업부는 ‘지속가능경영 유공 정부포상’을 매년 선정한다.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ESG 평가에 기반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착한 투자를 표방하는 펀드들은 그린경영을 소홀히 하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이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이 환경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들과 거래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정부는 '한국이 최대 탄소배출국'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기후환경, 사회적책임투자(SRI)와 관련해 강력한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2015년 시작된 제도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고 할당된 배출권 범위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할당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2021∼2025년 할당계획상 현행 3%에서 1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ESG가 고려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투자유치는 물론 기업의 장기적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트랜드는 기업들이 그린경영을 경영전략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기업들이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친환경 신기술을 통한 생산성 증대로 기업의 이윤 증대와 기업활동에서 비롯되는 환경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환경 중심적 경영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업이 나서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그린경영 추진 과정에서 기업들의 환경관련 비용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트랜드 1. 그린경영 관련 비전 선포하고 경영전략에 적극 반영...장기적 실천목표 수립

최근 기업들은 그린경영에 관련된 비전을 선포하며 기업의 경영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장기적인 실천목표를 세우는 것이 유행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기아차, 사람·환경 중심의 기업을 만든다며 '안전환경 경영'을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기아차는 사람과 환경 중심의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 아래 △안전환경 관련 법규 준수 △안전환경 리스크 최소화 △환경오염 배출 최소화 △안전이 내재화된 조직문화 형성 등 4가지 안전환경 경영방침을 선포하고, 2025년까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안전문화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효성의 그린경영 활동 소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그린경영 활동을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효성의 그린경영 활동 소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그린경영 활동을 홍보한다.

효성은 지난해 7월 초 '그린경영 Vision 2030'이라는 환경 비전을 설정하고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20.5% 감축이라는 목표를 발표했다.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해 배출 목표와 실적을 관리하고 있으며, 고유황연료를 액화천연가스 등으로 전환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주요 사업장별 특성을 반영한 인버터를 도입하는가 하면 각 종장에서는  폐기물 소각열을 생산공정에 재활용하고 있다.

롯데 각 계열사에서는 자원 선순환 실행을 위한 세부 계획을 세우고 친환경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월 폐플라스틱 수거 문화 개선 및 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루프(LOOP)'를 개시했다. 롯데월드는 지난해 4월 '필(必)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롯데월드 어드벤처 내 전 상품점에 친환경 생분해성 쇼핑 봉투를 도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월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애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한 '아이시스8.0 ECO'를 출시한데 이어, 올해 4월부터는 음료 몸체인 페트병과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 별도로 제거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에코 라벨'을 일부 음료 제품에 적용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 리더'라는 환경경영 비전을 수립했다. 기후변화 대응, 유해물질 관리, 청정생산, 효율적 자원 사용, 친환경 공급망 관리, 통합적 환경경영시스템의 6대 핵심 추진방향을 바탕으로 환경부문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전사 성장전략으로 '그린 밸런스 2030'을 도입했다. 그린 밸런스 2030은 경영 활동에서 환경 관련 부정적인 영향은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은 늘려 조화를 맞추는 것을 일컫는다. 단순히 배터리의 생산뿐 아니라 수리, 대여, 재사용, 재활용까지 생각하는 친환경 배터리 밸류 체인을 구축해 E-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자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석유와 화학 사업에서도 친환경 제품 개발, 생산 프로세스 개선 등을 하고 있으며, 최근 폐플라스틱을 분해해서 원료를 뽑아내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에 다시 투입해 플라스틱 원료로 만드는 혁신적인 기술도 전문 기업과 협력해 준비 중이다.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축소하고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환경 긍정 효과를 적극 창출하는 SK이노베이션의 비전 ‘그린밸런스 2030’.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축소하고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환경 긍정 효과를 적극 창출하는 SK이노베이션의 비전 ‘그린밸런스 2030’.

에쓰오일은 지난해 12월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추구해야 할 비전(미래상)으로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을 제시했다. 에쓰오일은 정부의 탄소 감축 노력에 맞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 로드맵을 수립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9월 탄소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 오는 2050년에는 작년과 비교해 약 70%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탄소중립 그린성장'을 선언했다. 공장의 증설 과정에서 늘어나는 탄소 배출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로 상쇄하면서, 기존 주유소 플랫폼 등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등 연관 사업 비중을 높여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그린수소 대량생산 체제 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1월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대체 가공육, 생활 폐기물 처리 등의 사업진출을 검토하기로 했다. 

