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떠나는 펀드매니저들 러시...펀드시장 위축·직접투자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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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떠나는 펀드매니저들 러시...펀드시장 위축·직접투자의 그림자
  • 황동현 기자
  • 승인 2020.09.22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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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투자 붐, 수익률 좋아도 펀드 외면 여전
- 라임·옵티머스 사태 여파 사모펀드 신뢰 타격도 한 몫

펀드매니저들이 흔들리고 있다. 사모펀드가 시들하고 직접투자 붐이 일면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좋은 성과를 내도 승진과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회의감이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퍼진 탓이다.

펀드 시장은 공모, 사모 할 것 없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감독당국이 공모펀드를 엄격하게 규제하면서 그나마 사모펀드가 특수를 누렸으나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사태’부터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까지 사모펀드 시장에서 대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투자자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올들어 공모펀드 시장에서 운용사를 떠나는 스타 펀드 매니저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베테랑 펀드매니저들의 퇴사 혹은 사의표명은 업(業)에 대한 회의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소식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상무)가 사의를 밝혔다. 최 상무는 이른바 ‘이채원 키즈’로, 스승인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가 ‘한국의 피터린치’라고 평할 정도로 자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에서 중소형주펀드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왔던 이하윤 주식운용본부장도 최근 퇴사했다. 그가 운용하던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 펀드’는 지난 6월 코스닥 상승률을 넘어서는 유일한 중소형주 펀드였을 정도로 독보적인 성과를 자랑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공모펀드 업계를 떠났다.

이처럼 인재들이 사라지는건 공모펀드 시장의 경쟁력이 그만큼 저하된다는 의미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성장하는 전문사모 운용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았다면 이제는 개인투자자로 전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펀드매니저는 금융권에서도 연봉이 높은 직종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공모·사모 가릴 것 없이 펀드시장이 얼어붙자 인센티브가 크게 줄었다.

한 펀드매니저는 "수익률도 좋고 커리어도 좋은 펀드매니저가 그만둘 정도로 자산운용업계 벌이가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임원급 펀드매니저의 연봉도 1억원이 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펀드매니저는 소수만 임원 등으로 승진하고 대다수는 개인 투자자가 되거나 투자자문사를 차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증시가 좋아지자 개인 투자로 전향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식운용 쪽은 인센티브가 줄거나 안나온지 오래됐고, 최근에 사모펀드 사고 영향으로 대체투자쪽도 죽을 쑤는 상황이라 자연스레 연봉과 인센티브가 줄었다. 머리 아프게 여러 책임을 지기보다는 ‘내 돈 내가 벌겠다’는 생각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2~3년 이내에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인력이 많이 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는 적립식 펀드 인기 등으로 '펀드 붐'이 일었던 지난 2000년대 중·후반 꾸준히 늘어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기도 했다. 2007년 12월 초 386명에서 2012년 12월 초 612명으로 5년 만에 200명 넘게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초 기준으로 57개 자산운용사에서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올해 초보다 20명 증가한 720명으로 사상 최대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의 평균경력은 매년 12월을 기준으로 ▲2015년 8년1개월 ▲2016년 8년8개월 ▲ 2017년 8년7개월에서 등 8년 이상이었지만 ▲ 2018년 5년5개월 ▲ 2019년 5년6개월 ▲ 2020년 5년5개월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베테랑 매니저들이 빠진 자리를 경력이 짧은 매니저들이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뒤집히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라임사태나 옵티머스사태까지 초래되면서 사모펀드시장까지 위축, 공·사모 할 것 없이 업계가 활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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