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 "부동산세, 예측 가능해야...납세자 중심 조세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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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 "부동산세, 예측 가능해야...납세자 중심 조세정책 필요"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12.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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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부세? 걷은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세금은 특권층 아닌 공동체 위해 쓰여야"
- "한국 상속·증여세 부담 커...재벌·기업은 적이 아닌 한배 탄 동지, 세금보다 일자리가 중요"
- "3차 재난지원 핀셋지원? 소득파악 DB있어야...보편지급시 지원금 소득간주 과세해야"

세(稅)테크가 재(財)테크인 시대가 됐다. 정부의 살림살이가 커져감에 따라 예산과 세금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주택 가격이 오름에 따라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폭 오른 세금고지서에 당황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고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례없는 코로나19로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란도 결국은 세금문제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지난 2001년 1월 부터 꼬박 20년째 납세자를 위한 시민단체를 운영해오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1일 김선택 회장을 찾아 최근 논란이 많은 조세정책에 대해 물어봤다...<<편집자 주>>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사진=녹색경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사진=녹색경제]

 

▲ 최근 부동산과 관련해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우리나라의 종부세 부담은 어떤 수준인가

하나의 세목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낮다고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주의 조세관에 물든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미국은 소득세에서 재산세소득공제 해준다고 우리도 그렇게 해달라던지, 스웨덴과 같이 재산세를 폐지 해달라고 누군가 정부에 요구한다면 국가의 조세정책은 엉망이 되기 쉽다. 

세금은 단순히 한가지 세목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물가수준, 정부 신뢰수준 등을 전체적으로 봐서 균형감있게 결정돼야 한다. 납세자가 낸 세금이 낭비되고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이는 부당하다.

세금을 얼마를 내느냐에 앞서 납세자가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공직자들이 영수증없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가 여전히 많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에 어긋나는 일이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은 특권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쓰라고 내는 것이다. 공동체를 위해 세금이 쓰여질 때만 납세자의 의무가 성립하며, 특권층을 위해 세금이 쓰이는 경우에는 납세자의 조세저항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논란인 재산세의 경우, 별다른 소득이 없는 1주택 은퇴자에게 재산세를 인상하는 경우, 단돈 10만원도 그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하지만, 재산세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다. 만일 집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세금을 환급해 주나? 이는 모순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언론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주택)보유세가 적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전체를 보는 균형감각이 아쉽다. 

무엇보다도 세금은 납세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예측가능해야' 한다. 세금고지서를 받아들고 납세자가 황당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좋은 조세정책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정책, 특히 부동산 관련한 조세는 너무 많이 변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자체로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고 있어 큰 문제다. 이렇게 복잡하고 자주 변하는 조세정책과 법률로 돈을 버는 사람은 변호사와 세무사들이다. 

주택에 대한 보유세가 높아지면 임대 비용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 집주인이 실제 수요자인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상속세가 많다는 여론이 있다. 납세자연맹이 적당하다고 보는 상속세 기준은 어느 정도인지, 혹은 상속세와 관련한 별도의 입장이 있는지 궁금하다.

만일, 삼성이 스웨덴 기업이었다면 1주 1의결권이 아닌 기업주에게는 주당 의결권이 10~1000개인 황금주를 인정해주고, 상속세, 증여세가 없기 때문에 경영권승계와 상속․증여세를 피하기 위하여 편법과 꼼수를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 한국도 재벌이 적이 아닌 같이 배를 탄 동지라는 인식에서 스웨덴처럼 자본 친화적인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뿐만 아니라, 호주와 캐나다 같은 나라도 상속세, 증여세가 실질적으로 폐지됐다. 그 배경에는 기업을 살리는 것이 국가 공동체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지속적으로 내는 법인세가 한번에 내는 상속세나 증여세보다 더 유익하지 않나. 과도한 상속과 증여세로 수많은 중견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이 상속을 포기하고 기업을 매각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는 국가공동체의 입장에서 더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물론, 예외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실효성은 부족하다고 본다. 

