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④] '그린 수소' 꿈꾸는 대기업들, 사업기반 구축 '한계'도
상태바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④] '그린 수소' 꿈꾸는 대기업들, 사업기반 구축 '한계'도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1.12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레이수소에서 수소 인프라 구축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들
수소경제, 그린수소 확충이 답… 재생에너지 확대 필수
그레이수소에서 그린수소로 전환 속도 높여야 '탄소제로' 의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를 공격할 즈음 많은 이들은 앞으로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시대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인류는 일개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새로운 삶을 강요받고 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 생태계 전반에 ‘역경’(逆境)을 넘어 ‘생(生)과 사(死)’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생(生)의 길’, 즉 활로(活路)를 찾아야 한다. 그 활로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에 영속성과 지속성을 주는 길이어야 한다. 백신이 코로나를 잠재울지라도 이미 달라진 우리의 삶 전반을 그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녹색경제신문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우리 경제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의 길을 찾고자 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활로는 ‘그린’(green)이다. 그린에서 일상의 삶을 영위케 하는 경제구조와 산업 생태계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산업계는 지금 ‘그린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 바이오의 첨단산업은 물론 자동차 제철 조선 등 전통 제조업계와 유통업계, 금융업계도 ‘그린’에서 영속성과 지속성을 찾는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을 길을 찾고 있다. 그 앞날의 길을 살펴보자. <편집자註>
 


-글 싣는 순서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①] 기업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든 '그린뉴딜', 기회인가 신기루인가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②] '그린경영'이 아니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는 시대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③] '그린모빌리티'의 핵심, 전기차·수소차의 미래는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④] '그린 수소' 꿈꾸는 대기업들, 사업기반 구축 '한계'도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⑤] 각광받는 '그린에너지' 영속가능성 확보하려면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⑥] 유통업계에 불어오는 '그린테일' 바람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⑦] '녹색금융' 꿈꾸는 금융업계, 탄소제로에 몸을 싣다


국내 기업들이 미래사업으로 수소 인프라 구축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기업인 포스코와 한화, 두산 등이 잇따라 수소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유럽연합(EU)이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세계도 수소 경제에 주목하는 추세다. 국내는 수소산업 육성 정책을 한발 앞서 펼쳐왔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다만, 그린수소를 위한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하고, 그린수소 개발, 운반, 수송 등에 정책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석연료를 통한 생산을 뜻하는 그레이수소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로의 빠른 전환이 수소 경제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표 굴뚝 기업 포스코의 변모

수소는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기상 조건에 따른 발전량 변동) 때문에 전력 생산이 많을 때 전력을 저장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한 뒤 남는 잉여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나온 수소를 저장해 놓는 걸 말한다. 저장된 수소는 나중에 전기와 열에너지 등으로 이용할 수 있어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꼽힌다.

수소는 이밖에도 쓰임이 많다. 철강, 화학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산업군에서도 수소를 이용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교통 부문에서도 탄소 배출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수소차를 뛰어넘어 배, 비행기, 기차 등에도 수소가 쓰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 1톤을 생산하는데 평균 1.83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철강업계의 탄소 배출량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라고 보고 있다. 철강 업계의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 없이 탄소 제로 달성은 요원한 셈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녹색경제DB]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녹색경제DB]

국내 대표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수소 경제 전략을 내놓은 건 그런 면에서 의미가 크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500만톤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2030년까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수전해)과 수소 추출 기술 등을 갖출 계획이다. 핵심 기술과 생산 역량을 조기에 갖춰 수소 사업을 그룹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단계적으로 2025년까지 부생수소 생산 능력을 7만톤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기업과 손잡고 블루수소(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한 친환경 수소)를 50만톤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그린수소는 2040년까지 20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그린수소 선도기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 청정에너지의 핵심인 수소를 주도적으로 생산,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한 국가 수소생태계 완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수소 사업 모델. [사진=포스코]
포스코의 수소 사업 모델.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현재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해 연간 7000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약 3500톤의 부생수소를 추출해 철강 생산 중 온도 조절과 산화 방지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공법'도 연구한다. 철광석에서 철과 산소를 분리하기 위해 탄소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공법으로 상용화되면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밖에 부생수소 생산 설비 증대, 수소 생산 핵심기술 개발 등의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화·두산, 재생에너지 수소의 시너지를 노린다

그룹 내 재생에너지 기반이 갖춰진 한화와 두산은 수소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은 그린수소 전략을 구체화해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량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위를 점한 태양광 분야와 수소의 결합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산이다.

