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아마존과 네이버-CJ대한통운 사이, 유통업 첨단 관통하는 풀필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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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아마존과 네이버-CJ대한통운 사이, 유통업 첨단 관통하는 풀필먼트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11.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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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상품 단순 직매입 후 재판매 구조는 의미 없어
▲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전경 (사진 = 아마존 제공)
▲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내부 (사진 = 아마존 제공)

 

그동안 설만 무성하던 글로벌 최대 상거래기업 아마존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됐다. 공교롭게도 11월에 11번가와 협력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관련 기사 : SKT, 아마존과 '11번가' e커머스 사업 협력) 두 회사는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나아가 아마존이 11번가의 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 지분 참여 약정도 체결했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공룡기업 아마존의 전략이나 국내 이커머스 업계 추이 등을 감안하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가장 떠올리기 쉬운 방법 중 하나는 11번가가 아마존의 상품을 사서 국내 물류센터에 쟁여두고 배송하는 방식이다. 국내 일반 소비자들이 아마존 '직구'가 불가능하지 않았던 점, 또한 소규모로 직구를 대행하는 이들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접근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11번가가 지금까지 이런 방식의 직매입을 지양해 왔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직매입 후 판매는 물류센터 비용을 수반하는데, 이는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11번가가 직매입 방식을 피해온 이유다. 이번 아마존의 협력 결정을 계기로 11번가가 그간의 사업전략을 뒤바꾸기에는 얻는 실익이 적다.

사실 11번가가 아마존에서 상품을 떼다가 파는 게 얼마나 마진이 남을지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아마존 자체 브랜드 상품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 취급 상품들이 타 업체서 공급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중간에 유통 단계를 하나 더 늘리는 방식이 경쟁력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지난 2006년부터 아마존은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이란 사업모델을 고수해 오고 있다. 풀필먼트란 물류 업무의 다양한 과정을 한군데서 한꺼번에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제조업이나 유통업에서 고객주문이행(order fulfillment)으로 쓰이던 용어였는데, 1999년 아마존이 물류창고 명칭을 풀필먼트 센터로 바꾸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타사 상품을 직매입해 재고로 보관하며 판매하는 방식을 넘어, 3자 판매자의 상품도 아마존 물류센터에 쟁여 놓는 구조다.

2020년 아마존 글로벌 셀링 네트워크 현황을 보면 전 세계 20개 마켓플레이스에서 185개 국가에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문처리센터, 즉 물류센터는 175개를 운영하고 있다. 활성화 고객은 3억명을 넘기고 있으며, 프라임 회원도 1억명이 넘는다. 한국의 이웃나라 일본에만 13개의 물류센터가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중국 웨이하이에 한국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배송기간을 20~50일 이상에서 3~7일 이내로 단축한 사례를 봐도 아마존이 빠른 배송 속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이보다 앞서 전해진 국내 ICT 선두기업 네이버와 택배 1위 CJ대한통운의 사업협력에 관한 소식도 11번가-아마존 사례처럼 풀필먼트를 염두에 둔 유통업계 지각변동으로 볼 수 있다. 당초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합쳐 손을 잡으면 무섭게 치고 올라온 쿠팡과 격돌을 우선시하는 선택이란 관전평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글로벌 공룡과 일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네이버 쇼핑의 수익모델은 광고매출 등을 포함한 트래픽 수익, PG와 채널매출 등의 호스팅 수익, 네이버페이 등을 통한 금융 수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풀필먼트 매출이다. 단순히 판매 수수료를 챙기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는 재고관리, 주문접수, 상품선별, 포장, 최종 배송구간 배송, 반품 회수 등 다양한 물류 과정을 거쳐 고객 앞에 전달된다. 전통적인 물류센터는 대형 화주의 소품종 상품을 대량으로 보관하다가 이를 판매처에 대규모로 운송하는 B2B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커머스에서 풀필먼트가 도입되면서부터는 각종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다품종 소량 상품을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주문에 맞춰 개인에게 배송해 주는 B2C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게 가능하기 위해선 옛날처럼 규모만 큰 곳이 아닌, 첨단 물류센터가 필요하다. 네이버가 아무리 국내 최고 ICT 기업이라고 해도 이런 물류 능력은 없다. 하지만 물류 전문 기업인 CJ대한통운은 얘기가 다르다. 곤지암에 축구장 16개를 합친 규모의 메가 허브를 갖고 있다. 이미 기존에도 LG생활건강, 애경, 라이온코리아, 생활공작소 등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 4곳의 풀필먼트를 수행 중이다.

첨단 물류 처리는 비단 11번가-아마존, 네이버-CJ대한통운만이 아니라 유통업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숙제다. 신세계 쓱닷컴은 경기도 일대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2023년까지 7곳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GS홈쇼핑과 합병하는 GS리테일은 KT와 함께 AI 물류 최적화 플랫폼 구축을 협력, 고양물류센터와 제주물류센터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선박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화물을 움직이는 것이다. 고객은 누가 가장 멋진 배를 가졌는지, 누가 가장 넓은 철도망을 가졌는지는 관심이 없다.” 

물류산업 혁신으로 컨테이너의 아버지로 불리는 말콤 맥린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시대와 기술의 발달로 비록 수단은 바뀌었지만 사업의 근본은 변함이 없다.

 

박종훈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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