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4번의 '부영 방지법' 발의...이중근 1인 지배구조의 정당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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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4번의 '부영 방지법' 발의...이중근 1인 지배구조의 정당성을 묻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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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17위 부영 추락의 발단 '부영방지법'발의 3년만에 이중근, 실형 2년 6개월 확정
- 주택임대사업으로 성공한 부영...임대료 폭리·부실시공으로 덜미
- 시공순위 12위권에서 41위로 추락...후계구도 안갯속, 지분은 이 회장이 독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탄탄함을 자랑하던 부영그룹에 근래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14년 매출 1조8632억원, 영업이익 5040억원을 기록한 부영그룹은 지난해 매출 1조3688억원, 영업손실 1946억원, 순손실 25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5년만에 무려 7000억원이나 감소한 것이다. 매출과 이익의 감소 뿐 아니라 주업인 '건설 역량'도 크게 나빠졌다. 부영의 올해 시공능력 순위는 41위다. 지난 2014년 16위, 2015~2017년 12위, 2018년 26위, 2019년 15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추락'에 가깝다. 이번 정부들어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의 경영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부영의 고전은 더욱 뼈아프다. 

부영의 뿌리는 어디서부터 흔들렸을까? 또 흔들린 뿌리는 과연 다시 착근할 수 있을까? 

부영의 실적 악화에 대해 시장은 대체로 그 원인을 오너인 이중근 회장에게서 찾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회사의 경영실적과 이중근 회장의 처지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중근 회장은 올 9월 29일 지주회사 격인 부영과 부영주택 등 주요 계열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철저한 1인 지배체제로 그룹을 경영해온 이 회장은 지난 8월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으로부터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1억원의 원심 확정 판결을 받았다. 죄명은 수백억원대의 세금탈루, 횡령과 배임 등이다.  

이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이 회장은 지난 9월 15일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사실상 1인 회사로 운영되는 부영그룹의 경우 회사에 손해가 곧 주주인 이 회장의 손해이기 때문에 1인 회사나 실질적인 1인 회사의 경영자의 행위를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청구 취지를 밝혔다. 시중의 말로 '내돈 내 맘대로 쓰겠다'는 얘기인데, 그에게 '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개념은 없는 것일까? 

◆ 그날

이원욱 의원, '부영방지법' 잇달아 발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2017년 11월 8일 이른바 ‘부영방지법’ 4탄으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7월까지 국토부가 조사한 부실시공 사업장 37건(3만831세대) 중 3분의 1인 12건이 부영주택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영은 2017년 국토부가 실시한 특별점검에서도 다른 건설사보다 압도적인 부실시공 사례가 적발돼 164건의 시정지시와 영업정지 처분 등을 받은 바 있다. 당시의 국토부 특별 점검은 사실상 부영의 부실시공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면서 실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원욱 의원
이원욱 의원

부실시공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이원욱 의원은 그해 9월 5일 '주택법 일부개정안'과 '주택도시기금법 일부개정안' 등 2개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건설기술진흥법 상의 부실 벌점제를 활용한 것으로, 시공 실적이나 하자 발생 빈도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주체에 대해 준공검사 이전에 입주자 모집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부영이 공급한 하자 아파트에 대한 원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나온 탓에 '부영방지법' 1탄으로 불린 이 법은 '부영 옥죄기'의 시작이었다. 

이의원은 9일 후인 14일에는 감리업체가 건설업체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양심과 지식에 따라 감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부실시공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취지로 부영방지법 2탄을 발의했다. 이어 40여일 후인 10월 26일에는 부실 시공업체에 공공택지 공급을 제한하는 일명 ‘부영방지법 3탄’을 발의했다.

부영방지법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부영방지법 4탄은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과태료와 과징금을 매출의 최대 10%까지 매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1~3탄이 부실시공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다각적으로 마련한 것이라면, 4탄은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했을 때 가중처벌 조항을 만들어 꼼짝없이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지게 만든 것이다. 

이같은 입법의 배경에는 공정위의 고발도 한 몫 했다. '부영방지법' 입법에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7년 6월 7개 미편입 회사와 6개 차명주주 회사를 신고하지 않은 ‘신고 의무 미이행’을 이유로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자료 제출에 불응한 기업을 대상으로 고발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의원은 처벌 수위를 한층 높여 많은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영을 가두는 법 테두리를 세운 것이다. 

