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축제는 끝났다①]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계 '10년 암흑기'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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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축제는 끝났다①]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계 '10년 암흑기'로 고전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1.2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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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현대제철 등 제조사 실적, 주가 '암담'
2000년대 후반까지 눈부신 성장세 보였지만 제조사도 유통업계도 10년 이상 암흑기로 크게 고전 중
"과거와 같은 호황 다신 안올 것"...주장 대세

많은 철강업계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철'의 전성시대는 끝난 지 오래며, 다시는 호황기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가득하다. 한 때 최고 유망 굴뚝산업으로 명성을 떨쳤던 철강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하향산업으로 가고 있는 철강업의 현재 위치를 생각할 때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의 과감한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철강사들이 처한 현실과 배경, 각사의 선택과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철' 축제는 끝났다①]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계 '10년 암흑기'로 고전
['철' 축제는 끝났다②] '진정한 위기의 시작' 철강업이 도태되는 진짜 이유는
['철' 축제는 끝났다③] 포스코든 현대제철이든 안변하면 '도태'

현재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실적이다. 

포스코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최근 3년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64조9778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4조3668억원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57조원 수준이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2018년 5조5426억원에서 2019년 3조8689억원으로 줄었다. 올해에는 2조3000억원 대로 감소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8년 8.5%에서 지난해 6%로 떨어지더니 올해에는 4%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낙폭이 더 크다. 매출은 2018년 20조7804억원에서 지난해 20조512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17조9000억원 대가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2018년 1조261억원에서 지난해 3313억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1000억원 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4.9%에서 2017년 1.6%, 올해에는 0.6%으로 한계수준까지 내려왔다. 

철강3사 중 하나인 동국제강의 경우 영업이익 측면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매출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2018년 1450억원, 지난해 164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2700억원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매출은 2018년 5조9649억원, 2019년 5조6584억원, 올해 5조2000억원 수준으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다. 영업이익률이 2018년과 2019년 2% 대에서 올해 5%대가 예상되나 이는 영업이익이 늘어난 반면 매출이 줄어든 영향 탓이 크다. 

철강사들은 주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2017년 2월 40만원까지 갔던 주가가 11월 23일 현재 24만4500원을 기록 중이다. 10년으로 검색범위를 넓히면 2011년 4월 포스코 주가는 52만원 대였다. 

현대제철도 2011년 4월 14만9500원 대까지 올랐으나 10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11월 23일 현재 3만2900원을 기록 중이다. 2017년 6월 7만3600원이었으나 올해 3월 말 코로나 여파 속에서 사상최저가인 1만2400원 대까지 떨어졌고, 현재 3만원 대에 머물러 있다. 동국제강 역시 2011년 5월 4만3000원 대였으나 2019년 1월 1만2850원 대까지 떨어졌고, 올해 3월 말에는 2780원까지 하락했다가 실적 호조에 힘입어 11월 23일 현재 8110원까지 겨우 회복한 상태다. 

철강3사의 현재 실적과 주가는 어려운 철강업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그나마 그 동안 많은 대형 철강사들이 사라지며 구조조정한 결과가 이 정도다. 냉연 단압밀인 현대하이스코는 2015년 4월 현대제철에 합병됐고, 부산의 대표기업이었던 유니온스틸은 2015년 1월 동국제강에 합병됐다. 이같은 상황은 2000년 대 후반까지 최전성기를 누렸던 철강업계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2000년대 후반까지 눈부신 성장세 보였지만 제조사도 유통업계도 10년 이상 암흑기

국내 철강업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들어 눈부시게 성장했다. 포스코는 포항 4개 고로와 광양 5개 고로를 풀가동하며 1998년과 1999년 세계 최대 철강사(생산능력 기준)로 컸다. 2007년에는 세계 최초로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그대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파이넥스(FINEX)설비를 준공했으며, 이에 따라 포스코는 2018년 기준 연간 43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가진 세계 5위 철강사로 우뚝 섰다. 2000년대 후반 포스코는 영업이익률이 무려 20%를 넘기며 최전성기를 누렸다. 

현대제철도 철강업 호황을 등에 업고 2010년과 2013년 각각 2기, 3기 고로를 준공하면서 포스코의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현대기아차라는 든든한 수요처를 가진 현대제철은 '자동차 전문제철소'로서 당시 포스코보다도 장래가 촉망받는 기업이었다. 동국제강도 봉형강, 후판 수요가 2000년대 후반까지 폭발하며 페럼타워라는 사옥을 짓고, 브라질 일관제철소 도입을 추진하는 등 크게 발전했다. 동부제철은 수조원을 들여 대형 미니밀 제철소를 건설하며 동부그룹 산업부문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게 달라졌다. 포스코는 2분기 별도기준 적자를 내는 등 유례없는 철강업 불황에 시달리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연속적자를 내다가 허리띠를 졸라멘 결과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등 실적 개선에 목을 메고 있다.

동국제강은 유동성 위기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받았고 2015년에서야 한계기업에서 탈출했다. 지금은 감산도 불사하는 수익성 방어전략을 펼친 끝에 영업이익 부문에서 선전 중이지만 지속적 매출 감소와 브라질 제철소 환차손으로 골치를 썩고 있다. 지난해 6월 동부제철은 KG그룹에 인수돼 살아남았지만 대형 미니밀 제철소 사업을 접으며 외형은 과거보다 크게 축소된 상태다. 

제조사들의 위기는 국내에 전국적으로 위치한 철강 유통업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철강 유통시장은 포스코, 현대제철, 기타 SSC(스틸서비스센터)들로 구성된 1차 유통업계, 이들로부터 물량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2차 유통업계, 이하 도소매상 등으로 나뉘는데, 지난 10년간의 불황으로 수 많은 업체들이 도산했다. 

포스코 냉연SSC 중 하나였던 부일철강이 올해 5월 사업을 포기한 것이 대표적 예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 SSC 9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9년 상반기 2.1%에서 0.7%로 추락했다. 1차 유통업계의 상황이 이러니 2차, 3차 유통업계는 더 심각하다. 업종 전환을 생각하는 유통업체 사장들이 늘고 있는 형편이다. 

제조사와 유통사를 가리지 않는 불황이 10년 넘게 이어지자 철강업계에는 '희망'이 사라졌다. 많은 철강업계 사람들이 더 이상 '철' 사업으로는 희망을 꿈꾸기 어렵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한다. 

10년 전 철강업계 위기 촉발의 일대 원인이 중국발 공급과잉이었다면 지금은 또 얘기가 달라졌다. 갈수록 환경 리스크가 커지고 있으며, 철강 대체제의 위협도 심각하다. 4차 산업혁명 여파로 철강 수요 자체의 감소가 예상되고,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수요처 우위의 시장으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현재 과거와 같은 마진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철강사업으로 과거의 영광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과거와 같은 호황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하다"며 "철강사들이 산업 트랜드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데 철강이라는 굴뚝산업 특성상 다른 업종보다 느리고 보수적으로 대응하며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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