한국의 상속·증여세는 부유세다. 부자들만 세금을 낸다. 배우자 공제금액이 6억원이다. 지난 2018년 상속·증여세를 낸 사람은 8449명에 불과하다.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금액은 7.4조원이었다.

반면 스웨덴은 지난 2005년 상속·증여세가 폐지됐다. 폐지 이전에도 스웨덴의 상속·증여세 비중이 전체 세수의 0.3%에 불과했고 배우자 공제액도 3500만원 수준이어서 집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속·증여세를 냈다. 당시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도 30%로 현재 우리나라(50%,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경우에는 65%)보다 훨씬 부담이 적었고 보편적으로 납세했다.  

상속·증여세의 축소와 폐지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조세정책도 친시장, 친기업적으로 변해가야 할 것으로 본다. 

 

▲최근 코로나19재확산과 관련해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선별지급과 보편지급 중 어느 편이 타당하다고 보시는지 말씀해달라.

1차 재난지원금과 같은 보편지급 방식은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문제가 있고, 2차 재난지원금은 핀셋지원이라는 표현과는 달리 정확한 소득파악이 어려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지원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 만났던 어느 커피숍 점주는 코로나19로 매출이 90%가 줄었다고 한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 이들 업종에는 휴업이나 폐업을 강요하는 셈인데, 논리적으로는 핀셋지원이 맞다. 

문제는 정부가 국민들의 소득을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하기로는 우리나라 경제의 20%가 지하경제다.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최고 2배에서 3배정도 높은 비율이다. 금액은 20% 수준이지만, 경제활동인구 대비 종사자 숫자로 보면 20%를 훨씬 넘을 수도 있다. 

김충화 한은 발권정책팀장도 지난 한은소식 2020년 11월호에서 IMF에서 추정한 한국 지하경제의 비중은 1991년 29.1%에서 2015년 19.8%로 꾸준히 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예를 들어 농민, 어민, 주식 소득자 등에 대해서는 국세청은 이들이 소득이 없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차피 세금을 걷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외에도 노점상이나 일용직 종사자 등 소득 파악이 어려운 업종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같은 업종이라도 장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르고, 같은 자영업이라도 전문직이냐 아니냐에 따른 소득 수준도 제각기 다르다. 

이같은 소득파악 자료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 핀셋지원은 말은 그럴 듯 하지만, 정확한 소득 파악자료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방식의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무소득층이나 최저소득층은 처음부터 소득파악자료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1차 재난지원금 지원방식을 적용하게 된다면 지원금을 소득으로 보고 과세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는 누진세이기 때문에 고소득자들은 납세액이 늘어날 것이고 무소득자나 저소득자는 납세부담이 없거나 적어서 소득에 따른 지원을 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납세자연맹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맹 운영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

사실, 연맹도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이 힘든 상황이다. 

연맹은 지금까지 20년 동안 정부나 공공의 지원없이 순수하게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해 왔다. 개인 기부금은 소득공제가 되기 때문에 도움을 받고 있지만, 기업의 경우는 소득공제가 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수익사업을 통해 재원을 보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부와 후원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자료=납세자연맹]

금년부터 시작한 주요 수익사업은 세무조사 교육 동영상이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세무조사 위험을 감소시키고 세무조사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줄여주기 위해 1년 반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10시간짜리 ‘세무조사 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USB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상당히 반응이 좋다. (웃음)

최근에는 한가지 수익사업을 추가했다. 조세판례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판매를 시작했다. 그간 연맹이 로스쿨 과정을 운영한 경험과 조세판례와 관련해 펴낸 책들을 바탕으로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5시간 짜리 교육 동영상을 만들었다. 유료로 판매하는 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납세자연맹 사무실 [사진=한국납세자연맹]
한국납세자연맹 사무실 [사진=납세자연맹]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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