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정의선·구광모 친정체제 구축 2년...부회장단 퇴진·세대교체 임원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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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정의선·구광모 친정체제 구축 2년...부회장단 퇴진·세대교체 임원인사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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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구광모 총수 등극 후 외부인사 수혈 등 세대교체 나서
- 현대차 "미래 사업환경 변화 대응력 제고에 기여할 것"
- LG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 조기 발굴 육성해 미래 사업가 키울 것"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총수 역할에 오른지 2년이 지났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당시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구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후 같은 해 6월에 회장직에 올랐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두 사람은 그간 '칼바람'이라 표현될 만큼 단호한 임원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이른바 ‘올드보이’가 퇴진하고 ‘젊은 피’가 그 자리를 채웠다. 이제 정 회장과 구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등 성적표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 그날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 부회장단 전격 교체...'젊은 피' 수혈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이른바 '배터리 회동'에 나선 가운데 악수를 하고 있다.

2018년 11월 9일. LG화학은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LG화학이 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발탁한 것은 1947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LG화학을 맡아온 박진수 부회장은 42년간 LG에서의 기업활동을 마무리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LG 안팎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기존 경영이념인 ‘인화’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인사 혁신”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같은 달 27~28일 양일간 LG그룹 주요 계열사는 임원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2004년 GS 등과의 계열분리 이후 역대 최고 규모의 상무 승진자를 발표했다. 당시 41세의 구 회장이 70년대생 젊은 임원을 대거 전진배치함으로써 미래 준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LG그룹 역시 당장의 사업보다 미래에 방점을 찍은 인사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LG는 "각 계열사별로 미래 준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발탁한 데 따른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해 미래 사업가를 키우고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구 회장의 외부 임원 영입도 이어졌다. 르노삼성자동차를 거친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부사장을 LG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은석현 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전무를 LG전자 VS사업본부 전무로 영입했다.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LG 경영전략팀장 사장에 앉혔다.

앞서 (주)LG는 7월 16일 이사회를 열고 권영수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과 함께 (주)LG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그 해 임원인사는 권 부회장이 면접 등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4세 경영체제’ 안착에 권 부회장의 역할이 예견된 대목이다.

구광모 LG 회장(오른쪽)이 사장단 워크숍을 나섰다.

한편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은 수시 임원인사 형태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2018년 11월 16일,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상임고문이 비상임고문으로 퇴진했다. 설 고문은 20년 이상 중국시장을 일군 정몽구 회장의 측근이었다. 이후 북미, 인도, 러시아 등 권역본부 본부장 인사에서도 세대교체가 이어졌다.

이어 같은 해 12월 12일 정 수석부회장의 첫번째 임원인사에서는 친정체제 의지가 확실히 드러났다. 정몽구 회장 라인이 교체되거나 2선으로 물러나는 대신 '정의선 체제'의 신진 인물이 등용된 것이다.

기존 현대차 부회장 가운데 연구개발본부 양웅철 권문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정몽구 회장의 ‘복심’으로 불렸던 김용환 부회장(기획조정실장)은 현대제철로 옮겼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특히 김걸 기획조정실장(사장), 장재훈 국내사업본부장·경영지원본부장 겸 제네시스 사업부장(부사장),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 등이 주요 역할을 맡았다. 하언태 국내생산총괄(사장),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 등도 핵심 포스트에 올랐다.

◆ 그후

40대 70년대생 전성시대...2019년 임원인사 통해 친정체제 구축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2019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그해 9월 16일 LG그룹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을 퇴진시키고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신임 대표로 앉혔다. 정기 임원인사를 두 달 앞두고 벌어진 대표이사 교체는 LG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11월 28일. LG전자의 조성진 부회장이 CEO 자리에서 용퇴하고 후임으로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권 사장은 구 회장과 지난 2014년 LG ‘시너지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로써 LG는 구 회장 취임 이후 6명의 부회장단 중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을 제외한 모두가 자리를 바꾸거나 교체됐다. 이 인사는 구 회장의 조직 쇄신 의지가 강하게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 해 임원인사에서 45세 이하는 2년 연속 21명이었다. 최연소인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을 맡은 심미진 상무는 34세, 오휘마케팅부문장 임이란 상무는 38세, LG전자 시그니처키친 스위트 태스크리더 김수연 수석전문위원은 39세였다. 

