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다음-카카오 합병 6년 ...김범수·이재웅의 '엇갈린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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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다음-카카오 합병 6년 ...김범수·이재웅의 '엇갈린 승부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10.1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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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업계 2위 다음과 메신저 1위 카카오 합병...6년 만에 시가총액 6위 기업으로 고속 성장
- 김범수, 재계 주식부호 4위 등극...카카오, 포털 맹주 '네이버' 아성 위협
- 이재웅, 타다금지법 국회 통과에 모빌리티 사업 '좌초'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한 지 6년이 지났다.

국내 2위 포털업체 다음과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의 합병은 IT업계 대격변을 예고했다.

당시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카카오와의 합병을 적극 찬성하며 지분을 넘겼다. 그리고 그사이 6년동안 카카오는 시가총액 약 33조원, 국내 6위 기업으로 고속 성장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상반기 주식 부호 4위에 올랐다. 반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는 그가 심혈을 기울였던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가 정부 규제에 막히며 주춤하고 있다.

◆ 그날

이재웅 다음 지분 넘기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맡아

2014년 10월 1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법인 ‘다음카카오’가 공식 출범했다. 그해 5월 합병 계약에 합의한 뒤 통합법인 설립을 준비해온 4개월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된 것이다. 

합병에 따라 다음의 최대주주는 이재웅 창업자에서 김범수 의장으로 변동됐다. 김 의장의 지분율은 22.23%가 됐다. 이전 다음의 최대주주는 이재웅(13.67%) 창업자였고 피합병회사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김범수(29.24%) 이사회 의장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과 이재웅 다음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한 지 8년 만에 국내 2대 포털 다음을 품에 안게 됐다.

당시 양사의 합병법인인 다음카카오는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 합병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직원수 600명의 ‘스타트업’ 카카오가 2200명의 ‘IT대기업’ 다음을 인수하는 것으로 해석이 더 힘을 얻었다.

사실 다음은 1995년 설립된 이래 인터넷의 시작과 함께 한메일, 카페, 미디어다음, 검색 등 국내 인터넷 트렌드를 개척해왔지만, 네이버에 밀리며 역사 속에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는 평가까지 나올 상태였던 것. 다음카카오는 이듬해 9월, 다음을 뺀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카카오는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이라는 비전 아래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리더’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파트너들과 동반성장하는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해 3대 가치(재미, 편리함, 공유)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당시 최세훈 공동대표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단순한 더하기가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밑거름 삼아 큰 가치를 이루는 융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 김범수 의장은 이사회 의장으로만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김 의장이 정책결정의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사의 합병은 국내 IT 업계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만큼 네이버가 주도해 온 인터넷 기업 판도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IT업계 관계자는 “당시 카카오는 금융·결제·뉴스 서비스 등에 진출하며 '생활 정보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혁신에 사활을 걸었다”며 “양사가 시너지를 내게 되면 포털의 맹주인 네이버에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고 예견됐다”고 설명했다.

◆ 그후

김범수 ‘카카오 제국, 무한 영토 확장’...이재웅 ‘타다 금지법에 절규’

대한민국은 지금 ‘카카오제국’이란 말이 나온다. 김범수 의장의 전략과 시대 흐름이 절묘하게 통했다. 콘텐츠, 메신저, 검색, 금융, 모빌리티, 전자상거래, AI, 블록체인 등 생활 밀착 신사업은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카카오는 합병 6년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16배 수직 상승했다. 카카오 출범 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시가총액은 약 2조1000억원이었다. 올해 10월 현재 카카오 시가총액은 33조5000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재계 서열로는 23위 수준이다.

김범수 의장

김범수 의장은 자신의 전 직장인 NHN(현 네이버) 출신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현재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대표, 권승조 카카오IX 대표 등 핵심 사업 곳곳에 NHN 출신들이 있다.

카카오톡이 처음 나온 2010년 연 매출 3400만원에 불과했던 카카오는 2019년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카카오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9528억원, 영업이익 977억 7100만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0%, 영업이익 142%가 상승한 수치다.

