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컬러강판 사업 접는데 동국제강, KG동부제철은 설비투자..."왜?"
상태바
현대제철은 컬러강판 사업 접는데 동국제강, KG동부제철은 설비투자..."왜?"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0.15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컬러강판 설비증설 착착 진행
- 현대제철 "시장 경쟁력 없어 만년 적자...차강판 집중해도 모자라"
-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옛날부터 컬러강판이 주력사업
- 공급과잉 품목이지만 글로벌 수요 확대추세...다품종 소량 및 주문맞춤 생산으로 해외시장 개척

컬러강판 사업을 두고 현대제철(대표 안동일)과 동국제강(대표 장세욱), KG동부제철(대표 이세철)이 전혀 다른 선택을 내리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제철은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 컬러강판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한 반면,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은 컬러강판을 최우선 주력사업으로 설정하고 추가적인 설비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컬러강판 사업을 정리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8월부터 노사협의를 통해 사업효율화 등을 검토한 끝에 최근 전남 순천에 위치한 컬러강판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 직원 50명은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고, 연간 17만톤 생산능력의 컬러강판 설비는 매각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전경.
현대제철은 순천 컬러강판 공장을 10월 폐쇄했다. 사진은 현대제철 순천공장 전경.

반면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7월 250억원으로 들여 연산 10만톤 규모의 최고급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짓기로 결정하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 완공된다. 이번 투자로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75만톤에서 85만톤으로, 생산라인은 8개에서 9개로 늘어난다. 

신규 컬러강판 생산라인은 라미나강판, UV(자외선)강판, 항균 강판 등 다양한 종류의 최고급 컬러강판을 생산해 가전과 고급 건자재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KG동부제철도 컬러강판 설비 2기를 증설 중이다. 공사는 현재 진행 중으로 오는 2021년 3월 경 완공될 예정이다. 

KG동부제철은 현재 인천공장 4기 라인에서 연산 약 50만톤의 컬러강판을 생산할 수 있다. 내년 3월 설비투자가 완공되면 기존 노후화된 설비 1기는 가동중단하고 총 5기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후 KG동부제철의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70만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2기의 컬러강판 설비를 더 증설하는 2단계 투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차강판', 동국제강 KG동부제철은 '컬러강판'...각자 주력사업에 '집중'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KG동부제철이 컬러강판 사업에 대해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은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주력사업이 '자동차강판'이며,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은 '컬러강판'이다. 각자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1479억원의 충격적인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297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당장 수익성 개선이 시급해진 현대제철은 과감히 적자를 내는 비주력사업 정리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2월 단조사업부문 분할로 사업부 구조조정을 개시했고, 6월에는 당진제철소 전기로 박판열연 공장에 대한 가동중단·매각, 중국법인 통합을 결정하는 등 비수익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강관사업부 매각도 검토 중이다. 

컬러강판 사업도 같은 맥락으로 접게 된 것이다. 현대제철은 컬러강판에서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은 차강판이 주력인만큼 차강판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버거웠다. 현대제철 컬러강판 설비는 노후화돼 설비투자가 필요했지만 주력 사업이 아니다보니 설비 신예화와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 더이상 사업을 이어나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컬러강판 국내 시장이 공급과잉인데 생산능력 자체가 세아씨엠보다도 못하고 설비도 노후화돼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어 계속 적자를 낸 사업"이었다며 "차강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컬러강판에 새롭게 투자할 여력이 없어 사업을 접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국제강은 과거부터 컬러강판에서는 알아주는 업체였다. 동국제강은 국내 컬러강판 생산능력 1위 업체다. 동국제강(75만톤)·동부제철(45만톤)·포스코강판(40만톤)·세아씨엠(21만톤)·현대제철(17만톤) 순이다. 

동국제강은 2011년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선보인 이후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2019년 기준 동국제강 33.5%, KG동부제철 19.2%, 포스코강판 15.6%, 세아씨엠 9.4%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원래 컬러강판 사업은 동국제강이 인수했던 유니온스틸(전 연합철강)이 하던 것이다. 전 유니온스틸 대표이사였던 장세욱 부회장이 2015년부터 동국제강을 이끌게 되면서 컬러강판 사업을 계속 키웠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 현대제철이 실적에서 크게 고전했던 것과 달리 동국제강은 1분기 562억, 2분기 998억원이라는 견조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고급 컬러강판 등의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장세욱 부회장은 철강업계에서 틈새상품으로만 여겨지던 컬러강판을 강조하며 주력으로 내세웠다. 이른바 동국제강식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을 펼치며 컬러강판 사업 고도화에 나선 것이다. 

KG동부제철도 KG그룹에 인수된 후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컬러강판을 주력제품으로 삼기로 결정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이유는 KG동부제철 생산제품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이 컬러강판이기 때문이었다. 컬러강판, 석도강판 등 잘하는 제품에 주력하자는 결정은 만년적자로 허덕이던 KG동부제철을 매분기 300억원 내외의 견고한 영업이익으을 낼 수 있게 이끌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차강판에 집중해야 하고 당장 실적을 개선시켜야 하는 현대제철과 달리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은 컬러강판에서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었고, 앞으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품종이라고 자체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컬러강판 공급과잉 심각하지만 글로벌 수요는 확대추세...수출로 '신수요' 만든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말 금속가구에 컬러강판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등 컬러강판 신수요가 확대추세에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말 금속가구에 컬러강판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등 컬러강판 신수요가 확대추세에 있다.

컬러강판은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수요는 140만톤 수준인데 생산량은 220만톤에 이른다. 국내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연간 약 80만톤 내외를 수출해야 하는 처지다.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이 생산능력 증대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공급과잉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공급과잉 우려도 현대제철이 컬러강판 시장에서 철수한 이유 중 하나다.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수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업체 글로벌인포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컬러강판 시장 규모는 2019년 24조원에서 2024년 33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컬러강판이 들어가는 고급 건축물과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KG동부제철의 컬러강판 전략은 수출 확대 및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집중돼 있다. 현재 55:45 정도의 내수, 수출비중을 내년엔 40:60으로 바꿀 계획이다. KG동부제철은 엠보 컬러강판 국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글로벌 건축자재 시장에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 수용해 수출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을 통해 해외 신수요처를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전세계 컬러강판 트랜드가 고급화, 다양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8개의 생산라인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 구축을 마쳤다. 사실상 주문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고 현재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동국제강 측의 설명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글로벌 컬러강판 범용재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우리 주문 제품 수요는 건재했다"며 "컬러강판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제대로 갖춘 곳은 전세계에서 동국제강이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또 "내수시장을 노리고 설비투자를 했다기 보다 전세계 수요를 넓힐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설비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G동부제철 관계자 역시 "컬러강판과 석도강판에서 오랜 업력을 갖고 있어 수출에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다품종 소량 생산은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