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미니스톱 1호 개점 30년···'마이웨이'가 부딪힌 벽, 먹거리로 뚫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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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미니스톱 1호 개점 30년···'마이웨이'가 부딪힌 벽, 먹거리로 뚫어낼까
  • 이효정 기자
  • 승인 202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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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대형매장' 출점전략 고수···국내 최고 콤보스토어 꿈꾼다
2018년 매각위기 딛고 절치부심···'일본기업' 소비자인식 이겨낼까
'먹거리'로 경쟁사와 차별화···최근 약화된 경쟁력 강화는 남겨진 숙제
심관섭 미니스톱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심관섭 미니스톱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 30년간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미니스톱이 최근 경쟁사 대비 차별점을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니스톱이 지향하는 모습은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을 결합한 '콤보스토어'다. 최근 대부분의 편의점이 편의점카페, 도시락을 비롯한 먹거리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미니스톱은 그보다 앞서 차별화된 먹거리를 선보인 편의점 브랜드다.

심관섭 한국 미니스톱 대표가 "똑같은 돈을 내고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미니스톱은 다르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듯 미니스톱은 넓은 매장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미니스톱만의 '마이웨이'를 제시했다.

미니스톱은 타 편의점 브랜드와 비교해 매장이 대체로 넓은 편이다. 점포 내 부엌공간을 둬야 하기 때문에 대형 매장이 아니면 미니스톱 간판을 달고 출점이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미니스톱은 국내 영업 중인 5대 편의점 브랜드들 중 가장 적은 점포수를 가지고 있다. 국내 편의점 시장에서 점유율 '꼴찌'로 인식되는 이유다.  

편의점 경쟁에서 '양보다 질'로 승부하겠다던 미니스톱은 마이웨이와 점유율 간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니스톱이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먹거리에서의 경쟁력이 경쟁사들의 먹거리제품 개발 및 출시로 옅어진 상태다. 미니스톱은 마이웨이와 점유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그날

1호점 오픈부터 지분 매각까지

미니스톱 전경 [사진=이효정 기자]
미니스톱 전경 [사진=이효정 기자]

 

미원그룹 계열 미원통상은 1990년 6월 일본 이온그룹으로부터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1월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미니스톱 1호점이 영업을 시작했다. 기실 이 시기는 미니스톱 뿐 아니라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현 CU), LG25(현 GS25) 등 여러 편의점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 땅에 '편의점 시대'가 열린 시점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의 매장이 밝은 조명 아래 24시간 영업을 하며 매장 내 취식·조리가 가능한 편의점의 등장은 동네 구멍가게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편의점 사업은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성장이 잠시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2000년대 들어 질과 양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점포 숫자는 2007년 1만개, 2011년 2만개, 2015년 3만개를 차례로 돌파했다. 단순히 생필품만을 취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활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이면서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편의점 업체간 경쟁도 심화됐다. CU, GS25 등 여러 편의점 업체들은 출점경쟁을 이어가면서 본사 매출향상에 나섰다. 가맹점수가 많을수록 본사매출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형매장 출점을 고집하는 미니스톱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2017년 매출 기준으로 GS25가 7조 9468억원으로 1위, CU가 5조 5827억원으로 2위, 세븐일레븐이 3조 6986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미니스톱이 1조1853억원, 이마트24가 684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9월 실적 부진을 고심하던 미니스톱은 결국 매각을 공식화했다. 그 해 한국미니스톱의 매출은 1조 16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은 1조1853억원으로 비슷한 성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2015년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미니스톱은 2015년 13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16년 34억원, 2017년 26억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8년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늘었지만 2015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니스톱이 매물로 나오자 경쟁 편의점들은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매장 포화상태에 직면해 신규출점 자체가 어려워진 편의점 업계에 미니스톱의 인수는 간단히 2500여개의 매장을 새로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롯데그룹이 4300억원, 신세계그룹이 3500억원, 사모펀드 글랜우드가 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니스톱은 이듬해인 2019년 1월 27일 매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이 무산되면서 대상은 보유지분 전부인 101만6000주를 한국미니스톱의 대주주인 일본 이온그룹에 넘겼다. 1주당 가격은 4만945원, 전체 매각 대금은 416억원이다. 미니스톱의 지분 전량을 처분하면서 대상은 편의점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었다. 업계에서는 대상이 미니스톱 지분을 처분한 이유가 낮은 수익성과 대상의 수익성 개선에 있다고 봤다. 특히 대상이 낮은 지분율로 인해 사실상 경영 참여가 여의치 않았던 것도 지분 처분의 한 이유로 꼽혔다. 