이 의원은 “부영방지법 4탄을 통해 국내 기업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제하고 건전한 기업문화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공정위가 기업의 1인 지배와 같은 기형적 형태를 적시에 파악하고 과징금 등을 부과해 시장질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후 대안 반영 폐기(1,2탄)되거나 임기 만료 폐기(3-4탄)돼 본회의를 넘지 못했으나, 이의원은 부영의 1인 지배구조를 정확히 찔렀다. 

◆ 그후

2018년 2월 이중근 회장 구속, 그리고 보석

법안 발의 후 4개월 여가 지난 2018년 2월, 결국 이중근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징역 5년, 벌금 1억원을 선고받고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그의 수감 생활은 길지 않았다. 이 회장은 수감된 지 161일 만에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해 풀려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이 회장은 2019년 5월 어버이날 대한노인회 회장 자격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참여한 행사를 열어 구설에 올랐다. 건강악화를 이유로 보석을 받은 이가 정치인들을 초청해 행사를 연 것이 알려지자 여론은 비등했다.

이같은 일련의 '일탈'은 주변의 일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독단적 결정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탄이 이어지자 부영그룹은 그해 8월 임대 보증금과 임대료를 1년 동안 동결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생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부영그룹은 하자보수비로 2018년 보다 62.1% 상승한 418억원을 책정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였다. 부영은 오너인 이회장의 일탈에 대한 세간의 눈길과 임대료 폭리 논란에 대해 그 나름의 대가를 치른 셈이다.

당시 그는 “하자와 부실시공으로 입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고 임대료 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을 낳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부영그룹은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세 가지 상생안을 통해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부영그룹 사옥
부영그룹 사옥

그런데 이 회장의 이런 언급은 그해 10월 2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결심공판의 최후변론과 같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당시 최후 변론에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일했다. 그동안 학교도 짓고 책도 배포하며 사회사업을 해왔다"며 "기회를 준다면 여생 동안 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잘못된 업무처리를 바로잡고 반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가 여전히 '기업=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금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이중근회장은 부영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부영’ 지분의 93.79%를 보유해 부영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부영은 부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의 지분 100%를 가졌다. 부영주택은 부영그룹에서 자산규모 4위인 계열사 ‘무주덕유산리조트’의 지분 74.95%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말 기준 부영 24개 계열사의 전체 자산규모는 23조2843억원이다. 부채 16조4028억원, 자본 6조881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38.36%다. 

이중근 회장은 임대주택사업으로 성공한 자수성가 기업인이고, 독재적 경영 스타일로 부영을 이끌어 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성장기에는 1인 지배체제가 빠른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순기능을 한 측면도 있지만, 혼자서 끌고가기엔 너무 덩치가 커져버렸다는 업계의 관측이 나온지 오래다.

 

◆ 그리고 앞으로

이세중 이성한 이종혁 등도 모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후계 구도 안개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여전히 부영그룹의 흔들림 없는 오너다. 지분 승계나 후계 구도 역시 정해진 바가 없다. 또한 최근에는 그나마 최일선 경영자들이 줄줄이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 이회장 본인 외에 그를 대신할 의사 결정권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세중(85) 부영그룹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9월 25일 부영, 부영주택, 동광주택, 동광주택산업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변호사 출신인 이세중 대행은 이중근 회장이 구속된 2018년 법규 총괄 회장 직무대행으로 부영그룹에 영입됐다. 

이중근 회장의 3남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지난달 23일 사임했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동광주택산업 외 5개 법인 대표인 이창우 씨가 신임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종혁 오투리조트·천원종합개발 대표이사는 지난 9월 23일 두 회사의 대표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광영토건과 부강주택관리, 동광주택산업의 사내이사직에서도 내려왔다. 이런 현재의 모습보다 앞으로의 부영이 더욱 걱정되는 이유는 이 회사를 누가 어떻게 이끌어 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적 지배와 별개로, 임대주택사업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 분양과 재건축 시장에서 부영의 브랜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점은 앞으로 더 큰 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는 아파트 분양시장과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영과 이중근 회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도덕·준법 경영'을 통해 이전과 달라지려는 노력과 실천이다.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책임지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것이 부영에게 국민들이 기대하는 모습일 것이다.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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