트랜드2. 환경문제 해결 위해 직접 팔 걷어...질과 양 스케일도 커졌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삼성은 이 곳에 미세먼지연구소를 세웠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삼성은 이 곳에 미세먼지연구소를 세웠다.

과거에는 기업이 공장 가동으로 인한 오염물질을 줄이는데 급급하거나 보여주기식 단순 봉사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질과 양 측면에서도 스케일이 훨씬 커졌다는 평가다. 

삼성이 전국민의 골치거리 중 하나인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지난해 1월 종합기술원 내에 '미세먼지연구소'를 세운 것이 대표적 예다. 미세먼지 문제가 국민건강과 직결된 것인 만큼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혁신적인 연구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국내 7개 사업장과 31개 해외 법인과 함께 '지구촌 전등끄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대전지역 멸종위기종 살리기를 펼치고 있다. 대전지역 멸종위기종을 복원하여 지역 생태계 생물 다양성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복원 대상종 및 대상지를 선정해 서식지 환경 조성, 멸종위기종 방사 및 이식, 모니터링 및 시민 참여 독려를 위한 홍보교육 등을 병행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항만공사, 울산지방해양수산청, 사회적기업 우시산, UN환경계획 한국협회 등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자는 'Save the Ocean, Save the Whale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양에 버려지는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고자 민관이 손잡고 나선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부터 ‘IoT분리 배출함’을 마련해 폐기물 폐기물 발생과 재활용 문제를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여 해결해 나가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IoT분리 배출함을 설치해 참여자에게 포인트 제공, 분리수거 및 재활용 확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30개 협력사가 참여하는 '에코 얼라이언스(ECOAlliance)'를 지난해 출범시켰다. SK하이닉스와 30개 협력사들은 참여기업별 환경경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온실가스 폐수, 페기물 등의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일회용 폐기물 발생 제로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참여기업에 전문기관 컨설팅과 주기적인 담당자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5월 인공어초인 트리톤 100기와 트리톤 블록 750개를 울릉도 앞바다 수중에 설치해 약 0.4ha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했다. 트리톤은 포스코의 철강슬래그로 만든 인공어초 브랜드 이름이다. 포스코는 2000년에 그룹 산하 연구기관인 RIST와 함께 철강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인 철강슬래그를 재료로 한 인공어초 트리톤을 개발했으며, 바다숲을 조성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트리톤 어초 설치 전 선적 모습.
포스코 트리톤 어초 설치 전 선적 모습.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8년부터 임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한강변에 ‘현대모비스 정원’을 조성하는 '푸리미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5년 친환경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충북 진천군에 친환경 생태숲인 ’미르숲’을 조성한 바 있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에 108㏊(33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했다. 개장 이후 현대모비스는 미르숲에서 매년 다양한 공연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6년부터 환경 사회공헌 캠페인 ‘롱기스트 런’을 진행해왔다. 온·오프라인 결합된 롱기스트 런은 참가자가 전용앱을 통해 달린 거리를 기록하면 현대차가 나무를 심어 친환경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인천 청라지구 수도권 제2매립지에 친환경 숲 조성을 위한 식재 약 2만 그루가 심어졌다.

한화그룹은 대표적인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한화 태양의 숲' 캠페인을 통해 지난 10년간 여의도 면적의 4.6배에 해당하는 133만㎡에 약 50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지난 2012년 몽골 토진나르스 사막화 방지숲을 시작으로 중국, 한국 등에 지금까지 총 7개의 숲을 조성했다. 이렇게 조성된 숲은 해당 지역의 사막화 방지, 수질 정화, 대기 정화, 토사유출 방지와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트랜드3.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사로 등장 시작...지배구조도 보다 투명하게 개선 중

그린경영의 또 다른 축 중 하나인 사회와 지배구조에도 기업들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사회문제에 기업이 직접 개입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특히 SK그룹이 이 부문에서는 가장 앞선 모습을 보여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1월 1일 전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 인사를 통해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와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SK는 아동 결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복도시락 사업을 15년째 진행 중이다. 행복도시락은 SK가 결식아동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2006년 3월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부모의 실직, 질병 등의 사정이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주 대상으로 하루 평균 1만2000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도 혜택 대상이다. 행복도시락은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 1호점이 문을 연 뒤 지금까지 26개 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SK 행복도시락 이미지
SK 행복도시락 이미지

