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방안으로 다시 한번 '한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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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방안으로 다시 한번 '한계' 노출
  • 황동현 기자
  • 승인 2020.11.27 1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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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 주도 구조조정, 방향 옳다 해도 절차와 방식에서 문제 발생
- KCGI,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장담하더니, 졸속 합병 추진" 비판
- 시민단체, "산업은행, 특정기업 지원·특혜시비·졸속매각 재연"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방안에 대해 항공업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여론 수렴절차에 대한 문제와 함께 특혜시비, 졸속매각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의 효력을 중지해 달라며 신청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사건의 1회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가처분신청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업계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가처분 인용 여부가 다음달 1일까지는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다음달 2일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라 그 전에 법원의 판단이 내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딜의 최대 논란거리는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제3자 유증은 기존 주주들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점에서 주주 배정 유상증자와 다르다. 제3자 유증이 완료되면 산은(지분율 10.66%)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율이 37.34%에서 47.33%로 확대된다. 45.24%인 KCGI·반도건설·조현아 3자연합의 지분율은 40.4%로 줄어든다.

인수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양대 구조인 현 항공산업을 ‘한진칼 → 대한항공 → 아시아나항공’의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인수해 총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동시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여기에 한진칼이 약 73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신주(63.9%, 유상증자 참여)와 3000억원의 사모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양대 항공사의 통합 말곤 항공업 구조조정 방안에 별다른 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19일 간담회서 "코로나 위기 직격탄으로 인해 전세계 항공운송업은 붕괴 위기에 처했고 우리 국적사도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며 "이제는 합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우리 국제항공운송업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칼 측도 "이대로 가면 국적항공사는 공멸한다. 경영권 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건 국책은행으로서 책임 회피"라며 "정부나 국책은행의 지속적 지원 없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KCGI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항공업 재편은 공정한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KCGI는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국책은행으로서 어떠한 결정도 존중할 것"이라면서 두 항공사의 합병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KCGI는 이해관계자 모두를 배려한 논의 과정이 부재했음을 비판하며 꼭 포함돼야 할 주체들로 주주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 국토부, 금융위, 공정위 등 관계 당국, 납세자이자 소비자인 국민, 항공업 내외부 전문가 등을 들었다.

이어 산업은행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KCGI는 "얼마전까지도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장담하던 국책은행은 가처분이 인용되면 딜이 무산되고 딜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을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주도한 이번 방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여당도 문제 지적에 가세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박용진·민병덕 의원 등은 지난 17일 공동기자회견문을 내고 “제3자 배정으로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 아시아나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은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진칼 사외이사(이사회의장)가 막후 중재역할을 했다는 기사가 있는데 특정 주주를 위해 이번 통합방안을 주도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양사의 통합추진은 오로지 항공산업 위기극복을 위해 추진되야 하며 주주들의 동의방안도 마련되야 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면밀한 기업결합심사와 항공업 독과점으로 야기될 소비자 후생 감소 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산은이 한진그룹에 8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결정에 대해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배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한진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권을 안정시키고, 항공산업 재편으로 독점적 지위까지 추가적으로 보장해주는 지나친 재벌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항공산업과 일자리를 위한 조치’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산은과 한진칼이 맺은 협약의 7가지 항목에는 일상적 경영권은 조 회장이 행사하지만, 산은은 거부권과 감독권을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 문구만 보면 조 회장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수도 있고,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에 대한 재산권 행사도 제한된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부를 투자 합의 위반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고 통합추진 및 경영성과 미흡시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기로 했다. 조 회장의 보유주식 시가는 총 2730억원으로, 이미 담보로 제공된 채무금액을 감안하면 실질 담보가치는 약 1700억원 수준(주당 7만원 적용)이다.

산업은행
산업은행 (사진=녹색경제신문)

업계는 이같은 갑론을박이 일어난 근본적인 배경에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과연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파산했거나 구조 개편을 해야 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산은은 이런 부실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도했지만 번번이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였다. 수년 전 현대상선 논란과 대우건설 매각 불발, 한국GM 사태,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이르기까지 산은에 대한 비판과 질타가 빠진 적이 없었다.

시장은 산은이 주도하는 '산업 구조조정'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투명한 구조조정 절차와 과정의 부재, 청와대·기재부·감사원 등 상급 기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위치, 산업 구조조정을 견인하기엔 부족한 결단력과 전문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산업은행은 출자전환 등으로 취득한 자회사에 대해 방만한 관리로 질타를 받아왔고 관치금융에 의한 기업구조조정이라는 한계와 논란을 초래한 '원죄'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그간 사실상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 지경이 되도록 그동안 뭐했냐"는 질타에 대해 산은은 할 말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번 양사합병과 관련해 27일 뒤늦게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동조합과의 대화를 공개 요청했다. 내주 있게 될 투자 실행과 후속절차, 고용안정 관련 노조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산업은행의 움직임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 실패를 결국 대한항공에 떠넘기면서 항공산업 독과점을 허용한 모양새가 됐다"며 “법원이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제기되는 비판들을 어떻게 극복해갈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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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젤 2020-11-27 17:15:44
역사에 부끄러울 졸속야합, 혈세낭비 중단
[국민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4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