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생긴 KCGI 거센 공세...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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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생긴 KCGI 거센 공세...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진땀'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11.2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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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GI, 가처분 기각돼도 한진칼 이사진 교체 시도 예정
- 소액주주 "경제민주주의 훼손...탄원서 제출할 것"
- 산업은행, '재벌 특혜' 논란 지속되며 곤혹

대한항공-산업은행 간 '아시아나항공 빅딜'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KCGI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인한 첫 번째 고비를 넘겨도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5일 오후 5시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심문한다. 

산업은행에 대한 신주발행이 다음달 2일 예정돼 있어 심문은 이번 한 번으로 종결되고, 늦어도 내달 1일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KCGI는 지난 18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법원에 긴급히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산업은행과 한진그룹, 3자연합 등 이번 '빅딜'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은 법원의 심문기일을 앞두고 여론전을 치열하게 펼쳤다.

KCGI는 "산은이 발표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계획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밀실야합'"이라고 반발하면서 "가처분이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대출이나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항공업 재편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가처분 인용 시 대안은 없으며 인수 무산의 모든 책임은 KCGI에 있다"며 "연말까지 아시아나에 자본 확충이 되지 않을 경우 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 지정이 되는 것은 물론, 면허 취소까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상황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은 캐스팅보트 역할이지 조 회장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진 연합뉴스]

법원이 KCGI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양사간 통합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회사가 부채덩어리인 아시아나를 인수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KCGI 등 3자연합이 경영권 확보에 탄력을 받으면서 조 회장의 입지가 크게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도 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양사 통합이 완료될 때까지 KCGI 공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KCGI가 '주주 권리 사수'라는 '명분'을 등에 업은 만큼, 올 초 정기주총을 앞두고 벌인 난타전 때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KCGI 측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도 임시주총을 통해 한진칼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주총에 이어 이번에도 김신배 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CGI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소액주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날 한진칼 소액주주 모임은 보도자료를 내고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업 실사 한 번 하지 않은 채 과반의 주주 반대에도 조 회장의 이익을 위해 인수를 밀어붙이는 건 배임 행위"라며 "경제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산업은행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측이 약 41%, 3자 연합이 약 46%로 나머지 소액주주들은 10% 내외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3자배정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한 만큼 3자연합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재벌 특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전례없는 위기 속에서 '항공산업 재편'에 무게를 두고 빅딜을 추진했으나, 절차상의 문제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당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될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 빅딜'이 발표된 이후 지난 3월 한진칼 정기주총 때와는 여론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며 "지분을 40% 넘게 확보한 최대주주(KCGI 측)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묵살된다면 이들의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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