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언택트 시대와 요식업 서비스가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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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언택트 시대와 요식업 서비스가 만났을 때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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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스루의 컴백, 배달 대신 스마트주문 매장픽업 추세
집 배달 대신 픽업해가기, 새 요식업계의 언택트 마케팅으로 부상

유럽의 주요국들은 1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에 따른 의료대란에 대한 대응책으로 다시 봉쇄조치를 발령했다. 지난 3~4월 시행된 봉쇄령에 이어 2차 봉쇄 조치다. 수퍼마켓, 약국, 은행 등 생활필수 업무장을 제외한 모든 매장의 사업 정지를 지시했던 1차와 달리 이번 2차 봉쇄령은 레스토랑과 바 같은 모든 요식업장 내 판매와 테이블 서비스만을 금지한다. 매장 내 카운터 주문과 전화 및 스마트폰 주문을 받아 매장 방문 픽업과 배달하는 것은 허가된다.

외식과 주점의 영업 금지로 수퍼마켓과 식료품점들의 경우, 1차 봉쇄령시 같은 사재기 혼란은 줄었지만 식재료와 음료수 판매량은 다시 급증했다. 식재료 매출은 약 20% 증개했고 주류는 국가별로 20~40% 가량 증가했으며,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 포장간편식과 음료수의 매출도 계속 증가세에 있다.

맥도널드는 ‘테이크홈 윈도’라는 주문 창구를 만들어 실험한 후 1975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런칭해 오늘날 드라이스 스루에 이르고 있다. Courtesy: McDonald's
맥도널드는 ‘테이크홈 윈도’라는 주문 창구로 1975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런칭한 후 오늘날 드라이스 스루에 이르고 있다. Courtesy: McDonald's.

음식점과 주점이 울상짓는 사이,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설비를 갖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들은 성업중이다. 봉쇄기간 동안 자가운전자, 시간에 쫏기는 직장인, 평소 외식 식습관을 해오던 매식주의자들은 단골 음식점과 주점들 대신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체인으로 발길을 돌린다. 식당 매장 공간에서 식사와 음주를 할 수 없게 된 틈을 타서 드라이브 스루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스마트폰과 앱을 통한 디지털 사전주문 고객의 주문픽업 매출 포맷이 빛을 발하고 있다.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통해 차 안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 Courtesy: McDonald's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통해 차 안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 Courtesy: McDonald's.

최근 요식업계의 승자들은 그동안 드라이브 스루 판매 모형을 실시해 온 ‘카운터 서비스 브랜드’들이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은 매장 내 테이블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된 대신 서비스 인력을 드라이브 스루 주문받기와 결제-주문 음식 조리와 포장-고객 픽업 서비스로 전환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그 결과 패스트푸드 체인업계의 매출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43% 증가했다(자료: Bludot). 우리나라와 중국의 소비자들이 집배달을 선호하는 반면, 미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주문과 결제를 하고 소비자가 직접 운전이나 도보로 주문한 물품을 픽업해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소비자가 배달업체나 배달자를 대기하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구매과정 경험이 독립적이고 위생을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특히 드라이브 스루 레스토랑 체인이 매출 급성장을 보인 곳은 미국이다. 패스트푸드의 고향인 미국에서 ‘드라이브 스루’는 이미 1920년도부에 생겼지만 ‘차 속에서의 식사(In-car dining)’ 문화로 정착한 것은 1950년대 캘리포니아에서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1인 1차 교통문화에 덕분에 레스토랑들은 고객들이 차에 탄채로 양방향 스피커로 음식을 주문해 포장된 주문을 받아갈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이 정착했다. 1960~70년대부터 여성노동참여율, 이혼율, 1인 가구수의 증가와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 문화로 패스트푸드 수요와 드라이브 스루 이용율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오늘날 패스트푸드 체인의 간판 브랜드인 맥도널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총매출의 70% 가량이 드라이브 스루 창구에서 발생했다.

칙필레이의 드라이브 스루 주문 시스템은 카운터 직원들이 고객 차로 직접 와 주문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대기시간을 줄였다. Courtesy: Chick-fil-A
칙필레이의 드라이브 스루 주문 시스템은 카운터 직원들이 드라이브 스루에서 대기중인 고객 차로 직접와 주문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인다. Courtesy: Chick-fil-A.

코로나19 사태 직후 미국에서 드라이브 스루 매출 포맷에 먼저 적극적으로 뛰어든 체인 브랜드는 치킨 샌드위치 전문점인 칙필레이(Chick-fil-A)다. 칙펠레이는 품질중시라는 기업철학에 따라 빠른 서비스에만 주력하기 보다 매장 내 서비스와 다름없는 품질과 포장, 널찍하고 정돈된 드라이브 스루 배치, 친절한 창구 스태프, 낮은 주문실수율 등 쾌적하고 기분좋은 서비스로 차별화한다. 수많은 음식점과 체인점들이 폐업을 선언한 사이 멕시칸 음식 전문점 치포틀레도 올 2분기만 매장 37곳을 추가 개장했고 코로나19 이전 대비 드라이브 스루 매출은 20% 증가했다.

모던 파인 캐쥬얼 레스토랑 이미지에 맞춰 특히 젊은층 소비자 감각을 살려 설계된 드라이브 스루 디자인. Courtesy: Shake Shack
모던 파인 캐쥬얼 레스토랑 이미지에 맞춰 특히 젊은층 소비자 감각에 호소하는데 주력해 설계된 드라이브 스루 디자인. Courtesy: Shake Shack.

그런가하면 경영난으로 허덕이다 드라이브 스루 픽업 창구 도입으로 회생한 기업도 있다. 누들스앤컴퍼니의 경우,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매출 하락으로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었으나 드라이브 스루 매출 급상승 덕분에 오는 2022년까지 드라이브 스루 창구[또는 창구 온리]가 있는 매장수를 70% 늘릴 계획이다. 셰이크쉑도 이 추세에 합세하고 올 7월 다중레인 컨셉의 드라이브 스루 디자인을 발표하고 내년 중으로 첫 앱 주문 배달 및 픽업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치포틀레가 구상중인 디지털 주문픽업 장소. Courtesy: Chipotle
치포틀레가 구상중인 디지털 주문픽업 장소. Courtesy: Chipotle.

‘DT점으로 불리는 드라이브 스루는 우리나라에서도 맥도널드 등 글로벌 패스푸드 체인점을 통해 도입됐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자가운전하는 테이크아웃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3~4월 최고 위기 상황에서도 건전한 영업 실적을 유지했다. 여러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기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에게 친절한 서비스와 위생적 안심감으로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은 계속 탐구되고 있다. 예컨대, 타코벨(윰 자회사)은 최근 1950년대 복고풍 드라이브인 레스토랑 컨셉과 올해 새롭게 개발한 '타코벨 고 모바일’ 앱을 연동시켜 소비자들의 노스탈지아를 달랠 카홉(carhop) 서비스를 내년초 런칭할 계획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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