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정몽구, 현대차 세계5위로 키우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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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정몽구, 현대차 세계5위로 키우고 물러났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0.1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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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경영' 주창하며 현대차그룹 글로벌 자동차 5위로 키워
정의선 회장의 든든한 멘토와 스승 역할 기대...최근 건강 호전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세계5위로 이끈 재계의 '거인'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 부회장에게 바톤을 넘긴다.

14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이 아들인 정의선 수석 부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주고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났다. 1938년생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초대 회장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재벌 총수 2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 명예회장은 한국을 자동차 강국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그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정공을 성공적으로 키워 아버지인 정주영 회장에게 인정받기도 했고, 현대차그룹을 재계 서열 2위로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정의선 부회장의 회장 취임은 정몽구 회장의 뜻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10년대 중반까지 80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2세대 재벌가 경영인 중 가장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제네시스 신규 브랜드 및 기함급 차량 발표회엔 직접 참석하여 축하연을 진행한다든지, 현대차 남양 연구소에 수시로 내려와서 테스트카를 직접 몰아보거나 주요 수정 사항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사건규명으로 국회에 출석한 이후 그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사실상 경영을 아들 정의선 부회장에게 맡겼다. 

'품질경영' 주창하며 현대차그룹을 국내 재계2위, 전세계 자동차 5위로 키워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

정 명예회장은 1970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자동차서비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등의 계열사에서 근무했다. 현대정공 시절에 컨테이너 사업을 성공시켜 아버지 정주영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현대그룹의 회장을 지냈다. 이후 2000년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일부 계열사를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분리했다. 2000년에는 동생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왕자의 난'을 벌였고, 현대차 계열사만 분리해나와 지금의 현대차그룹을 일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나올 당시 자산이 31조원 정도로 재계5위였지만 지금은 삼성그룹에 이은 재계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생산 혁신, R&D 혁신,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혁신 등 공학과 경영을 결합한 과감한 시도들은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모델이 됐다. ‘품질경영’ ‘현장 경영’으로 대표되는 경영철학이 대변하듯, 품질을 중시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자동차 생산 공정과정에서 최적화된 부품 공급 모듈화 시스템을 도입, 효율성을 최대화 했으며, 전세계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적기에 건설할 수 있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을 확립했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의 수직계열화를 완비,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세계 최초로 친환경 자원순환형 사업구조를 갖춰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해외 공장 건설 시 국내 부품업체들의 대규모 동반 진출은 사실상 현대기아차에서 최초로 시도한 독창적 협력체계로 산업사적 의미가 큰, 동반성장 의지의 일환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전략적 결단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역발상 경영인으로도 평가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10년 10만 마일’ 보증실시 승부수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국민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사회공헌 철학으로 미친 영향도 지대하다. 사재를 출연하여 ‘현대차 정몽구 재단’을 설립하고, 저소득층 미래 인재 육성에 전력을 다해왔다. 이 업적을 인정받아 1996년 한국의 경영자상, 1998년 금탑산업훈장, 2012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해외에서도 2001년 자동차업계의 노벨상인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 선정 ‘자동차산업공헌상’ 수상, 2004년 미국 비즈니스 위크 ‘2004 최고경영자’, 2005년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 ‘2005 자동차부문 아시아 최고 CEO’, 2009년 미국 벤플리트상 수상,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세계 100대 최고 경영자’, 미국 모터트렌드 ‘자동차산업 영향력 있는 인물’ 2위에 선정됐다.

정 명예회장은 세계 자동차업계 5위 진입, 현대가 적통 계승, 고로 제철소 준공, 그리고 통합사옥 건립을 4대 숙원으로 삼았고 사실상 모두 달성했다. 이 중 앞의 3개는 달성했고 마지막 숙원인 통합사옥 건립이 진행 중이다. 

물론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통 큰 베팅'으로 회자되는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 매입 건도 그의 '과'를 얘기할 때 거론되는 사례 중 하나. 현대차그룹은 2014년 서울 삼성동의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낙찰받았다. 

당시 정 회장의 판단을 놓고 시장에서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현대차그룹이 해마다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는 금액은 4조 원가량이다. 해외 완성차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규모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는데, 현대차그룹이 사옥 건립을 위한 땅 투자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 부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전 부지는 지금도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다. 이 일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은 대체로 10조원을 미래 자동차 기술 확보나 M&A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을 제기한다. 국민들이 현대차에 바란 것은 부동산 부자가 아니란 얘기다.

또 정몽구 회장시절 현대차그룹이 800만대 자동차 판매에 취해 자동차시장 변화에 늦게 대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지난 2010년도 중반대에 SUV가 글로벌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세단을 강화하며 역행했다. 2018년이 되서야 코나를 긴급투입했고, 이후 SUV를 줄줄이 출시했지만 뒤늦은 대응이었다는 평가다. 

자동차업계의 거인이자 한국 재계의 거인이었던 정몽구 회장은 이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정의선 회장의 든든한 멘토와 스승으로써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7월 대장게실염 등으로 입원한 뒤 3개월째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현재 병세가 호전됐다"고 전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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