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한국타이어 조현범, 대형 투자발표 1년...경영권 갈등·개인비리로 '얼룩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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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한국타이어 조현범, 대형 투자발표 1년...경영권 갈등·개인비리로 '얼룩진 약속'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10.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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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횡령 혐의' 조현범 사장에 징역 4년 구형...2심 판결 결과에 '이목'
- 조현식 부회장, 성년후견 심판절차에 적극 참여...최대주주 불확실성 가중
- 한국타이어, 영업익 매년 하락세...타이어사업 성과·오너리스크 극복 '절실' 
조현범 사장. [사진 연합뉴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사장은 2019년 10월, 국내 핵심기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도약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곧바로 개인비리가 터졌다. 조현범 사장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데 이어 2심 공판을 받으며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심 재판정에서 조현범 사장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영자가 회사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가능하겠느냐는 세간의 이목 속에, 그는 한국타이어를 둘러싼 가족간 경영권 분쟁의 한가운데에도 내몰렸다. 업친 데 덥친 격. 오너 일가에서 각종 입장문이 발표되며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회사 실적도 휘청거렸다. 

이 모든 것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난 1년간 일어났다.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날

2019년 10월, 대전·금산공장 3100억원 투자 발표..."재도약 드라이브"

2019년 10월 23일, 조현범 사장은 2026년까지 총 3100억원을 투자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의 생산설비 현대화를 통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전·금산공장에 AI, 빅데이터, 딥러닝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작업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당시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고인치 타이어 시장의 수요 증가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충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면서 "또한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과 자동화 설비 증대도 주요 목표"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은 2019년 2분기 실적 쇼크에 이어 타이어 판매감소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시장은 한국타이어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판매 및 가동률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터라 이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료 메리츠증권]

업계에선 조현범 사장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선언은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국내 핵심기지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도약의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풀이했다.

당시 조현범 사장은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증가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 침체와 판매 부진 속에서도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성장을 실현시키는 자양분 역할을 했던 대전·금산공장을 다시 한번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금산 공장. [사진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금산 공장. [사진 한국타이어]

 

◆그후

곧바로 터진 개인 비리, 경영권 분쟁..."불확실성 키웠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 뒤인 2019년 11월, 조현범 사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받아 챙기고 관계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였다.

그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납품거래 유지 등을 대가로 매월 500만원씩 123회에 걸쳐 총 6억1500만원을 받은 혐의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타이어 계열사 자금을 매월 200만~300만원씩 102회에 걸쳐 총 2억6500만원을 빼돌린 혐의 ▲계열사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숨길 목적으로 지인의 매형과 유흥주점 여종업원의 부친 명의 등 차명계좌를 이용해 받고 이를 은닉한 혐의 등을 받았다.

조현범 사장은 2019년 12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뒤, 2020년 3월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1심 공판에서 "조현범 사장이 사용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불법행위에 내몰렸다"며 "계열사 법인자금 횡령과 관련해서도 모기업인 한국타이어에 전가되는 구조라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했다. 조현범 사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매우 참담하고 참회하는 마음"이라며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죄를 인정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4월, 조현범 사장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6억1500만원을 명령했다. 이에 검찰은 2020년 7월 항소심 공판에서 1심 판결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4년에 추징금 6억1500만원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조현범 사장은 형이 무겁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조현범 사장은 1심과 2심 모두 혐의 일체를 인정하며 반성전략을 취했다. 정도경영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개인비리로 얼룩진 3세 경영자를 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20년 초 비상경영을 선언한 한국타이어는 오너 리스크까지 떠안으면서 이중고를 겪게 됐다. 조현범 사장 본인이 그룹 내 '불확실한 지배력'을 자초하고 회사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모양새가 된 것이다. 

부담을 느낀 탓일까, 조현범 사장은 2020년 6월23일 재판을 받던 중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는 조현범·이수일 각자대표체제에서 이수일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다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는 그대로 유지했다. 회사 측은 조현범 사장의 사임을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사진 한국타이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사진 한국타이어]

설상가상으로 조현범 사장은 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경영권을 둔 싸움의 격랑에 빠져들었다. 조양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을 누가 물려받느냐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는데, 드디어 '터질 게 터진' 것이다.

2019년 3월, 조양래 회장이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조현식·조현범 '형제경영체제'가 본격화 됐다. 조현식 부회장이 지주사(한국테크놀로지그룹)를, 조현범 사장은 지주사 사장과 한국타이어 대표를 맡는 형태였다. 지분도 거의 비슷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19.32%, 조현범 사장은 19.31%의 그룹 지분을 보유했다.

조현식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조현식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그러다 조양래 회장은 2020년 6월, 돌연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 23.59%를 모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겼다. 이로써 조현범 사장은 기존 지분에 아버지 지분을 합쳐 42.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에 한 달 뒤인 2020년 7월,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 이사장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던 아버지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가족간 경영권 분쟁의 본격 신호탄이었다.

