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교수의 즐거운 골프룰]6.프로비저널 볼(provisional ball)은 1타, 멀리건(mulligan)은 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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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조 교수의 즐거운 골프룰]6.프로비저널 볼(provisional ball)은 1타, 멀리건(mulligan)은 덤인가?
  •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 승인 2020.09.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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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볼이 어디갔지?" 볼을 찾는 최혜진

우리나라의 상거래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것이 있다면 바로 ‘덤’이다. ‘덤’이란 제 값어치 외에 조금 더 얹어 주는 것을 말하는데, 한국인들의 거래 방식은 물건에 매겨진 값을 치르고 물건을 받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무형의 정서적인 관계도 거래하는 것이다.

물론 영어에도 우리말의 ‘덤’에 해당하는 표현인 ‘Baker's dozen'이 있다. 13세기 중세 유럽에는 빵을 굽는 사람들의 기술이 부족해 빵의 무게가 일정하지 않아서 국가에서는 빵의 무게를 속여 파는 상인의 귀를 대문에 박거나 손을 도끼로 잘라내는 등의 벌을 주었다. 상인들은 형벌을 받지 않으려고 손님들에게 한 개정도 여분의 빵을 더 주게 되어서 원래 a dozen은 ‘12’지만 ’Baker's dozen'은 하나를 더한 ‘13’을 의미하게 되었다.

여분의 것을 더 얹어 주었다는 것이 우리말의 ‘덤’과 일맥상통하지만 형벌을 모면하기위한 안전장치로서의 'Baker's dozen'에는 무형의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덤’의 의미는 없다. 정서적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덤은 ‘정(情)의 표시’로 인식되는데, 그것을 잘 보여주는  전병호(1953년~) 시인의 <과일장수>라는 시가 있다. 

‘햇살의 무게를 잽니다. / 대바구니에 소복이 쌓이는 / 시골 햇살. / 앉은뱅이   저울의 긴 바늘이 / 숫자를 더듬어 가리킵니다. / 대바구니에 사과를 담던 
  과일장수는 / 햇살의 무게를 생각하고는 / 사과 몇 개를 더 올려줍니다.’

그렇다면, 프로비저널 볼(provisional ball)은 덤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2019 개정규칙 이전에는 잠정구라고 했던 용어를 이제는 영어표현 그대로 ‘프로비저널 볼’이라고 하는데, 프로비저널(provisional)은 ‘일시적인, 잠정적인, 임시의’라는 뜻으로 프로비저널 볼이란 플레이어가 방금 플레이한 볼이 아웃오브바운즈(O.B)로 갔을 수도 있는 경우나 페널티구역 밖에서 분실되었을 수도 있는 경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직전 샷 한 지점에서 1벌타를 받고 잠정적으로 플레이한 다른 볼을 말한다. 플레이어는 반드시 그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프로비저널 볼을 플레이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하며, 원래의 볼을 찾기 시작한 지 3분이 지나지 않았으면 언제든지 프로비저널 볼을 플레이할 수 있다. 

규칙 18.3c에 따라 볼 찾기에 허용된 3분이 지난 후에는 원래의 볼이 코스에서 발견되더라도 프로비저널 볼로 플레이를 계속해야 하며, 3분 이내에 페널티구역이 아닌 코스의 다른 구역에서 원래의 볼을 발견하면 그 볼로 플레이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원래의 볼이 아닌 프로비저널 볼을 플레이하면 2벌타를 받고 반드시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

하지만, ‘재도전하기, 다시 하기(do-over)’를 의미하는 멀리건(mulligan)은 ‘덤’이다. 멀리건은 보통 첫 번째 홀에서 벌타 없이 두 번째 샷을 하게하는 관습을 말하는데, 골프규칙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골프협회(USGA) 홈페이지에는 멀리건의 유래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모두 1920년대 캐나다 몬트리올의 세인트 렘버트 골프장(St. Lambert CC)의 데이비드 멀리건(David Mulligan)이 주인공이다. 

첫 번째 멀리건은 매우 충동적으로 일어났는데, 몇몇 호텔 소유주였던 Mulligan씨가 1번 홀에서 첫 티샷이 똑바로 가지 않자, '교정 샷(correction shot)'이라며 한 번 더 쳤는데, 놀란 동반자들이 그 두 번째 샷에 '멀리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어느 날 세인트 렘버트 골프장에서의 월례회를 위해, 그의 차로 친구들을 픽업하느라 바람 부는 울퉁불퉁한 힘든 길을 운전한 Mulligan씨에게 친구들이 ‘추가 샷(an extra shot)을 주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바쁘게 움직여 정시에 코스에 도착했지만 서둘러서 친 Mulligan씨의 첫 번째 티샷이 잘못되자 한 번 더 치게 하면서 멀리건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주말골퍼들은 보통 두 번째나 세 번째 이유로 첫 홀에서 티샷 멀리건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첫 번째처럼 셀프 멀리건을 쓰는 자는 3족을 멸할 지도 모른다. 자신의 실수에 대한 벌타를 받는 것이 골프이기 때문에 주말골퍼들이라도 멀리건은 동반자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될 수 있으면 라운드 시작 전에 동반자끼리 멀리건 사용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게 좋다. 또한, 앞 뒤 팀의 플레이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캐디에게 상황을 물어 보는 게 좋은 매너다. 멀~리 간 볼 때문에 받는 덤은 인정의 표현이기도 하면서 `공짜'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울 엄마가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고 했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golf@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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