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구현모 KT 체제 2년차 과제는 '통신 기반 플랫폼 사업자 비전'...'정통 KT맨' 시대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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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구현모 KT 체제 2년차 과제는 '통신 기반 플랫폼 사업자 비전'...'정통 KT맨' 시대 열까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12.26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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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 직급 대신 대표이사 사장 변경...정치적 외풍 막고 '국민기업 KT' 제고 숙제 맡아
-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앞세워 '탈통신' 본격화...코로나19 사태 속 실적 '글쎄'
- 구현모 "2025년 전체 매출 20조원, 통신과 비통신의 비중 5대 5 목표"

1년 전, KT는 구현모 사장이 대표이사로 추천됐다. 그리고 올해 3월 취임했다. KT는 민영화 이후 12년 만에 내부 출신 인사를 최고경영자(CEO)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KT는 그간 낙하산 CEO 등 정치권의 외풍으로 흔들렸다. 황창규 회장은 외부인사이지만 외풍을 막고 연임 포함 6년 임기를 마쳤다. 황 회장은 KT 내부 출신 CEO 시대를 열고 물러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구 대표는 황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KT 신입사원 공채로 33년간 '정통 KT맨'이란 자산으로 직원들의 긍정적 기대감이 있었다. 구 대표는 통신 기반 플랫폼 사업자로서 KT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구 대표는 내년이면 취임 2년차로서 이제 성적표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 그날

'포스트 황창규'에 '정통 KT맨' 구현모 대표이사 체제..."기업가치 높이는데 최우선"

2019년 12월 27일.

KT 이사회는 전원합의로 당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에 추천하기로 확정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KT 이사회는 KT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후보자 결정(안)을 보고받고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구현모 KT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한 것.

김종구 KT이사회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다”면서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 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T이사회는 KT '회장'이라는 직급이 국민기업인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수렴,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고, 급여 등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회장 직급은 지난 2009년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도입돼 10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구현모 사장은 2020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3년까지 3년이다.

하지만 대표 선출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구현모 대표가 전임 황창규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 신분이라는 우려였다. 또한 황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도 민주노총 등 반대 명분을 주기도 했다.

구 대표는 "취임하기도 전부터 그만두라는 얘기를 듣는 대표는 제가 처음인 것 같다"며 "지난 3개월 동안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KT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실감했고,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지만, KT에는 기회 요인이 많다고 생각하고 AI, 빅데이터, 5G 등에 기반하는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KT는 그간 쌓아온 디지털 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 핵심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KT그룹 사업에 역량을 모아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과 복수 사장 체제를 갖췄다.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은 박 사장이 맡았다.

KT는 대표 선임과 관련해 민영화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어왔다. 황창규 회장은 정권의 압박 속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6년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됐다. 황 회장은 마지막 낙하산이면서도 후임을 KT 내부 출신으로 선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구 대표는 12년 만의 ‘정통 KT 맨’이라는 점에서 직원들에게 긍정적 기대감을 갖게 했다.

황창규 전 KT 회장

구 대표는 1987년 KT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3년간 근무하며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황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고 이동통신 시장 경쟁력 확대 및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또한 정치적 외풍 등에 맞서 KT를 지켜야 하는 숙명도 안게 됐다.

◆ 그후

AI·클라우드·빅데이터 3총사 앞세워 '탈통신' 추진...'통신 기반 플랫폼 사업자' 변신

구 대표는 지난 3월 30일 대표이사 회장이 아닌 사장으로 취임했다. 연봉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취임 직후 실시한 인사에서 대외협력실 조직을 줄여 대표이사 보다 회사에 대한 전략 실행을 주문했다. KT 조직을 6개 광역본부 체계를 정착시켜 기업체질을 고객 중심으로 혁신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인력을 양성하는 등 내실을 다졌다. 이는 그룹 전체의 리스트럭처링, 계열사 이합집산 등 구조적 변화를 준비한 것.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

구 대표는 현대중공업, LG전자, 한국투자증권, 우리금융 등의 CEO들을 직접 찾아가 긴밀하게 사업협력 논의를 하며 굵직한 협약을 이끌어냈다. 현대중공업 등과는 인공지능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AI원팀'을 구성했다. 우리금융과는 '디지털 동맹'이라 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 협약을 맺었다.

구 대표는 그간 케이뱅크 증자 문제를 해결하고 KT 그룹사로 편입했다. 또한 유료 케이블TV 현대HCN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올해 6월 5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된 현대로보틱스와의 협력도 구체화하고 있다.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시작으로 제조업에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3총사를 앞세워 '탈통신'을 추진했다. 기업시장(B2B)을 공략하기 위해 'KT엔터프라이즈'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도입했다.

구 대표는 농어촌 외곽 지역에 대한 통신 3사의 5G망 공동투자를 주도하며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실적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만족스런 성과는 아니다. KT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실적은 17조70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매출 18조1466억원보다 2.4% 소폭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조173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8억원보다 1.46% 증가했다. 순이익은 6642억원으로 전년 6761억원보다 1.76% 감소했다.