한화솔루션은 '그린수소' 생산과 저장·운송·활용 등 수소 산업 밸류체인 전반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기존 사업을 통해 축적된 가성소다(CA) 전해조 기술을 바탕으로 2023년까지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 수준의 태양광과 수전해 기술을 토대로 그린뉴딜의 선도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충전소용 탱크, 트럭용 수소탱크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미국 고압 탱크 업체인 시마론(Cimarron)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사내 벤처로 출발한 시마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압 탱크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인수로 기존 수소 자동차용 탱크 외에 수소 운송 튜브 트레일러용 탱크, 충전소용 초고압 탱크, 항공 우주용 탱크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두형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 대표는 “이번 인수로 탱크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고압 탱크 시장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수소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 발전용 연료전지. [사진=두산퓨얼셀]
두산퓨얼셀 발전용 연료전지. [사진=두산퓨얼셀]

두산그룹 역시 두산중공업의 풍력 터빈 기술력과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을 더해 수소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1위인 인산형 연료전지(PAFC) 생산 능력에 더해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두산퓨얼셀은 △수전해(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 생산) △대형 모빌리티 △선박용 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사업에도 진출한다. 고분자전해질(PEM) 기술을 기반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충전소에 설비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3년까지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PEM 기술에 기반한 수소 버스·트럭용 파워 팩 시스템은 2024년 이후 사업화를 모색한다.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 역시 선박 업체와 공동 개발을 추진해 2024년까지 실증과 사업화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SK는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SK E&S를 중심으로 한 액화 수소, SK인천석유화학의 부생수소가 첫 단추다. 이어 블루수소(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와 그린수소로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줄줄이 참여… 수소는 대세가 될 수 있을까

대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지만, 지금까지 국내 수소경제 양상을 보면 한계점도 뚜렷하다. 가장 큰 우려는 현재 화석연료 기반 그레이수소에 역량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부생가스나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그레이수소 방식은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포스코와 SK 등이 그린수소로 가기 전 중간 단계로 내세운 블루수소 역시 국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최고 수준이지만, 경제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고 해도 수요처가 많지 않은 데다 저장 공간도 부족해서다.

위정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비용이 탄소 배출권 가격보다 비싸 CCS(탄소 저감 장치)를 설치할 유인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추출한 그레이 수소의 생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에서 약 10㎞ 떨어진 바다에 위치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진=한국해상풍력]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에서 약 10㎞ 떨어진 바다에 위치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진=한국해상풍력]

국내 수소경제가 수송·발전 등 일부 수소 활용 분야를 제외하고 생산·저장·운송·충전 등 인프라 분야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정부가 2020년 4∼5월 실시한 '수소산업 생태계 실태조사'를 보면 현재 수소산업은 중소기업이 86%를 차지하며 수소 활용 분야에만 기업의 70%가 쏠려있다. 그외 분야별 기업 분포율을 보면 수소생산이 3%, 충전이 6%, 저장·운송은 10%에 그친다.

지난 5년간 정부의 수소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2016년 544억원에서 2020년 124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활용 분야(52%)에만 투자가 집중됐다. 정부 ‘탄소중립’ 발표에 따라 대기업들의 사업 진출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린수소 인프라 역량 분야에서 정부의 지원 정책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국내 재생에너지 기반이 유럽연합(EU)·미국 등에 비해 뒤쳐졌다는 점도 현실적 한계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95%다. 유럽계 에너지 분야 전문 컨설팅업체인 '에너데이터'(Enerdata)가 2020년 8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2019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8%로, 44개 조사대상국 평균인 26.6%에 크게 못 미쳤다. 순위는 40위였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전문위원은 그린수소 이외의 수소경제 구축은 경제성도 떨어지면서 탄소를 배출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먼저,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 위원은 "그린수소를 하려면 재생에너지가 차고 넘쳐야 하고, 폭발성과 용기 반응성 때문에 저장과 운반 처리 기술도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국내 수소차 1위 등 수소경제가 앞서있다고 자평하는데, 그레이수소를 기반으로 한 거라 창피하게 생각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그린딜 정책을 내세운 유럽연합(EU)의 경우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에 수소경제 정책이 집중돼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EU 수소 전략은 2050년까지 최대 4700억유로(630조원)를 관련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중 수전해 설비와 수소 운송, 충전 등 인프라 확충에 약 1000억유로, 그린수소 제조를 위한 재생에너지 건설에 2200~3400억 유로를 투자한다는 목표다.

EU는 2024년까지 수전해 설비 6GW를 확보하고, 2030년까지 이를 40GW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린수소 제조단가를 현재 킬로그램 당 2.5~5.5유로에서 그레이수소와 같은 1.5유로로 낮추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내세웠다.

정부 역시 국내 수소 경제 정책 방향을 그린수소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 수소경제가 성공하려면 그린수소 기반 확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의 하락, 수전해 기술 확보, 생산과 저장·운송 등 관련 산업 제조업의 육성에 더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그린수소 제조업체들에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고, 전환 기간에는 그레이수소와 액화수소 생산시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장치를 의무화하고 비용을 정부가 분담하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며 "2022년 내놓을 수소연료전지 발전 의무화 제도에도 그린수소 비율을 적시하고, 향후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