이 밖에도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몇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현대모비스는 지역 아동센터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천연 원목사물함 265개를 제작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아동센터 10곳에 전달했다. 야간보행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야광 반사인형 69개를 제작해 지역 아동센터들에 전달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사회문제가 된 아파트 층간 소음 해결을 위해 ‘층간소음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다. 확보된 기술은 지속적인 실험과 검증을 통해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사회적 기업 판로를 지원해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공식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에 친환경·윤리적 기업의 상품을 판매하는 `그린프렌즈관`을 열었다. 70개 사회적 기업이 입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만지는 시계`를 만드는 `브래들리 타임피스`, 발달장애인과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동구밭`, 플라스틱 폐기물 절감을 위해 친환경 소재인 대나무로 칫솔을 생산하는 `닥터노아` 등이 대표적 브랜드다. 현대백화점은 사회적 기업들을 돕기 위해 입점 수수료도 5~10% 저렴하게 책정했다. 

현대제철은 각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사회 에너지 저감을 지원하는 ‘희망의 집수리-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올해로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평소에 버려지는 커피박을 모아 화분, 연필 등의 생활용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2020 지역사회공헌인정제 인정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지배구조도 매년 조금씩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기준 20개 주요 기업 중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여덟 곳이었다.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진 징표라는 게 ESG 평가기관의 공통된 주장이다.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이 2019년 임원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보상위원회를 새로 꾸린 것도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기업들이 부담해야 짐 무거워...현실성 있는 정부 지원책 필요

하지만 그린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짐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환경 이슈로 기업 운영에 치명타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19년 있었던 '고로 가동중단' 사태다. 충남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에 대해 '블리더(bleeder)'개방으로 오염물질이 무단 배출됐다며 10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도 같은 문제로 포스코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제2고로에 대해 조업 정지 10일을 사전 통지했다.

현대백화점 '그린프렌즈'

블리더는 고로 내부의 압력을 빼내 폭발을 방지하는 안전밸브의 일종이다. 고로는 멈췄따가 다시 재가동시키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리며 조 단위의 손실이 예상됐다.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없이 지자체들과 환경단체들의 압박에 고로가 가동 중단할 뻔 했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다행히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조업정지 처분을 면하게 됐지만 잘못된 환경 규제로 인해 기업 경영이 휘청거릴 수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수립할 때 업종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환경 관련 비용이 점차 커지는 점도 기업들의 골머리를 썩게 하는 부분이다. 기업들이 그린경영을 고려해 시설투자를 할 때 온실가스 저감장치 등 다양한 설비를 추가하면 실적에 당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용이 추가되면서 생산효율을 낮추기 때문이다. 매년 커져가는 환경비용으로 경영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안그래도 불황으로 어려운 기업들에게는 이러한 환경 관련 비용이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고로 가동중단 사태를 겪은 철강업계의 예를 들면 현대제철은 온실가스 저감과 환경개선에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약 4900억원을 투자해 제철소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약 5100억원을 투자했는데 내년부터 2025년까지 4900억원을 추가로 투자키로 했다. 1조원의 비용을 환경비용으로 쓴다는 것인데 올해 예상되는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1142억원에 불과하다. 포스코도 2024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 35% 저감'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2019년부터 향후 3년간 1조 800억원의 환경투자를 진행키로 했다. 올해 예상되는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Net Zero)을 선언하면서 포스코,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탄소 저감을 선포하고 나선 상황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만 연간 7조 달러(7565조6000억원)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에너지 전환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하고 있다. [KBS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하고 있다. [KBS 캡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기요금 체제개편은 기업들의 그린경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올해 1월부터 적용되는 새 전기요금 체계는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연료 가격에 맞춰 전기 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와 전기요금에 포함된 환경비용을 별도 고지하는 ‘기후환경요금 분리·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탈석탄·신재생에너지 확대 비용을 전기요금에 포함시키는 한편, 유가 등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을 따라 인상하고, 내려가면 인하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탈석탄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비용을 전기요금에 포함시키면서 향후 기업들이 내야할 전기요금이 눈덩이처럼 커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자동차, 발전, 철강 등의 업계는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여기에 기후, 환경요금 등을 추가로 부과하게 되면 중복과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경영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며 흐름이다. 우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그린경영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흐름을 깨지 않도록 형평성 있고 현실성 있는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린경영은 요새 화두가 되고 있는 ESG경영과 일맥상통하는 경영 이념"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늘어나는 비용문제와 정부 규제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기업들의 자발적 그린경영을 지원해 주는 형태로 가야하지, 규제하려는 형태로 가서는 찬물만 끼얹게 될 것"이라며 "업종별로 공정 변환 등 필요한 설비투자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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