이동통신 부문은 전년 대비 1% 증가하고 유선(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 부문은 3% 감소했다. IPTV 부문은 8% 성장했다.

구 대표는 기업 정체성을 새로 명명했다. 지난 10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Digico)로 변화한다고 선포했다. 규제로 점철된 통신분야 대신 미디어, 금융, 기업(B2B) 등 비통신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아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는 비전을 세운 것이다.

구 대표는 "통신사업자에 머물지 않고 '통신에 기반을 둔 플랫폼 사업자'로 바뀌어야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며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는 시점에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고객의 삶을 변화시키고,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끌자"고 주문했다. 구 대표는 '통신 기반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이자 플랫폼으로는 5G와 인공지능(AI)을 꼽았다.

구 대표는 "5G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과 연계해 다른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핵심 인프라"라며 "우리는 이를 통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그 잠재력을 현실로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구 대표는 이전 CEO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로 조직을 정비하고 '디지털'이라는 성장의 주춧돌이라는 놓아 KT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8년 11월 'KT아현지사 화재 사건'도 보상 및 재발방지책 등을 마무리했다.

구 대표는 지난 11월 주가안정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구 대표는 스스로 지난 3월과 12월 세차례에 걸려 총 9500여주의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 또한 자회사 분사와 상장을 통한 가치 재평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정도면 구체적 성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구 대표는 지난 11월 AT&T, 버라이즌,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가 참여하고 있는 이동통신업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이사회 멤버에 선임되기도 했다.

 

◆ 그리고, 앞으로

'텔코(Telco)'에서 '디지코(Digico)'로 가는 가능성 발견...구현모 취임 2년차 과제 '산적'

"2025년 전체 매출은 20조원이 되고, 이 중 통신과 비통신의 비중은 5대 5가 되는 것이 목표"

구 대표가 밝힌 KT의 미래다.

구현모 대표는 "2025년 전체 매출은 20조원이 되고, 이 중 통신과 비통신의 비중은 5대 5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지난 12월 2일 열린 '2020 KT인상 시상식'에서 "올해 디지털 혁신(DX), AI 원팀, 한국판 뉴딜 대응, 용산 IDC 가동, 케이뱅크 정상화 등 '텔코(Telco)'에서 '디지코(Digico)'로 가는 가능성을 발견한 한 해였다"며 자평했다.

KT는 지난 12월 11일, 통신기업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구 대표와 '투톱체제'를 이뤄왔던 박윤영 기업부문장(사장)을 비롯한 대폭적인 교체 인사가 이뤄졌다. 엔터프라이즈부문장에는 IT 전문가인 신수정 부사장이 맡았다.

탈통신을 위한 기업간거래(B2B) 및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부문도 크게 강화했다.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에 힘을 싣기 위해, 각 지역에 분산된 법인 영업조직과 인력을 통합했다.

AI/DX융합사업부문도 대폭 강화됐다. 전홍범 부사장 대신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이었던 송재호 전무를 AI/DX융합사업부문장 및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로 선임했다.

AI/DX융합사업부문 산하에는 KT랩스(KT Labs)를 새롭게 선보인다. KT랩스는 ‘통신’ 카테고리를 넘어 KT가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개척자’ 역할을 맡는다. 또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AI컨택센터(AICC) 사업 활성화를 위해 AI/빅데이터사업본부 산하에 AICC사업담당을 신설했다.

그동안 KT그룹의 혁신을 주도했던 미래가치TF는 '미래가치추진실'로 격상했다. CEO 직속조직인 미래가치추진실은 미래사업 추진의 가속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전략 수립과 투자를 맡는다.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ABC)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김채희 상무를 KT그룹의 전략을 총괄하는 전략기획실장으로 중용했다.

특히 구 대표는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사장을 맡아, 구현모 대표이사와 함께 총 세 명의 사장이 KT를 이끌게 됐다.

KT는 "혁신적인 조직과 인사를 통해 ABC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며 "고객과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젊고 새로운 KT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내년 취임 2년차를 맞아 이제 성적표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KTH와 KT엠하우스 합병을 통한 디지털 커머스 강화 등 그룹 재편도 과제다. 이외에도 신사업 부문 분사를 통한 상장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부동산 분야 KT에스테이트나 BC카드, 인터넷뱅킹 '케이뱅크' 등의 기업공개(IPO) 추진도 관전 포인트다.

구 대표는 지난 11월, 아래로부터 혁신(바텀업, Bottom-up)을 강조하며,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는 시점에,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고객의 삶을 변화시키고,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당당하고 단단한 KT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KT가 민영화 이후 정치권 외풍, 낙하산 인사 등에 ‘CEO 리스크’가 컸던 만큼 내부 출신 CEO로서 구 대표의 상징성은 크다. KT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안착하고 대한민국 통신산업의 미래를 열어갈지 구 대표에게 맡겨진 숙제가 만만치 않은 이유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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