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효성 조현준, 회장 승진 이후 4년...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치고 나가다 
상태바
[그날 그후] 효성 조현준, 회장 승진 이후 4년...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치고 나가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효성그룹 위기 때 '구원투수'...미래사업 포트폴리오 완성
- 조현준 "모든 사업에서 ‘그린경영비전 2030’ 기반으로 친환경가치 실현"

효성그룹은 창업주인 만우 조홍제가 일제강점기 당시 호세이대학을 졸업한 후 귀국하여 1942년에 군북산업주식회사를 설립, 정미업을 운영한 것이 시초다. 해방 후 1948년에는 삼성상회의 이병철과 공동출자로 삼성물산공사(현 삼성물산)를 설립하여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제일제당 사장을 역임하면서 삼성그룹에 종사하다가 1962년 삼성그룹에서 독립, 효성물산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효성그룹의 출발이었다.

이후 세월이 흘러 효성그룹은 2020년 현재 재계 순위 20위 권의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집단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를 4년간 이끌고 있는 인물이 조현준 회장이다. 조현준 회장은 탁월한 리더십과 높은 비전 공유를 통해 효성그룹의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아직까지 재판에 휘말리며 오너리스크에 노출되고 있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조현준 회장 체제에 이르러 효성그룹이 비약하고 있고, 앞으로도 미래가 밝아보인다는 점이다. 

효성 조현준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 그 날 

2016년 12월 29일 조현준 회장 된 날, 뛰어난 경영성과 바탕으로 한 예정된 수순 

효성은 2016년 12월 29일 조현준 사장을 회장으로, 조현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실시한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07년 1월 이후 약 10년 만에 승진했으며, 조현상 사장은 2012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약 5년 만에 승진했다. 그 동안 효성의 기술과 품질 경영을 이끌어왔던 조석래 회장이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대표이사는 유지하며,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에게 실질적인 경영을 지휘하도록 한 것이다. 

조현준의 회장 승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조현준 회장은 조석해 효성그룹 전 회장의 장남으로 이미 오래전 차기 수장으로 낙점받았다. 1968년 생인 조현준 회장은 1997년 29살의 나이에 효성T&C(현 효성)에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약 10년간 초고속 승진이 이뤄진다. 1998년 30살의 나이에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이사로 승진하며 첫 임원을 단다. 2000년 효성 전략본부 상무, 2001년 효성 전략본부 전무, 2003년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에 오른다. 2007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해 효성 무역PG장과 섬유PG장을 겸직했다. 조현준 회장이 사장을 단 나이는 39세였다. 29살에 입사해 10년 만에 사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2017년 1월부터 조현준은 회장직에 오른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

조현준의 회장 승진에는 오랜 기간 보여왔던 경영성과가 밑받침이 됐다. 조현준 회장은 1997년 전략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성과 중심의 PG/PU 시스템을 구축하며 현재 효성 조직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했다. 조 회장이 2007년부터 맡아온 섬유PG는 현재 효성그룹 영업 이익의 40%를 차지할 만큼 회사의 성장을 리드하고 있으며 특히 주력 사업인 스판덱스 부문의 경우 2010년 세계 시장 점유율 23%로 세계 1위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시장 지배력을 높여왔다. 그 결과 2016년 당시 점유율 32%로 2위와 격차를 벌리며 글로벌 No.1 스판덱스 메이커로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일찌감치 “스판덱스 사업의 글로벌 No.1을 위해서는 우선 중국 시장부터 공략해야 한다”며 직접 C(China)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중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 베트남 생산 기지 구축을 진두지휘함으로써 2년 연속 최대 실적 달성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또 2014년부터는 2011년 이후 3년간 저가 수주와 원가 상승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중공업 부문의 경영에 본격 참여해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 스태콤·ESS·HVDC 등 신사업 확대’를 주도하며 흑자 전환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중공업 부문은 2015년 1522억 원의 영업 이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현준의 회장 승진은 효성이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현준의 회장 승진 발표가 있던 2016년 말 효성그룹은 또다시 오너리스크에 휩싸여 있었다. 

2016년 조석래 회장은 장남 조현준 사장과 핵심임원 등 4명과 함께 조세포탈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2016년 1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재판부가 건강 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면했다. 검찰이 구형한 10년형보다 형량이 낮은 것은 배임·횡령과 상법 위반에 대해서 무죄로 판단되고 조세포탈 혐의만 인정됐기 때문이다. 효성측은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와 금융권의 강요에 효성물산과 합병해 떠안은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회계분식과 조세포탈이 불가피하게 발생했고, 사적 이익을 취한 적도 없다"며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됐다. 

