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교수의 즐거운 골프룰]16.볼을 찾는 과정에서 볼이 움직이면 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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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조 교수의 즐거운 골프룰]16.볼을 찾는 과정에서 볼이 움직이면 벌타?
  •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 승인 2020.12.0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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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숲에서 볼을 찾은 뒤 샷을 준비하는 선수.
임성재가 PGA투어 경기 중 나무숲에 들어간 볼을 찾은 뒤 빠져 나오고 있다.

스포츠 중에서 구기(球技)종목은 둥근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다. 구기에서 구(球)는 둥근 공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둥근 땅도 지구(地球)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둥근 모양이 아닌 타원형의 공을 사용하는 미식축구의 ‘풋볼(football)’이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 풋볼은 요즘 대통령선거 결과로 떠들썩한 미국 대통령의 20kg짜리 핵폭탄 가방의 별명이 풋볼이다. 케네디 대통령시절 핵전쟁 작전명이 ‘드롭킥(dropkick)’이었기 때문에 그런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알루미늄 프레임 위에 검은 가죽을 덧씌운 이 서류가방 안에는 영화처럼 핵무기 발사 버튼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핵 공격 옵션 책자와 대통령 진위 식별카드, 안전벙커 리스트와 행동지침, 핵 공격명령을 전파할 수 있는 통신장치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둥근 지구위에 놓인 둥근 공은 약간의 경사만 있어도 구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구기 종목들은 구르거나 움직이는 공을 맞히거나 때리거나 차거나 한다. 하지만 골프는 움직이는 공을 건드리거나 정지한 공을 움직이게 하면 오히려 벌타를 받는다. 만유인력의 법칙과 지동설에 역행하는 스포츠다. 

골프규칙에서 ‘움직이다(moved)’란 정지했던 볼이 원래의 지점을 벗어나 다른 지점에 정지하였고, 누군가 그 볼이 움직이는 것을 실제로 목격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 볼이 원래의 지점으로부터 위아래 또는 수평으로, 즉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든 그 볼은 움직인 볼이다. 하지만 정지한 볼이 기우뚱거리기만 하다가 도로 원래의 지점에 정지한 경우에는 그 볼은 움직인 볼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스트로크 또는 스트로크를 위한 백스윙을 시작한 후 플레이어의 정지한 볼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는데 그대로 스트로크를 한 경우에는 그 볼을 움직이게 한 원인이 무엇이든 그 볼이 정지한 곳에서 플레이하여야 한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정지한 볼을 집어 올리거나 고의로 건드리거나 움직이게 한 경우, 플레이어는 1벌타를 받는다. 하지만, 퍼팅그린이나 규칙에 따른 구제나 마크 후 볼을 집어 올리거나 움직이게 한 경우에는 페널티가 없다. 또한 3분 이내에 볼을 발견하거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그 볼을 우연히 움직이게 한 경우에도 페널티가 없고, 퍼팅그린 이외의 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 제거와 같이 규칙을 적용하는 동안 우연히 움직인 경우에도 페널티가 없다.

2019 개정규칙 이전에는 플레이어가 볼을 찾는 도중에 볼을 움직이게 되면 1벌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볼이 우연히 움직일 경우 벌타는 없다. 골프규칙의 목적인 ‘코스는 있는 그대로, 볼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라는 원칙 적용과 플레이어가 자신의 볼을 찾기 위해 깊은 러프나 숲속, 낙엽 등을 헤집는 합리적인 행동이 볼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 현실적으로 결합된 조항이다. 

볼을 발견하거나 확인 도중에 우연히 볼이 움직인 경우에는 페널티가 없지만 움직인 볼은 제자리나 원래의 자리로 추정한 지점에 리플레이스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채 스트로크하면 일반페널티(2벌타)를 받는다. 

골퍼가 코스에서 분실한 볼를 로스트 볼이라고 하는데 시중에서는 이 로스트볼 1개당 몇 백 원에서 몇 천 원까지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면 골프장에서 잃어버린 볼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민법 제252조 1항 ‘무주의 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무주물의 귀속(無主物의 歸屬)에 관한 내용이 있다. 즉 주인이 없는 물건은 선점(先占)한 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원 소유주는 그 볼을 분실한 골퍼겠지만 로스트볼이 되면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은 대부분의 분쟁에서 인력투입 및 수거비용을 지불하는 골프장의 손을 들어줬다.

어느 날 조회장님과 함께 라운드 하던 동반자가 다른 골퍼의 볼이 벙커에 들어가자 찾아주는 척하면서 모래 속으로 볼을 밟아 버렸는데, 잠시 후 그 골퍼가 벙커 근처에서 볼을 찾았다고 하면서 샷을 했다고 한다. 물론 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함께 볼을 찾아준다고 해놓고 동반자의 볼을 지그시 발로 밟아 땅속에 묻어 버리고 가는 골퍼에게 배우 안성기는 ‘실미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를 쏘고 가라!”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golf@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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