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탄약고] 국산 헬기, 美 블랙호크 성능개량보다 경제적·성능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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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탄약고] 국산 헬기, 美 블랙호크 성능개량보다 경제적·성능은 비슷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11.03 00: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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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비용차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어...성능개량 범위에 따라서는 오히려 UH-60이 비쌀 수도
- 수명, 운영 유지비 고려하면 경제성 차이 커져...산업파급효과·고용유발효과 따지면 비교 불가
- 국산 헬기산업 기반 자체가 국방력·국가경쟁력일 수도

우리 군이 운용하는 UH-60(블랙호크) 헬기를 성능개량하는 것보다 국산 수리온 헬기로 대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성능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국방위원은 UH-60 기종이 성능도 좋고 비용도 저렴한데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방위사업청(청장 왕정홍)에 질의한 바 있다. 

앞서 일부 언론 등은 기존 블랙호크 헬기를 성능개량하면 약 600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작전수행능력이 확보되는데, 국산 헬기로 대체하면 5배이상의 비용이 들고 성능은 오히려 낮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어 이같이 질의한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과 군은 당초 군이 사용하고 있는 약 130여대의 노후한 UH-60 기종의 성능개량을 추진했다. 엔진 일부와 조종실, 생존 장비 등을 개량해 작전수행능력을 확보하자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였다. 

하지만, 성능개량 예산이 급격히 늘면서 방위사업청은 대안으로 국산 헬기인 수리온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2016년 11월 UH-60 성능개량 사업비는 약 1조2000억원으로 예산이 책정됐지만, 2018년 2차 선행연구가 완료되면서 사업비가 2조원 이상으로 약 70% 넘게 늘어났다.

이에 방사청과 군은 방위사업협의회를 개최해 블랙호크 성능개량사업과 대안인 수리온에 대해 국방연구원(KIDA)과 산업연구원(KIET) 등을 통해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군사적 운용과 재정적·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중형 기동헬기 전력 중장기 발전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능 개량하면 주요 성능 비슷해...생존 및 항법 등에서는 수리온이 UH-60보다 우위

일부 언론 등에 따르면 수리온이 블랙호크 대비 성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방전문연구기관 및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사실 등을 종합해보면, 현 수리온에서 동력전달계통 개선(출력 2만2000lbs), 연료탱크가 추가를 통해 블랙호크와 같은 수준의 기동능력 및 비행성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블랙호크 성능개량을 통해 확보하자고 하는 디지털 항법 및 생존장비 대부분은 이미 수리온이 보유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 논란이 됐던 병력 수송능력도 동력전달계통 개선과 좌석 재배치 등을 통해 블랙호크와 같은 수준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 대안으로 수리온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해 올해 3월 국방연구원(KIDA)의 검증을 통해 추진이 결정됐고, 지난 8월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합참에 성능개량형 수리온으로 UH-60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KAI가 개발한 수리온 기반의 군.관용 파생헬기 [사진=KAI]
수리온 기반의 군.관용 파생헬기 [사진=KAI]

 

▲초기 구매비용은 UH-60이 최대 8000억원 정도 저렴...운영유지비용·수명 감안하면 오히려 비싸

앞서 일부 언론이 제기한 비용차이는 5배에 달하는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달 보도에서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은 6300억원 가량 소요되고, 수리온으로 교체하면 3.3조원이 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국회에서 답변했듯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2차 선행연구에서 보더라도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은 알려진 바와 다르게  2조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군의 요구에 따른 계산이다. 엔진일부, 생존 및 항법장비 성능개량비용으로 누락된 추가비용과 수명주기비용 및 산업파급효과를 더하면 상황은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왕정홍 청장은 국감에서 블랙호크 성능개량으로 동력전달계통 개선비용을 포함하게 되면 약 3조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블랙호크 노후화에 따른 기체보강 및 블레이드 등의 단종품 개선비용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으로 일부 해외업체에서 제기하는 수리온 대체비용 3조3000억원보다도 오히려 더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헬기의 수명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분명해진다. 군이 운용하고 있는 블랙호크는 지난 1990년대 최초 도입해 현재 30년차 운용에 진입한 상태다. 물론 성능개량을 통해 수명을 어느 정도 늘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추가 소요되는 비용과 지속적인 단종품 발생에 따른 가동률 저하는 피할 수 없고, 신규 생산되는 수리온과는 사용수명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운용·유지비용을 따져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대부분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블랙호크에 비해 총 97개 구성품 중 71개가 국산화되어 있는 수리온이 보급 및 정비성과 비용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즉 수리온의 경우 구성품 대부분을 국내업체가 개발·생산했기 때문에 근접 보급과 정비지원이 가능해 가동률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블랙호크는 해외업체 구성품으로 근접 정비 및 보급 지원에 한계가 있고, 소요되는 비용 대부분이 해외업체에 지불될 수 밖에 없다.