이러한 오너리스크는 이미 2014년에 본격 발발한 바 있다. 2014년 있었던 이른바 '형제의 난'이다. 둘째였던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6월 조석래 전 효성그룹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효성 사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효성그룹 계열사 두 곳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며 이후에도 같은 해 10월 조현준 회장을 직접 고발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조현문이 형제의 난을 일으킨 것은 후계 구도에서의 분쟁 때문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조석래 회장은 세 아들에게 그룹의 각 계열사를 나누어 맡기고 성과가 가장 좋은 사람에게 그룹을 물려주겠다고 하며 아들들을 경쟁을 시켰다. 중공업 부문을 맡은 조현문이 처음엔 잘 나가는 듯 보였으나 결국 회사에 손실을 입혀 후계구도에서 멀어지자 이와 같은 일을 벌였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조현문 변호사 측은 조씨 일가의 불법 정황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나라도 총대 매자는 심정으로 나서게 됐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이런 갈등으로 현재 조현문 전 부사장은 효성 일가와 사실상 남남이 된 상태다.

2014년 형제의 난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지 2년 만에 조석래 전 회장과 조현준이 재판을 받게 되며 오너리스크가 커진 효성은 조현준을 회장으로 승진시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한다. 또 2017년 당시 조석래 회장이 82세로 고령이었던 만큼 조현준의 회장 승진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 그 후

지주사 체제로 변화...기업가치 제고에 역량 집중

어지러운 형국 속에 조현준은 회사를 키우겠다는 굳은 각오로 회장직에 임한다. 회장을 단지 4년의 기간동안 조현준은 '초격차' 전략을 펼치며 효성그룹을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1월16일 49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에 올라 거의 4년 만에 효성의 미래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2018년 6월 1일 효성은 서울신라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존속법인 지주회사와 4개 사업회사의 사내외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지주회사체제를 출범시켰다.

조 회장 취임 이후 가장 결정적인 변화를 꼽는다면 지주사로의 체제변화다. 효성은 지난 6월 1일 자로 존속법인 지주회사와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이 분할로 효성은 지주회사인 (주)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주), 효성첨단소재(주), 효성중공업(주), 효성화학(주) 등 5개사로 나뉘게 됐다. 조 회장은 또한 (주)효성 최대주주이자 대표로 책임경영을 하고 사업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지주사인 (주)효성은 출자 회사로서, 100년 효성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다수익 사업포트폴리오 구축과 브랜드가치 제고 등에 집중하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됐고, 4개의 사업회사는 전문경영인이 책임지는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게 됐다. 지주사 전환으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 중심의 그룹 지배력도 대폭 상승했다. 인적분할 당시 지주사 (주)효성이 보유하던 4개 자회사의 지분은 각각 5.26%였지만 지분 스왑을 통해 (주)효성은 4개 자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게 되면서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확고해지면서 기업 가치 제고에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됐다. 

사실 효성은 글로벌 첨단소재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낯설지만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자동차안전벨트 원사, 에어백, 로봇, 탄소섬유 등 미래에 각광받는 제품들로 가득하다. 조현준은 회장은 기업분할을 통해 이를 5개 사업영역으로 나누어 전문화시키며 향후 100년 기업이 될 토대를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나타났다. 각 사업회사별로 전문성이 대폭 강화되면서 효성 포함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주력 5개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년 만에 다시 1조원을 넘어섰다. 효성은 지난해 주력 5개 회사의 총 매출은 18조119억원, 영업이익은 총 1조10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 2016년 매출 11조9291억원, 영업이익 1조163억원으로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이후 3년 만이다. 올해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코로나19로 스판덱스 등 섬유 수요가 크게 늘면서 효성티앤씨를 중심으로 한 자회사들의 실적 견인이 예상된다. 

조현준 회장이 취임 후 가장 강조해 온 것은 '고객'과 '기술'이다. 조현준 회장은 평소 “해답은 고객에게 있다”며 ‘VOC(Voice Of Customer)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러한 고객의 목소리는 데이터화되서 각 계열사에 반영된다. '기술 경영 전략'도 조현준 회장에 들어서 더욱 강화됐다. 조현준 회장은 "세계 1등 제품이 곧 세계 1등 기술이라고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며 품질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1989년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시로 연구개발에 착수한 효성은 1990년대 초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스판덱스 사업부문은 90년대 흑자전환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또한 2010년 마침내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해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조현준 회장이 총 400억원을 투자해 브라질 스판덱스 공장 증설을 결정하면서 세계 1위 스판덱스 초격차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효성은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세계 시장 점유율 45%의 절대강자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과 주행성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섬유 재질의 보강재로, 자동차의 안전과 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효성은 1968년 나일론 타이어코드, 1978년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으며, 이후 아라미드, 라이오셀 등 다양한 소재의 섬유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 비드와이어를 개발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쉐린 등 글로벌 고객에게 장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No.1 타이어코드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효성의 안전벨트용 원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세계일류상품 중 하나다.

