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교수의 즐거운 골프룰]5.낙엽은 제거할 수 있는 루스임페디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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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조 교수의 즐거운 골프룰]5.낙엽은 제거할 수 있는 루스임페디먼트
  •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 승인 2020.11.25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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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븐CC

골프장의 11월은 낙엽과의 전쟁이다. 요즘 라운드를 나가서 골퍼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퍼팅그린 위에 떨어져 있는 낙엽을 치우는 일이다. 몇 해 전 인기 있었던 공유와 김고은 주연의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 일부처럼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매일 낙엽은 지고 있다. 

골퍼들보다 더 치열하게 낙엽과의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이 골프코스를 관리하는 그린키퍼들이다. 대학 강단과 코스현장을 누비며 쌓은 경험을 영화와 드라마속의 식물, 그리고 우리 주변의 동식물 이야기로 풀어 낸 글을 ‘생태공학의 영화드라마 속 식물도감’ 블로그에 소개하는 생태공학 김기동 박사가 뽑은 골프장 퍼팅그린의 악명 높은 낙엽은 3위 참나무, 2위 소나무, 1위는 메타세쿼이아다.

3위를 차지한 보이는 게 다인 정직한 낙엽 떡갈나무나 굴참나무는 잎이 크고 지면과 공간이 많아 바람이 잘 통해서 제거하기도 쉽고, 크기가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이므로 골퍼들이 퍼팅 라인을 파악한 후 큰 부담 없이 제거하고 퍼팅을 할 수 있다. 비슷한 나무로는 각종 참나무류, 그리고 느티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등의 낙엽활엽수들이 있다. 2위인 소나무는 바늘처럼 박히거나, 잎자루가 잔디 줄기에 엉켜 잘 떨어지지 않아서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잎이 가늘어 가까이서 봐야 잘 보이기 때문에 온 그린 되었더라도 복병을 만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3미터 안쪽 라인에 소나무 낙엽이 있다면 귀찮더라도 반드시 제거해야 친 대로 볼이 굴러간다. 비슷한 나무로는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상록침엽수들이 있다. 낙엽폭탄으로 악명을 자랑하는 1위인 메타세쿼이아 잎은 크기가 잔디와 비슷하여 잔디 사이사이에 손가락 깍지를 낀 것처럼 붙어있어서 페어웨이에서도 에이프런에서도 그리고 퍼팅그린에서도 골칫거리가 된다. 꼼꼼히 제거하는 수고를 들여야 1타를 아끼고 짧은 퍼팅을 놓친 후에 오는 멘탈붕괴를 예방 할 수 있다. 

이런 낙엽처럼 어딘가에 붙어있지 않은 모든 자연물을 골프규칙에서는 루스임페디먼트 (Loose Impediment)라고 한다. 돌멩이, 붙어있지 않은 풀, 나뭇가지, 나무토막, 동물의 사체와 배설물, 벌레와 곤충, 벌레나 곤충처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동물, 그런 동물들이 만든 흙더미나 거미줄, 뭉쳐진 흙덩어리, 에어레이션 찌꺼기 등이다. 하지만 자라거나 지면에 단단히 박혀있는 것은 루스임페디먼트가 아니고, 또한 퍼팅그린 밖에 있는 모래와 흩어진 흙은 루스임페디먼트가 아니다. 이슬과 서리와 물은 루스임페디먼트가 아니지만, 눈과 천연 얼음은 루스임페디먼트이며, 지면에 있는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일시적으로 고인 물로 간주될 수 있다.

루스임페디먼트는 벌타 없이 코스 안팎 어디에서나 손, 발, 클럽 또는 수건, 모자 등 그 밖의 장비를 사용해 제거할 수 있다. 커다란 나뭇가지를 치울 때 갤러리들의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퍼팅그린 밖에서 볼 가까이 있는 루스임페디먼트를 제거하다가 볼을 움직이면 1벌타를 받는데, 제거된 것은 제자리에 갖다 두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구제구역에서 드롭할 때 구제구역 안에 있거나 드롭한 볼이 멈추지 않아 볼을 플레이스할 지점이나 그 주변에 있는 루스임페디먼트는 제거할 수 있다. 

메타 세쿼이아
메타세쿼이아 나뭇잎

1999년 PGA 투어 피닉스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가 파5 13번 홀에서 티샷 한 볼이 큰 돌덩이 뒤에 멈췄다. 우즈는 경기위원에게 이 돌이 루스임페디먼트인지 판단을 요구했고, 루스임페디먼트라는 판정이 나오자 우즈는 15명 정도의 갤러리들 도움을 받아 돌덩이를 옮긴 뒤 2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았다. 프로 시합에서 소형차만큼의 무게가 나가는 바위가 루스임페디먼트인지에 대한 판정을 요구한 건 우즈가 처음이었지만, 그가 골프 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18세기 중엽 영국의 시인 토마스 그래이(Thomas Gray)가 ‘멀리 이튼 학교를 바라보는 노래(Ode on a Distant Prospect of Eton College)’에서 ‘모르는 게 약이다’(Ignorance is bliss)라고 한 것은 무식함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낫 다라고 말한 것이다. 규칙을 모르면 그것은 약 중에서도 독약이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golf@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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