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방역’의 국제 보건 분야 리더 도약 위해 ACT-A 분담금 늘려야
상태바
[기고] ‘K방역’의 국제 보건 분야 리더 도약 위해 ACT-A 분담금 늘려야
  • 녹색경제신문
  • 승인 2020.11.16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주윤 GR코리아 공공정책팀 팀장

코로나19(COVID-19)와 함께 우리의 일상은 예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마스크 없이는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없으며 해외여행도 먼 이야기가 되었다. 경제활동과 성장에 상당한 어려움을 낳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체계적이고 발빠른 코로나19 대응으로 전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빌 게이츠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코로나19를 잘 관리해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고, WHO(세계보건기구)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도 “적극적인 검사와 진단, 확진자 동선 추적 등 한국의 포괄적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며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팬데믹은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지역, 특정 사람들만 조심해서는 질병에 대응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국내 확산 방지와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세계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만 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이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은 상당히 많은 시간과 기술, 자본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어떤 제약사가 개발에 성공할 지 알 수 없어 투자 위험성도 상당히 크다.

WHO, GAVI(세계백신면역연합), CEPI(감염병혁신연합)와 같은 주요 국제 보건 기구들은 ‘코로나19 대응 장비에 대한 접근성 가속화 체제 ’ACT-A(Access to COVID19 Tools Accelerator)라는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 전세계 국가들과 함께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단체 뿐만 아니라 ACT-A의 한 축에는 개발도상국에도 공평하고 저렴하게 백신을 지원하기위해 COVAX AMC(Advanced Market Commitment for COVID-19 Vaccines)가 활동하고 있다. COVAX AMC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는 선구매 공약 메커니즘이다. ACT-A가 신종 팬데믹의 특성을 얼마나 잘 고려해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ACT-A 참여를 선언하고 공여금을 약속했다. 백신 개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자국민을 위한 백신을 선구매할 수 있다는 주요한 이점이 있다. ACT-A 참여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대응 담론을 주도하는 것은 자국의 사회 경제적 이익과도 직결된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는 계속 생겨날 수 있으며, 이를 각국이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에 따라 각국의 경제 활동 가능 범위와 투자안정성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국제보건사회에서의 입지와 영향력 및 다자외교에서의 위치도 달라질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많은 국가들이 ACT-A에 참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기대효과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여금이나 기여도는 다소 실망스럽다. GAVI의 11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ACT-A에 약 11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약속했다. 이 금액은 이웃 나라 일본의 2억2900만 달러나,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캐나다의 2억7900만 달러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우리나라가 지원하는 금액은 경제규모가 훨씬 작은 카타르나 뉴질랜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지만, 세계 경제대국 10위라는 위상과 ‘K방역’의 우수한 성과에 비하면 한국은 턱없이 작은 규모의 공여금을 국제 공조 체제에 약속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국제보건 분야의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의 우수한 코로나19 대응 경험은 국제보건사회에서의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방역 및 대응 체제를 전세계에 적극 공유하고 ACT-A와 같은 주요 국제공조 체제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참여를 통해 팬데믹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는 국제 보건 분야의 신흥 리더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선도적 공여국가들에 견주어 확연히 적은 국제 보건 ODA와 미미한 역할로 인해 국제보건사회에서 이렇다할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인류애가 우리의 공동의 위협에 대한 해독제가 되게 하라”고 말했다. 국제 공조 체제하에서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와 명성에 걸맞은 행보와 역할을 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문주윤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정책 전략 컨설팅 그룹인 GR Group의 한국 지사 GR Korea의 공공정책팀 팀장을 맡고 있다. 현재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한국 공식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녹색경제신문  gogree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