효성은 1986년부터 고기능 산업자재 분야에 진출하여 산업용 고강력 폴리에스터 얀(Yarn, 방적사)을 생산 중으로, 특히 자동차용 시트벨트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효성의 시트벨트용 원사는 엄격한 외관 관리, 탁월한 내마모성, 우수한 염색성의 품질 특성을 자랑하며 전세계 시트벨트 제조업체에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에어백 시장에서도 효성이 글로벌 1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효성은 2011년 글로벌 최대 에어백 원단 메이커인 GST(Global Safety Textiles)를 인수했다. 효성은 원사부터 완제품까지 에어백의 모든 제품을 제작,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며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공격적 투자도 병행 중이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 8월에는 2028년까지 탄소섬유에 1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 기지를 만들기로 했으며, 최근에는 스판덱스 초격차를 위해 터키에 이어 브라질 생산 공장 증설에도 나섰다. 

지난해 8월 20일 오후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 투자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조현준 회장.

조현준 회장의 기술 경영은 임원인사에도 반영됐다. 기술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물들로 계열사 최고 경영자 자리를 채웠다. 효성 계열사CEO들의 평균 나이는 64세로 1명을 제외한 6명 모두 섬유공학과 화학을 전공한 이공계 전문가들이다. 지역과 출신은 크게 따지진 않았으나 부산과 경남 지역들이 많았다. 이는 효성그룹의 모태가 울산지역으로 주로 TK(대구, 경북)지역 사람들이 많이 지원했던 것으로 분석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CEO 중 4명이 효성에 평균 41년을 재직한 ‘정통 효성맨’들로 꾸리며 조직 안전성을 꾀했다. 

조 회장은 회장 취임 후 해외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취임 이후 4년여간 베트남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조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베트남을 중심으로 집중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의 베트남 소재 주요 해외법인인 효성비타케미칼과 효성동나이는 2017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4년여간 약 9억4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베트남은 효성의 핵심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글로벌 복합 생산기지다. 때문에 조 회장은 베트남 총리와 부총리 등 고위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만남 등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조 회장은 대다수 한국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추진했던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인건비 상승을 고려해 베트남을 새 투자처로 삼았다. 2007년 베트남 연짝 공단에 효성 베트남 법인을 세우며 처음 진출했고, 2017년부터 조 회장 주도로 집중투자가 이뤄졌다. 현재 투자가 진행된 투자에 내년까지 투입될 금액까지 고려하면 총 15억 2100만 달러로, 1조7317억 원에 달한다.

조 회장은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가 하면, 각 해외 사업장과 관련된 최고 지도자나 경영자를 만나 현장 경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 회장은 미국, 일본 등지의 오랜 유학 생활을 통해 글로벌 감각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어, 일어뿐 아니라 이탈리아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 3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6일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에게서 선물받은 미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 사인이 적힌 야구 배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직접 해외 영업에도 나서며 실질적인 성과까지 냈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 11월 멕시코 정부가 발주한 대규모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을 수주한 건이다. 효성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효성TNS가 최근 'Rural ATM 프로젝트'에 필요한 ATM 8000대(2030억원 규모)를 전량 수주했는데 조 회장이 직접 주도한 프로젝트다. 이 건으로 조 회장은 멕시코 대통령까지 접견했다. 작년 11월 6일 조 회장은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예방하고 멕시코 정부의 핵심 복지 정책인 'Rural ATM 프로젝트'를 포함한 폭넓은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조 회장은 현재 대기업들의 화두인 ESG 강화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상당한 성과를 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친환경 제품,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운영,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한 소통 노력 등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실제 효성그룹의 '3인방'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은 지난 12월 14일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가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과 효성중공업㈜ 역시 A등급을 획득하는 등 2018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받은 첫 평가에서 전 계열사가 모두 A등급 이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조 회장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대표위원 자리를 사외이사에게 넘겨 독립적으로 선정될 수 있게 하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부당한 내부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투명경영위원회도 설치했다. 조 회장은 또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보,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현황, 배당과 이사회 정보 등도 공개해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했다.

효성기술원에서 한 직원이 탄소섬유의 품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효성기술원에서 한 직원이 탄소섬유의 품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조 회장의 친환경 경영도 주목할만 하다. 효성은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설립하고 탄소섬유에 투자를 늘렸으며 재활용 섬유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경영을 추진했다. 조 회장은 “효성은 모든 사업에서 ‘그린경영비전 2030’을 기반으로 친환경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 소재,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린경영비전 2030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usiness As Usual: 의도적인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 지금 추세로 진행할 때 2030년 배출될 온실가스 총량) 대비 20.5%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한 것이다. 각 계열사별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다양한 공정들을 친환경적으로 설계 및 개조하는 일도 이뤄지고 있다. 

