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대신 '일자리' 택한 현대차, '노조 리스크' 줄였지만 젊은 직원 불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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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대신 '일자리' 택한 현대차, '노조 리스크' 줄였지만 젊은 직원 불만 커졌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09.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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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기본급 동결로 임담협 조기 타결..."노조리스크 사라지나" 장미빛 전망 제기
임금이냐 일자리냐 놓고 고민한 노조 집행부...생존하기 위한 선택
젊은 직원들 사기저하라는 복병도 나타나..."사기 떨어진 직원들 넉이 나간 상태" 주장도
젊은 직원들의 불만 해소는 앞으로 현대차가 해소해야할 새로운 과제

현대차가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며 임금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지으면서 현대차의 '노조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장미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부 젊은 노조원들이 임금감소로 인한 불만을 제기하는 등 부작용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28일 현대차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 노사 교섭위원들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0년도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을 가졌다. 현대차 노사는 앞서 지난 21일 열린 13차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합의안은 지난 25일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대비 52.8%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합의안에는 임금 동결(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 상황과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영 실적 등을 감안해 합의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사의 임금동결은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며, 교섭을 시작한지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사실과 2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시도 때도 없이 파업을 감행하며 전투적으로 임단협을 벌여온 현대차 노조가 드디어 달라졌다는 평가도 같이 받고 있다. 

2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0년도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이 열린 가운데 하언태 사장(오른쪽)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2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0년도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이 열린 가운데 하언태 사장(오른쪽)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임금이냐', '일자리냐'를 놓고 고민한 결과로 해석된다. 

현재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수소차 등 급변하는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점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여있다. 더욱이 올해 코로나19로 전세계 자동차 공장이 간헐적으로 불을 끄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임단협 투쟁으로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가는 생존을 도모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노조 집행부에 퍼졌다. 실제 현대차 외부 자문위원은 “인력의 40%를 감축하지 않으면 공멸한다” 보고서를 노사 양측에 내놓았다. 친환경차로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고, 생산공정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현대차도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임단협 타결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노조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줄어들면서 현대차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흔한 부분파업 조차 없었으며 노조의 찬반 투표도 한번에 통과됐다"며 "과거 노조 문화도 민주화 세대의 자리를 90년대생이 메우면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강성노조 리스크 약화는 현대기아차의 이익 개선과 멀티플 상승을 가속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젊은 직원들의 사기저하라는 복병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40세 이하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의 사원, 대리급 연구원은 전부 노조원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대졸 사무직도 노조원이며 본사에서 일하는 대졸 사무직도 노조원은 아니지만 연봉테이블은 노조원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교적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현대차 연구소 직원들은 90%가 잠정합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가 찬 노조원들이 정년 연장을 위해 성과에 따른 임금을 포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차 직원들이 이용하는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6년차 연구원은 "성과가 좋으면 더 많이 보상받는다는 개념이 사라졌다"며 "노조 아저씨들이 정년 연장을 위해 성과에 따른 임금을 포기하며 40세 이하 사원들을 버렸고,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은 넋이 나간 상태"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임금협상을 마치면 직원들이 많게는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받기로 유명했다. 많은 급여는 귀족노조라며 세간의 비판을 받았지만 현대차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높여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기본급이 동결되고 성과급이 150%에 그치면서 직원들의 연봉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사기 저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 심지어는 이것이 품질문제로 이어지면서 신차들의 리콜사태가 더 많아질 것이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젊은 직원들의 불만 해소는 앞으로 현대차가 해소해야할 새로운 과제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일부 직원들의 의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의 의견일 뿐이며 전체 직원들의 의견은 아니다"라며 "이번 임단협 타결은 코로나19로 자동차 산업 자체가 큰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노사가 대국적으로 상생한 사례"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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