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드러나지 않은 부실에 전전긍긍...충당금도 늘려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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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 드러나지 않은 부실에 전전긍긍...충당금도 늘려잡아
  • 김지우 기자
  • 승인 2020.11.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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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부실채권비율은 감소..대손충당금은 적립 늘려
-금융당국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등 조치로 연체율 하락 측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유예에도 한계가 있어 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
(왼쪽위부터)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상환 유예된 대출금은 차주의 신용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추후 부실채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드러난 부실채권비율은 하락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부실채권은 14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000억원 감소했다. 이 중 기업 여신이 85.5%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가계여신 1조9000억원, 신용카드 채권 1000억원 등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비율이 줄어든 가운데 대손충당금을 더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SC제일, 씨티 등 시중은행 6곳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을 보면 올해 3분기 기준 141.9%이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5%포인트(p), 전분기 대비 7.2%p 증가한 수치다. 

[자료=금융감독원]

대손충당금은 외상매출·어음 등 매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대비해 마련해 두는 금액을 말한다.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자본으로 충당해 두는 것이다.

시중은행 6곳의 총여신은 1181조7000억원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0.32%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 비해 0.09%p, 전분기보다 0.02%p 줄어든 수치다.

그와 동시에 시중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렸다. 여섯 은행의 평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41.9%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24.5%p, 전분기 대비 7.2% 늘어난 수치다. 

그중 두 항목에서 모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비율 0.68%과 대손충당금적립률 207.8%을 기록했다. 다만 전 분기에 비해서는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대손충당금적립을 6.4%p줄였다. 

씨티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7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해 실적이 악화된 상태다. 총수익은 299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 줄었다.

이자수익은 순이자마진(NIM)이 작년 동기보다 11.7% 감소해 2129억원인 반면, 비이자수익은 1.8% 늘어 87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9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9.01%로 0.5%p 올랐다.

그 다음으로 SC제일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01.5%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151.1%), KB국민은행(140.4%), 신한은행(132.0%), KEB하나은행(124.8%) 순이었다. 모두 전년 동기와 전분기보다 충당금 적립을 늘린 상태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의 조치에 따라 각 금융사들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대출 원금 상환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상환을 6개월간 유예했다. 이에 원래 요주의여신 이상으로 넘어갈 대출들이 정상으로 머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정상 ▲요주의(1~3개월 연체된 여신) ▲고정(담보 처분을 통해 회수 가능한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 ▲회수의문(손실발생이 예상되나 손실액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여신) ▲추정손실 등의 순으로 5단계로 분류된다. 대손충당금은 단계에 따라 정상은 0.5%, 요주의 1%, 고정 20%, 회수의문 75%, 추정손실은 100%를 적립하게 돼 있다.

이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린 상태다.

당장은 채권 회수에 문제가 없는 여신으로 평가됐지만 향후 유예 기한이 마감됐을 때가 문제다. 금융당국은 추가적으로 코로나19 피해 취약 개인채무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내년 6월 말까지 가계대출 원금 상환유예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은행 연체율이 낮음에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낮아지고 있었지만 대출 원금 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연체율 감소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원래 기한대로라면 요주의나 고정으로 넘어갈 여신을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에 따라 정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유예기간 이후에 연체가 발생한다면 기준 기간에 따라 부실채권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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