조현식 부회장도 가세했다. 조 부회장은 2020년 8월 입장문을 통해 "현재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회장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중인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현식 부회장은 2020년 10월 5일 조 이사장이 조 회장을 대상으로 낸 성년후견 개시 심판과 관련해 '참가인' 신청을 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청구되면 피고인의 가족들은 '관계인' 자격을 부여받는데, 따로 참가인 신청을 하면 '청구인'과 사실상 동등한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조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심판청구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다.

현재 조현범 사장은 그룹 지분 40% 이상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나머지 형제들과 표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기타 주주들이 등을 돌리면 경영승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희경 이사장(0.83%), 조양래 회장의 차녀 조희원씨(10.82%) 지분을 모두 더하면 30.97%가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6.24%)과 소액주주(17.57%)의 지분율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성년후견 재판에 따라 조 회장의 지분 양도가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타이어 사업 성과·오너리스크 극복 '절실' 

한국타이어는 2020년 초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신사업 확장을 중단키로 했다. 주력 사업인 타이어 제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그룹의 중추인 타이어 사업에서 성과가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 한국타이어의 시장 지위는 약화되고 있고, 영업이익도 매년 하락세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 감소까지 겹쳤다. 미국 정부의 한국산 타이어 대상 반덤핑관세 부과 움직임에 따른 실적타격 가능성도 위험 요소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0년은 영업이익이 5000억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타이어는 2020년 2분기 전년동기대비 40% 가량 급감한 7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수요 회복이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2020년 5월부터 매출 비중이 큰 미국·유럽에서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타이어는 하반기 판매를 상반기 대비 3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0년 10월15일 리포트에서 "기대보다 빨라지는 교체용 타이어(RE) 회복은 긍정적이다. 재고도 효과적으로 소진 중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유럽의 따뜻한 기온 지속과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윈터 타이어 오더가 지연되고 있음에도 전년동기 수준의 볼륨 회복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과의 서먹한 관계도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시장에선 현대·기아차의 신차용 타이어(OE )수주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외산 타이어의 사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측은 고급화 전략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제네시스 등 고급 모델 이외에도 SUV를 중심으로 수입 타이어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기아차는 2020년 8월 출시한 신형 카니발의 신차용 타이어로 '굿이어'와 '콘티넨탈'의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기존 모델인 3세대 카니발에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 제품이 쓰였다.

앞서 2015년 한국타이어는 현대차에 제네시스용으로 납품한 타이어에 소음 문제가 발생하면서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현대차는 한국타이어를 수입산 타이어로 교체했고 3세대 에쿠스에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하지 않았다. 한국타이어의 에쿠스 타이어 공급 탈락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7년에는 현대차가 쏘나타 뉴라이즈에 이어 그랜저IG에도 금호타이어를 장착했다.

업계에선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옛 한라공조) 지분 투자가 현대차그룹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시발점이라고 본다. 한국타이어가 2014년 사모투자펀드인 한앤컴퍼니와 함께 자동차 부품회사인 한온시스템 공동 인수에 나설 당시, 현대차는 인수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의 주요 협력사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면 연구·개발 및 품질 투자가 감소해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지분을 각각 19.5%, 50.5% 보유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지분을 매각할 때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청구권이나 동반매각참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선 현대차그룹과의 관계 및 신사업 확장 중단 등에 따라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타이어, 스포츠카 '타이칸'에 신차용 타이어 공급. [사진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EV) 타이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2020년 7월 포르쉐의 최초 전기 스포츠카 모델인 '타이칸'에 전기차용 타이어 '벤투스 프리미엄 스포츠(벤투스 S1 에보3 ev)'를 OE로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포르쉐가 최초로 선보이는 고성능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과도 함께 하며 글로벌 최상위 기술력과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2015년 크로스오버 SUV 마칸의 OE 공급을 통해 포르쉐와 처음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2019년 3세대 카이엔에도 공급을 이어갔다. 다만 현재까지는 자동차 시장에서 EV의 낮은 점유율로 인해 실적 기여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한국타이어는 오너리스크를 극복하고 업황 악화 속 돌파구를 찾는 데 전사적인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조현범 사장이 개인 비리와 가족간의 문제 해결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9년 조현범 사장이 구속된 뒤로 이수일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조 사장의 경영공백을 메우는 데 애를 쓰고 있지만 3100억원 투자도 속도감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그간의 투자 성과라 해봐야 올해 4월 AI, 사물인터넷 활용으로 설비 이상 탐지 기술 개발한 것이 전부다. 

증권가에선 최대주주의 불확실성은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주요 주주 사이의 지분 불확실성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필요가 있다"며 "지분구도가 불확실한 상황의 장기화는 투자기회 소멸과 부진한 주주환원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심판의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중대한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바라본다. 그전에 오너 일가가, 특히 조현범 사장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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