LG그룹은 “사업리더에 젊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루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연말 인사와는 별도로 외부 인재를 지속 영입했다. LG생활건강 뉴에이본(New AVON) 법인장 부사장으로 한국코카콜라 이창엽 대표를, LG CNS 커스터머 데이터 앤 애널리틱스 사업부장 부사장으로 한국 델 이엠씨 컨설팅서비스 김은생 총괄을 영입하는 등 총 14명을 영입했다. 또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5G 등에서의 젊은 인재가 약진했다. 각 계열사별로 고객 가치 창출의 핵심 수단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됐다.

정의선 회장이 직원들과 인증샷을 찍는 등 수평적 소통에 나섰다.

그 해 12월 현대차그룹도 40대 초중반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 앞서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용퇴했다. 정몽구 회장을 보좌해온 부회장단 대부분이 퇴진한 것. 그 자리는 미래 사업에 밝은 외부 인사들로 채워졌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젊은 인재와 여성들이 주요 보직을 맡았다. 젊고 전문성 강한 임원들을 발탁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룬 셈이다. 새로운 임원 중 ▲연료전지설계실장 전순일 책임연구원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 권해영 책임연구원 ▲연구개발경영기획실장 이동건 책임연구원 ▲CorpDev팀장 오재창 책임매니저와, 현대자동차 ▲경영전략팀장 김태언 책임매니저는 모두 1970년대 중반 이후 출생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경쟁력 강화, 미래사업 분야에서 성과와 역량 중심 우수인재 발탁, 여성임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것”이라며 “중장기 사업전략과 연계한 임원 인사를 통해 미래 사업환경 변화 대응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 그리고, 앞으로

정의선 회장 등극, 젊은 경영진 역할 '주목'...구광모,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현대차그룹도 지난 10월 정의선 회장 체제로 전환했다. 수석부회장으로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지 2년여만에 총수로 오른 것. 현대차그룹으로선 20년만의 총수 교체다.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제 연말 등 수시 임원인사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을 보좌해온 일부 부회장단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현대차그룹에는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부회장이 4명 있다. 이중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손 위 매형이다. 이미 세대교체가 이뤄진 상황인 만큼 큰 폭의 부회장단 인사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나, 일각에선 부회장단의 순차적인 용퇴 수순을 예상하기도 한다.

특히 정 회장은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목표로 영입한 젊은 경영진의 역할을 강화하는 체제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 김걸 현대차 기획조정실장(사장), 공영운 전략기획담당(사장) 등이 핵심 경영진으로 꼽힌다.

정의선 회장은 후속 인사와 관련 "수시로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외부수혈을 염두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항공모빌리티(UAM) 사업 추진을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부사장 등을 영입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

구광모 LG 회장은 올해 취임 3년을 맞아 중폭 수준의 인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구 회장이 그간 강조해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와 고객 가치 실천 등과 관련한 젊은 인재 등용을 지속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지난 10월 19일부터 한 달 간 일정으로 LG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사업보고회’를 갖고 있다. 내년 사업 계획 발표에 이어 토론 형식으로 진행한다. 12월 1일 예정된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사 등 이슈가 산적해 있다.

LG는 사업보고회가 끝난 후 11월말 경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최근 LG 사장단에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22일 온라인 사장단 워크숍에서 "평균적인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기존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선택받기 어렵다“며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지금이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올해 임원 인사는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서 단행되는 만큼 임원 승진폭도 최소로 이뤄지고, 발탁 임원수도 예전보다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언택트 시대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핵심 인재들을 전진 배치하려는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당초 우려를 씻어내고 2년 새 친정체제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정 회장과 구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처를 위해 내놓을 미래 구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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