매년 1600만명이 카카오톡에서 선물하고 쇼핑한다. 쇼핑 회원 수는 3100만명을 육박한다.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매출 2961억원, 영업이익 757억원, 영업이익률은 25% 이상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3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8조원대 기업가치를 예상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톡 출시 10주년 캠페인을 펼쳤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카카오의 ‘무한 영토 확장’에는 김범수 의장의 과감한 M&A(인수합병) 전략이 빛을 발했다.

카카오는 2016년 국내 최대 음악플랫폼인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당시 인터넷 업계 최대인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는 2017년 5곳, 2018년 16곳, 2019년 15곳 등 36곳을 인수해 현재 계열사가 97개로 불어나 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카카오게임즈 상장에 이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 등도 상장할 계획이다. 분위기 좋을 때 계열사 IPO(기업공개)를 통해 현금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한편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지분을 카카오에 넘긴 후 고난의 시절을 보냈다. 이 창업자는 2018년 4월, 쏘카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 대표는 1995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다음을 창업한 이후 2007년 다음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재웅 대표

쏘카는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의 모회사다. 그런데 '혁신적인 서비스'로 불리며 잘 나가던 ‘타다’는 택시업계의 반대에 직면했다, 국토교통부는 일명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 대표의 절규 속에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실상 ‘타다금지법’을 찬성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가맹택시 브랜드 형태로 협력하기로 했기 때문.

이재웅 대표가 제2의 창업을 했지만 김범수 의장과 모빌리티 무대에서 경쟁자가 된 것이다. 이 대표는 타다금지법 통과 직후 쏘카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다음 지분을 넘긴 카카오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2019년 기준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 지분은 14.52%, 이재웅 창업자의 지분은 3.3%다. 

◆ 그리고, 앞으로

김범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사활’...이재웅, 모빌리티 혁신 ‘암중모색’

‘진격의 카카오’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김범수 의장에게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카카오톡,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등 주요 서비스는 국내 위주로 운영된다. 웹툰, 웹소설 서비스업체 ‘픽코마’를 제외하면 해외사업 성과는 부진하다. 

카카오는 그간 해외 시장 진출을 계속 시도했다. 카카오톡의 영어, 일본어 서비스를 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네이버가 일본, 동남아 등에서 메신저 ‘라인’ 서비스를 성공시킨 것에 비교되는 지점이다.

김범수 의장

이에 대해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1위는 골목대장 밖에 안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김범수 의장은 비전 제시와 차세대 인재 육성에 집중하고 카카오는 언어장벽을 낮추는 AI 기술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 소장은 이어 “이재웅 대표의 경우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선제적 시도가 현재로는 실패한 듯 보이지만 IT 특성상 다른 사업에서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제도 등도 고려한 좀 더 정교한 서비스에 대한 교훈을 얻은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일부 계열사의 수익성에 대한 개선도 과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는 2500만명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049억원, 영업손실은 221억원에 달했다. 렌터카 시장 진입도 밝혔지만 경쟁이 치열한 시장 특성상 전망은 부정적이다.

카카오M는 2023년 연간 4000억원 규모의 콘텐츠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넷플릭스 등과 경쟁이 버겁다.

카카오의 금융업 덩치가 커지면서 기존 금융권 견제와 정부 규제가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사 형태를 갖추지 않은 채 다수의 금융회사를 소유한 대기업을 감독하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페이 등을 합치면 금융업 규모가 작지 않다.

김범수 의장은 회사가 커지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4월 카톡 10주년 메시지에서 "사실 '책임'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지고 카카오 창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지금의 카카오는 조금 더 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몇 년 전부터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은 기업'이라는 것을 자주 말해왔다.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웅 대표가 타다금지법 등으로 고난을 겪었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이재웅 대표는 쏘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이후 기존에 해온 창업투자자로서 활동을 지속하며 모빌리티 혁신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역할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사임 당시 "모빌리티 혁신으로 세상을 움직이겠다는 목표로 하나로 뭉쳐서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 저도 옆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다.

김범수 의장과 이재웅 대표의 다음-카카오 합병 ‘승부수’는 엇갈린 운명으로 갈렸다. 앞으로 벌어질 승부는 무엇이고, 또 그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닷컴 버블'을 뚫고 성공 반열에 오른 두 경영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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