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이드] 코오롱식 4세 경영? '성과 부족' 이규호 전무, 부사장 '고속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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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 코오롱식 4세 경영? '성과 부족' 이규호 전무, 부사장 '고속 승진'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1.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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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전무 2년 '실적 하락'에도 '성과 인정' 받아 부사장 승진
코오롱그룹 "이 부사장 승진 승계 구도와 관련 없어… 그룹 역량 강화 차원"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부문 부사장. [사진=코오롱그룹]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부문 부사장. [사진=코오롱그룹]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전무가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진행된 인사다. 이 전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부문(FnC)을 맡아 2년 연속 하락한 실적을 거뒀지만, 부사장 승진에 성공했다. 4세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해 실적이 나올 만한 계열사로 이동한 모양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6일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 결과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이규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하는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됐다고 발표했다.

1984년생인 이 부사장은 재벌가에서도 빠른 승진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15년 상무보로 승진해 당시 국내 100대 기업 최연소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 2년 만에 상무, 1년 만에 전무 직함을 달았다. 전무에서 부사장 승진까지 걸린 시간도 채 2년이 지나지 않았다.

코오롱그룹 측은 인사 발표에서 "이규호 전무는 그룹 패션 사업을 총괄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전환 작업 등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됐다"며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에서 성장하는 코오롱글로벌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승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 부사장이 지난 2년 동안 코오롱인더스트리 FnC에서 거둔 실적만 놓고 보면 코오롱그룹 측의 승진 이유가 궁색하다. FnC 영업이익은 이규호 전무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관여한 2019년 135억원, 2020년 1~3분기 -271억원으로 감소해 왔다. 계절적 성수기인만큼 4분기애 영업이익을 거두더라도 추세상 올해에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FnC는 이 부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7년 482억원, 2018년 39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지난 한 해에만 66%나 성장률이 하락했다.

이 부사장은 재직 중에 일어난 실적 하락에 대한 평가를 뒤로 한 채 내년부터는 코오롱글로벌에서 수입차 유통과 정비 사업을 담당하는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된다. 수입차 사업은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인 만큼 후계구도 안착을 위해 실적 하락 책임이 큰 FnC보다 부담이 덜했을 거라고 추측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판매 부문은 올해 1~3분기 매출 9523억원을 기록했다. 코오롱글로벌 내 매출 비중 35.4%로 건설 부문 52.4%와 함께 사업 부문의 두 축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2%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BMW 차량 가운데 24%를 코오롱글로벌이 유통하고 있을 만큼 탄탄한 매출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11일 코오롱글로벌이 코오롱오토케어스 지분 100%를 인수하며 이 부사장 부임 이전 사업 재편을 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의 자회사인 코오롱오토모티브와 코오롱아우토가 맡고 있던 볼보와 아우디 딜러 사업이 코오롱글로벌에 속하게 되면서 그룹 내 수입차 사업 힘을 실어준 셈이다.

코오롱그룹 측은 이 부사장의 실적 하락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고, 코로나19 위기가 닥치는 등 외부적 요인에 따른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부사장이 패션부문을 맡으면서 기존에 오프라인에 치중돼 있던 매출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걸 성과라고 봐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승진을 승계와 연결 짓는 관점에도 반박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은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이 부사장의 나이도 어려 승진은 승계나 후계 작업을 말한 단계가 아니"라면서 "이 부사장이 그룹의 주요 사업에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그룹 역량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승진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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