효성그룹은 코로나19 대폭락장(3월19일) 이후 급속도로 주가 회복에 성공한 기업 중 하나다. 효성그룹의 1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3월 2조2993억원에서 12월 5조1737억원을 기록하며 2.25배가 뛰었다. 효성화학이 304%, 효성티앤씨가 244%, 효성첨단소재가 331% 올랐으며 효성중공업은 이 기간 691%나 껑충 뛰며 10개 상장사 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린경영비전 2030’을 바탕으로 친환경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소재·비즈니스 모델을 지속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현준 효성 회장의 미래 안목이 빛을 발했다. 마스크부터 수소·풍력·디지털 뉴딜까지 최근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든 요소가 계열사에 고루 포진돼 있다. 

이렇게 조 회장은 조석래 전 회장이 닦아놓은 그룹 기반을 물려받고 훌륭한 경영으로 기업 가치를 대폭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분명한 옥의 티가 있다. 기업경영 과정에서 있었던 과오는 아직 씻겨지지 않았으며 효성은 여전히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조현준 회장 본인이 재판에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191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16억여원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이보다 줄어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조 회장은 항소했고 2심 재판 결과는 올해 11월 25일에 나왔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현준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미술품 38점을 효성의 '아트펀드'가 비싸게 사들이도록 해 아트번드에 12억대의 손해를 입히고 차익을 얻은 혐의(업무상 배임)를 유죄로 본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다른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1심 그대로 유지됐다. 조 회장의 지인들에게 허위 급여 총 16억여원을 지급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만 유죄로 인정됐다. 

집행유예로 결과가 나면서 조 회장은 다시금 효성그룹을 이끌고 나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 회장은 자신의 개인 회사를 살리기 위해 효성그룹의 자금을 이용하고, 이를 통해 45억여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도 기소돼 별도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 그리고 앞으로 

과오 인정하고 정도경영 통한 성과로 100년 기업 그리는 조현준

조 회장은 회장 부임이후 4년간 ‘백년효성’이라는 지속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밑그림 짜기에 주력했다. 앞으로는 청사진을 현실화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스테디셀러’인 스판덱스와 섬유에 이어 친환경사업도 ‘베스트셀러’로 키워야 한다. 그는 주력사업인 섬유를 중심으로 신사업 찾기에 집중해, 친환경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 특히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수소사업에 초점을 맞춘 만큼 앞으로의 성과가 기대된다. 

더불어 '그린 경영비전 2030'을 완수해야 한다. 조 회장은 모든 사업기반에 ‘친환경’을 결합할 것을 각 계열사에 주문했다. 계열사들은 이 비전에 따라 ‘환경보건안전(EHS) 위원회’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등의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에 친환경을 더하는 성장동력도 찾고 있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신사업 기회가 늘어난 만큼 조 회장이 탁월한 사업마인드가 어떠한 식으로 발현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재계에서는 금융사 매각으로 지주사 체제 문제를 해결한 조현준 효성 회장의 다음 행보는 오너 일가의 공정거래법 위반 리스크 해소를 위한 사익편취 문제 해결을 위한 작업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효성그룹 64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는 15곳,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32곳에 달한다. 6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 6월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효성은 47개 계열사가 공식적인 규제를 받게된다. 결국 효성 입장에서는 규제대상을 조금이라도 줄여 사익편취와 관련된 리스크를 꾸준히 줄여나가는 경영행보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정도 경영'을 약속했다.
조현준 회장은 '정도 경영'을 약속했다.

유능하지만 과오가 있는 조현준 회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올해 3월 조현준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 관련 국민연금의 반대를 받았다. 기업가치 훼손 이력과 기업가치 훼손 감시의무 소홀, 과도한 겸임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조현준 회장의 연임에 반대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조 회장은 70%가 넘는 찬성율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수많은 주주들이 조현준의 뛰어난 경영능력에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이다. 

조 회장 본인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2019년 6월 법정에 선 조현준 회장의 요청이 그의 현재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조 회장은 "저로 인해 많은 임직원이 고생하고 있고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된 것 같아 한탄스럽고 괴롭다. 지난 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선배들과 임직원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다.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도 조 회장은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준법·정도 경영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며 "제게 기회를 주시길, 선처를 베풀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그룹 오너의 배임·횡령으로 입은 기업이미지 타격과 추락한 신뢰 회복은 조 회장이 만들어낸 일이니만큼 본인의 손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조 회장이 과오를 인정하고 정도경영을 약속하며 효성그룹의 ESG 경영을 본격 전개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릴지라도 신뢰는 천천히 회복돼 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이병철, 이건희, 현대차 정주용, 정몽구 등 기업인들도 횡령 등의 혐의로 세간을 시끄럽게 했으나 지속된 정도경영 노력을 통해 지금은 모두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존경받고 있다는 것을 조현준 회장이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정도 경영'을 약속했다. 100년 효성을 만들어 갈 조 회장의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