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안갯속'...서울시의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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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안갯속'...서울시의 변심?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12.18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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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최종 합의 돌연 거부..."최종 매매 시점 확정 불가"
- 18일 서울시 관계자 "추가적인 법리 검토 거쳐 최종 답변할 것...지금도 협의 중"
-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 맞교환 대상으로 거론돼...지자체·주민 반발 거세

대한항공과 서울시 간 송현동 땅 매매 협상이 '안개 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반면, 서울시가 최종합의 서명을 코앞에 두고 돌연 변심을 한 까닭이다.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매매와 관련한 최종 합의서에 '계약시점 명시 불가'를 고집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도시계획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사기업을 상대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지적이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용도를 공원으로 변경하면서 대한항공 측이 서울시 외에 다른 곳에 매각하기 힘든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 연합뉴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송현동 땅을 둘러싼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갈등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현재로선 최종 합의에는 역부족이다.

권익위는 서울시가 지난달 25일 '계약시점 명시 불가'를 이유로 최종 서명을 거부하자 지난 8일 중재안에 '천재지변, 의회 부동의 등 불가피한 차질이 발생하면 관계기관이 협의해 정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서울시는 사실상의 중재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의혹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10일 권익위에 중재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법리 검토를 거쳐 최종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현재 계속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실무 협의 단계와 조정서 반영은 구속력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보니 추가적인 검토를 요청했던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사진 연합뉴스]

업계에선 서울시가 예산 등의 이유로 제3자(LH) 매각을 추진하면서 송현동 땅과 맞교환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력한 교환 부지로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이 거론됐고, 마포구를 비롯한 해당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지난달 20일 "마포구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 맞교환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다른 지역의 공원 조성을 위해 마포구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행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24일 상암동 입주민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시청 앞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앞장서서 원칙을 무시하고, 마포구 상암동 주민을 또 다시 희생시키는 계획에 주민들은 강력하게 분개한다"며 "행정농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부지 맞교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많은 갈등을 조기에 해결해 나갈 자신이 없어졌다고 본다"며 "이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정서에 토지 교환 시점을 내년 4월30일로 못 박는 게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급작스러운 입장 바꾸기에 유동성 확충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1조2000억원 자금 지원에 대해 2조원가량의 자구안을 이행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내년까지 이행해야 할 자구안에 송현동 부지 매각이 핵심인 만큼 조속히 매각 절차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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