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별 기고①] 한국 방위산업의 현재와 미래...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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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별 기고①] 한국 방위산업의 현재와 미래...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장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12.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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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일 교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혼돈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류 문명과 시대상을 뒤바꿔놓는 초불확실성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존 질서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와 충격을 던졌다. 각국의 국방 및 안보 분야도 예외없이 급격한 파장과 영향을 겪게 됐다.

오늘날 인류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 속에 전통적인 국방과 안보의 개념까지도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미래 국방’에 대한 전망과 대응책 마련을 모색하기 위해 분주하다.

국가의 존립과 번영을 위한 최우선 가치를 찾는다면, 바로 ‘안보’일 것이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듯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굳건한 안보태세와 방위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싸워서 이기지 못하는 군대는 국가 존망을 위협하고, 전쟁에서 패배한 국가는 주권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반세기 접어드는 한국 방위산업의 현주소와 철학적 사유

올해는 국내 방위산업은 태동된 지 50년을 맞았다. 지난 1970년 정부의 강력한 자주국방 의지로 국가 방위산업 육성정책이 추진되면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소총에서부터 전차와 함정,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직접 생산, 제조할 수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8개국에 불과한데, 이같이 눈부신 방위산업의 도약을 통해 ‘K-방산’이라는 명품 무기체계를 탄생시킨 것이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무기와 물자를 생산, 제조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방위산업은 한 나라의 군사력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올해 세계 군사력 순위 조사결과 발표에서 대한민국은 당당히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대한민국은 36년간 지속된 일제의 암흑기를 거치고, 해방 이후 민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한반도 전역은 폐허가 되었다. 6·25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지난 오늘날 전 세계 군사력 6위의 강대한 국가로 성장한 바탕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한국 방위산업 발전의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정부 관계자들과 방산업계 종사자들의 ‘애국심(愛國心)’을 바탕으로 한 투철한 사명감이 방위산업 성장과 발전을 촉진시킨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에 있어 일종의 고유한 문화(Culture) 또는 정체성(Identity) 혹은 이념(Ideology) 등 철학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무형의 산물들이 산업적인(Industrial) 발전에 공헌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처한 여건과 환경은 이러한 방위산업의 문화, 정체성, 철학(혹은 이념)의 부재 속에서 ‘방산비리’라는 미명 하에 수사, 조사, 감사 등의 이중삼중(二重三重) 거듭되는 겹겹이 감시와 규제로 인해 국가안보와 자주국방의 핵심인 방위산업 전반이 악화일로(惡化一路)를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자칫 한국의 방위산업이 레몬마켓(Lemon Market)으로 도태, 전락될 우려 속에서 새로운 인식과 접근을 모색하고, 국민적 불신을 해소해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국가 방위산업 중흥(中興)을 위한 문화와 정체성 재정립 노력이 절실하다.

기업이 위기에 처한 경우, 외부요인보다 내부의 기업 문화 또는 조직을 혁신하는 경영기법이 주효했던 것처럼 국내 방산업계 내부에서부터 자성과 성찰을 통한 각성이 요구된다. 건전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문화 캠페인 또는 정체성 재정립 운동 등을 통해 산업 활력의 원동력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상생과 도약 위한 첫걸음으로 뉴디펜스 시대 함께 모색해야

올 7월 미국에서 출간된 '삼성 라이징(Samsung Rising)'은 ‘파이낸셜타임즈 최고 경영학 도서상(McKinsey Best Business Book Awards)’을 수상했다. 이 책의 저자인 제프리 케인(Geoffrey Cain)은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한국에 직접 거주한 경제 전문기자로서 외국인이 바라 본 삼성이라는 한국 기업의 위상이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기적과 같은 성공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냈다.

책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삼성이 방위산업을 포기한 이유와 배경에 대한 연구가 후속으로 진행 중이다. 외국인의 눈에 세계 최고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삼성 그룹이 지난 2015년 한국 방위산업에서 철수한 연유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는 것을 보면, 내국인의 시각에서 필자도 납득하기가 어려운 불편한 진실에 외국인 기자의 의구심이 논리적으로 합리적인 궁금증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삼성마저도 포기한 한국 방위산업을 국내 기업이 순진하게 애국심만으로 방위산업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 믿는 것은 그야말로 생존이 걸린 방산업체를 비롯한 방산업계 종사자들뿐인지 되묻고 싶다.

기본적으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방위산업은 오로지 정부만을 유일한 수요자로 하기 때문에 제조업종 업황과 정부 재정지출 기조에 따라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다. 앞으로 제조업 가동률 저하와 정부 복지 및 방역예산 비중이 늘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제 국내 방위산업은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강구해야 할 정도로 전망이 어둡다.

따라서, 정부와 방산업계는 다시 한번 ‘원팀(One Team)’으로 이인삼각(二人三脚) 경기처럼 함께 호흡을 맞춰 한국 방위산업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퀀텀점프(Quantum Jump)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나 표준을 뜻하는 뉴노멀(New Normal)로서 안보와 경제, 기술이 융합된 뉴디펜스(New Defense) 시대에 걸맞은 '평화를 만드는 미래 국방(New Defense, Shape the Future)'을 지향하도록 정부와 방산업계가 상생과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해 나아가길 바란다.

 

글쓴이 최기일(40) 상지대 교수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영입인재 11호'로 잘 알려졌다. 대한민국 방위사업학 박사 1호다. 국방대, 건국대, 미드웨스트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상지대 군사학과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장관 표창 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수상실적이 있고, 고등학생 시절부터 50회가 넘는 헌혈로 대한적십자사로 부터 헌혈유공자 금장과 총재표창을 수상했다.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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