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이웅열 없는 코오롱 2년… 이규호의 금수저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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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이웅열 없는 코오롱 2년… 이규호의 금수저가 무겁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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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퇴임 2년… 상속세 탈루·인보사 사태로 다사다난
인보사가 지배한 코오롱… 퇴임 이후 더 주목받는 이웅열
경영 수업 시작한 외아들 이규호, 뼈아픈 코오롱인더FnC 실적 하락
Fnc 측, 다양한 시도와 과감한 투자… "성과 무르익으려면 시간 필요해"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이 2018년 11월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 후 임직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이 2018년 11월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 후 임직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수저가 의외로 무거웠다.'

2년 전,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사임하며 남긴 말이다. 무거운 금수저를 내려놓은 뒤 2년, 이 전 회장의 짐은 가벼워졌을까.

'상속세 탈루 의혹과 인보사 사태.'

사임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그의 은퇴가 금수저의 무거움 때문이 아니라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뒤따랐다. 사임하는 날 나온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수 없는 이유다.

이웅열 전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코오롱은 4세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그의 아들 이규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그룹 패션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오너경영인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 경험과 능력을 쌓아가는 과정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그날

2018년 11월 28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직 사임

"능력을 인정받아야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

이웅열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28일 사임을 선언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외아들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에게 재산은 물려주더라도 능력이 없으면 경영권은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전 회장의 사임 발표가 있던 날, 아들의 전무 승진 인사가 발표됐다. 이 전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업 한 축을 담당하는 FnC(패션사업부문)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당시 코오롱그룹 측은 "그룹의 경영권을 바로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하게 해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게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숫자의 함의를 해석하는 방법이야 다를 수 있지만,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기본 지표는 실적이다. 이 전무의 실적은 냉정히 말해 형편 없고, 너그럽게 말해 아직 멀었다.

문제는 현재 코오롱에서 주목받는 존재가 경영 수업을 받는 4세 이 전무가 아닌, 공식적으로는 회사를 떠난 이웅렬 전 회장이라는 점이다. 코오롱에는 여전히 이웅열의 시간이 존재한다.

'시불가실(時不可失)'

'한번 지난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 전 회장이 퇴임 편지에서 인용한 사자성어다.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보고 싶어 떠났던 그가 미처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다. 책임감의 무게를 지금 짊어져야 한다. '시불가실'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

그후

인보사가 지배한 코오롱, 이규호의 실적은 부진

이웅열 전 회장이 회장직 사퇴를 선언한 지 6일 만인 2018년 12월 4일, 검찰은 코오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국세청이 2016년 4월 코오롱그룹 세무조사 과정에서 포착한 상속세 탈루 혐의에 대한 조사였다. 서울국세청은 당시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과 핵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이같은 혐의를 포착했다.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2019년 12월 2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2019년 12월 2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초 한 회사였지만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순수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화학·산업 자재를 다루는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분할됐다.

이웅열 전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자녀들에게 남긴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8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이듬해인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상장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8만주는 이동찬 회장이 세상을 떠난 2014년 11월 8일 당시 주가 기준(4만8450원)으로 184억원 정도다. 2014년 9월, 이 전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 주식을 102만8000주(지분율 15.4%) 보유하고 있었다. 기존 보유주식의 37%에 해당하는 주식을 차명으로 상속받은 셈이다. 이웅열 전 회장은 그해 7월 1심과 12월 2심에서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상속세 문제는 약과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해 3월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주성분 중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오롱생명과학에 제조·판매중지를 요청했다. 두 달 뒤인 5월 28일, 식약처는 인보사의 허가취소를 예고했다. 이 일로 코오롱티슈진의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식약처는 7월 3일 "인보사가 2액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로 품목허가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신장유래세포(GP2-293, 293세포)여서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293세포가 포함된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사실이 있어 허가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꿈의 신약'이라 불리던 인보사의 쓸쓸한 퇴장 선고였다.

인보사 퇴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2명에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한 끝에 11월 28일 그중 한 명인 임상개발팀장 조 모씨를 구속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13일 인보사 사태와 관련한 첫 재판을 받았다. 허가 내용과 다른 성분의 인보사 제조·판매로 인한 수익 편취, 성분이 다른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등의 혐의였다.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 6월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 6월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퇴임은 균열을 알아본 이 전 회장의 선견지명이었을까. 퇴임하며 말을 쏟아낸 이 전 회장은 그 뒤 입을 다물었다. 지난 6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법원 피의자 심문에 앞서 "죄송합니다" 한 마디를 남긴 게 전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했다고 공시했다. 1년의 개선 기간을 보냈으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인보사는 1남 2녀를 둔 이 전 회장이 '넷째 아들'이라 칭할 정도로 공을 들인 신약이었다.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7년 11월 6일 코스닥에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7만5000원대까지 치솟고, 시가총액은 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코스닥 시총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받은 기업이었다.

넷째 아들 인보사가 무너지는 사이 그의 외아들 이규호 전무는 신통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 전무가 2018년 12월부터 패션부문을 맡은 뒤로 코오롱FnC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올해 3분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결 기준 매출 9575억원, 영업이익 28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서 선방한 성적표에서 FnC가 옥의 티였다. 지난 3분기 패션 부문은 매출 1772억원, 영업손실 199억원을 거뒀다.

부진의 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규호 전무의 고민거리다. FnC의 영업이익은 2018년 399억원, 2019년 135억원, 2020년 -271억원으로 감소해 왔다. 계절적 성수기인 4분기에 영업이익을 거두더라도 추세상 큰 규모의 실적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리고, 앞으로

무너진 신뢰… 퇴임 약속, 의미 있으려면

퇴임 이후 이웅열 전 회장의 행보는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말이 힘을 얻으려면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능력 없는 자식에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언'은 공허해져 버렸다. 코오롱가는 '상속 탈세' 전력까지 있다. 현재 코오롱에 이규호 전무가 보유한 주식이 없어 코오롱그룹 내 지배력 확보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그럴듯한 분석' 밖에 되지 못하는 이유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 [사진=코오롱FnC]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 [사진=코오롱FnC]

이 전 회장은 지주회사 코오롱의 주식 49.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코오롱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의 32.04%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이 전무의 주식수 0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그가 퇴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올해도 여전히 코오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이 전 회장을 지정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인보사 사태' 등에 대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가 수렴청정할 수 있지만 이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이 전무는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명분을 잃은 아버지를 넘어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당장의 방법은 실적 개선뿐이다. 코오롱은 여전히 이웅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1984년생 이규호의 시간은 아직 멀었다. 충분히 젋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그의 금수저가 무겁다.

그래도 2년이란 시간 속에 희망은 있다. 이 전무가 FnC를 맡은 이후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가 7개다. 온라인 편집숍을 개설하고, 서브 브랜드 3개를 론칭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통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리브랜드 작업과 솟솟618 등 컨셉스토어를 통한 마케팅 활동이 그 일환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점과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최근 실적이 특히 나빠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과감한 투자 성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고,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FnC의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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