대상이 미니스톱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 일본불매운동의 타격을 입는 등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미니스톱의 2019년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전년대비 41.8% 급감했고, 올 상반기에는 4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 대상의 지분매각이 시의적절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미니스톱이 매각을 철회한 이유는 한국지사가 일본을 포함한 미니스톱  전체사업영역 중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국미니스톱 매장수는 10일 기준 2592개점으로, 일본 내 영업 중인 미니스톱 전체 점포수보다 많다. 미니스톱에 따르면 일본에서 운영중인 미니스톱 점포수는 2500개 가량이다. 한국시장에서의 철수는 급격한 미니스톱 전체 사업 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경험을 살려 해외 시장 사업 확대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미니스톱은 현재 필리핀,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권 국가에 진출해 있다. 2018년 12월 기준 필리핀 499개점, 베트남 122개점, 중국 75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는 한국 편의점 시장에서 개발한 제품 및 전략 중 소비자 반응이 있었던 사례를 동남아 시장에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미니스톱의 매각은 철회됐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미니스톱을 매각하려 했던 이유(낮은 수익성)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매각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심관섭 미니스톱 대표이사는 지난 2019년 가맹점주와의 자리에서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새로운 각오로 미니스톱의 지속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생존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즈니스모델을 바꾸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후

남들과는 다른 편의점을 꿈꾸다···먹거리·넒은매장으로 차별화

미니스톱 내부 매장 전경. [사진=이효정 기자]
미니스톱 내부 매장 전경. [사진=이효정 기자]

 

"미니스톱에서 앉았다가 가자"

미니스톱 관계자들이 가장 듣고싶어 하는 말이다. 미니스톱이라는 곳이 물건을 사고 바로 나가는 상점이 아니라 쉬었다 가는 일종의 휴게소로 소비자 뇌리에 남고싶다는 의미다. 

편의점이 휴게소가 되기 위해서는 앉았다 갈 '명분'이 필요했다. 미니스톱은 그 명분을 먹거리로 풀어냈다. 업계 최초로 지난 2000년 아이스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8월 매장에서 튀긴 점보치킨을 최초로 선보였다. 2년 후인 2008년 3월 소프트아이스크림 기기를 매장안에 비치하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이 역시 업계 최초다. 편의점에서 먹는 어묵도 제일 먼저 선보였다. 미니스톱은 편의점 내부에서 즉석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 때부터 먹거리로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매장마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신념하에 대부분 매장에 치킨 튀김기, 소프트아이스크림기기를 들였다. 

매장 내부에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하는 동시에 부엌과 조리기기를 둬야하기 때문에 미니스톱은 대형매장출점을 고집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미니스톱의 평균 매장 규모는 82.6㎡(약 25평)으로 국내 편의점 평균 규모 72.7㎡(약 22평)보다 약 3평 가량 넓다. 2016년 이후 신규 출점하는 매장의 경우 100㎡(약 30평) 규모 이상의 점포에게만 사업 허가를 내주고 있다. 

대형매장출점전략으로 인해 미니스톱의 매장수는 타사 대비 현저히 적은 편이다. 편의점 시장에서 점유율 5위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2019년 기준 편의점별 점포수는 각각 GS25 1만3918개, CU 1만3877개, 세븐일레븐 1만16개, 이마트24 4488개, 미니스톱 2573개다. 그럼에도 미니스톱은 점포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는 '마이웨이' 운영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가맹점수가 늘면 좋지만 반드시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엄격한 신규출점 기준은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니스톱의 또 다른 철칙 중 하나는 '가맹점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 확립'이다. 차별화된 먹거리를 통해 소비자가 미니스톱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고, 대형매장을 통해 매장 체류시간을 늘려 결과적으로 점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그 결과 미니스톱의 가맹점당 평균매출액은 1~2위를 다투고 있다.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점당 평균 매출액은 GS25가 6억5080만원, 미니스톱 6억1300만원, CU 6억300만원, 세븐일레븐 4억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미니스톱은 최저수입보증제도도 운영중이다. 가맹점 매출이 부진할 경우 본사가 해당 점포의 최저수입을 보증하는 제도다. 미니스톱은 완전가맹점(점포임차 점주) 기준 총수입(매출총이익-가맹수수료)이 월 583만원 이하인 경우 연간 7000만원 한도 내에서 계약기간(5년) 동안 수입을 지원한다. 

 

◆앞으로

상향평준화된 편의점 먹거리, 미니스톱 뚝심 빛 발할까

미니스톱 매운닭껍질튀김 제품 이미지
미니스톱 매운닭껍질튀김 제품 이미지

 

편의점시장 형성 당시 미니스톱의 먹거리와 대형매장전략은 분명 차별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편의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니스톱이 내세웠던 차별점은 경쟁사 편의점들도 모두 챙기게 된 공통점이 됐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대부분의 편의점업체들은 아이스커피는 물론 각종 라떼까지 판매하는 '편의점 카페' 브랜드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PB상품 론칭이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치킨, 도시락, 햄버거 등 여러 먹거리들이 각 편의점 업체에 출시되고 있는 양상이다. 유명 쉐프와 협업하거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제품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등 제품의 종류는 물론이거니와 마케팅전략까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한마디로 미니스톱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최근 경쟁사 편의점들 역시 대형매장, 프리미엄 매장을 세워 소비자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하는 시그니처 매장을 선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미니스톱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니스톱의 대안은 무엇일까. 미니스톱은 '뚝심'을 내세웠다. 미니스톱은 먹거리의 차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니스톱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점보닭다리, 매콤점보널적다리, 빅도그오리지날 순이다. 매장에서 직접 튀기는 치킨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고 조리식품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지난해 닭껍질튀김이 전국적으로 유행했을 때 가장 먼저 편의점 제품화 했던 것처럼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고품질의 식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빵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등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먹거리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1인가구 밀집지역 및 주택가 부근에 홈어라운드 편의점을 늘리는 등 출점전략도 고심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미니스톱 1호점 개점 30년 타임라인
한국미니스톱 1호점 개점 30년 타임라인

 

이효정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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