 

산업파급효과는 약 7조원 차이...고용효과는 3만여명 더 많아

수리온에 참여한 국내업체는 모두 230여 업체로 관련 종사자만 약 3000명 이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방산업발전협의회가 지난 7월 8일 밝힌 것과 방산업계 분석에 따르면, 산업파급효과는 수리온이 약 9조원이고, 블랙호크는 2조원으로 약 7조원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고용유발효과는 수리온이 3만여명으로 블랙호크 성능개량 5000여명에 비해 6배 정도 더 많다.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을 국내 업체가 수행하더라도 블랙호크 구성품 대부분이 해외품목이다. 따라서 국민세금으로 마련된 사업비용 대부분이 수입부품과 기술료로 유출되야하기 때문에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 

수리온 헬기(CG)
수리온 헬기(CG) [사진=연합뉴스]

 

▲국산헬기를 보유하기 위해 투입한 개발비용이 1조3000억원...헬기산업기반, 좌초자산될 수도

최초의 국산헬기 수리온을 개발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지출한 개발비용이 1조3000억원이다. 이금액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만일 이 헬기를 아무도 타지 않는다면 이 비용은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 또한 헬기 연구개발과 생산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한다.

우리 군이 사용하지 않는 헬기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도 어렵다. 이런 리스크도 비용으로 봐야 한다. 국산헬기산업기반 전체가 좌초자산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량 생산을 하면서 축적되는 경험과 성능개량에 수반되는 연구개발이 지속되고 축적되면 차세대 고기동 헬기를 만들어 내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수리온은 초도 생산에서 나타난 몇 가지 결함은 이제 철저한 원인 분석을 통해 완전히 개선된 상태인 안정화 단계에 진입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더구나 블랙호크가 수행하지 못하는 3차원 전자지도를 통해 악천후와 야간, 생소한 지역의 저공비행 능력에서 탁월하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세계 4위의 헬기 보유국...군·관용 헬기 800대 운용하면서 국산 헬기는 20%에 못 미쳐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의 올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800여대의 군·관용 헬기를 운용하는 세계 4위의 헬기 대국이다. 많은 헬기를 보유한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은 모두 자국산 헬기를 90% 이상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도 자국산 헬기의 운용 비율이 40~50%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20%에서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리온의 초도 생산 품질을 현재 품질로 오인해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고 KAI관계자는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다른 모든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생산량이 늘수록 품질과 기술이 향상된다"며 "지금은 충분한 기술력과 개발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항공업계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국산 헬기 생태계가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차세대 고기동 헬기를 개발해야 하는 시점에서 수리온 양산 물량이 종료되면 생산라인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수 있다. 

국산 소형 무장헬기(LAH) 개발이 종료되는 2023년 이후에는 연구개발 인력도 남아돌 수 있다. 수리온 성능개량이 진행되면 이 인력들은 매우 유용한 인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수리온 성능개량을 통해 핵심기술이 확보되고 축적되면 차세대 무인헬기와 고기동헬기 개발이 본격화 될 수 있고, 경쟁기종과 같은 수준의 성능이 확보되면 수리온의 수출시장 진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군과 정부기관의 국산헬기에 대한 지속적인 성능개량과 진화적 개발이 함께 한다면 수출시장 개척과 자주국방 실현은 물론이고 국내 항공산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비행중인 무인헬기 NI-600VT[KAI]
비행중인 무인헬기 NI-600VT [사진=KAI]

조진수 한양대 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국산 헬기 생산이 지속돼야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국산 헬기의 성능개량과 차세대 헬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4일 초도비행에 성공해 본격적인 비행시험단계에 돌입한 소형무장헬기(LAH) 시제 1호기.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소형무장헬기(LAH) 시제 1호기 [사진=KAI]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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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비 2020-11-06 19:49:01
공감이 확 가는 기사내용입니다.
우리세금으로 만들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좋다고 사온다? 우리나라 1등제품만 빼고 다 도입하자는 논리가 국회의원이 주장하는 논리인데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