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의 분류작업 거부 선언으로 본격적인 추석 선물 배송이 시작되는 21일부터 당장 택배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1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택배노조는 우체국 택배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4대 택배기업 택배 노동자(택배 기사) 중 4000명 정도가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택배 노동자는 총 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8.5%가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함으로써 택배 업무에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택배노조의 주력 사업장인 우체국택배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택배노조 중 우체국택배 사업장 조합원은 38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1위이자 택배 노동자 중 약 40%인 2만여 명이 근무하는 CJ대한통운은 의외로 타격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조 중 CJ대한통운 소속은 약 500명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작업 거부에 참여할 인력은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CJ대한통운의 경우 지난 7일부터 소형 택배 상품 분류를 전담하는 자동화 시설인 ‘MP(Multi Point)’를 본격 운영해 분류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택배 노동자의 분류 작업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MP’의 운영으로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들의 상품인수에 드는 노력과 배송출발 시간이 파격적으로 줄어들었다. CJ대한통운 당산IFC 집배점 소속 김민선씨(41)는 “오전 배송 효율성이 높아졌고 대기시간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전체 작업시간이 약 1~2시간 가량 단축됐다”며 “늘어난 여유시간을 활용해 아침에는 개인 용무를,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자동화 시설을 아직 갖추지 못했고, 택배노조 조합원도 많은 우체국택배는 비상 운영을 하기로 했다. 우체국은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16일 간을 ‘추석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안전하고 신속한 배달을 위해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하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분류작업을 위한 임시인력 추가 배치 및 완벽한 코로나19 방역활동을 통해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과 대국민 우편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분류작업 등에 필요한 임시인력을 일평균 약 3000명(약 17.6억원) 배치하며, 인력수급이 어려운 지역에는 지방청 등 내근직 근무자도 배치할 예정이다. 운송차량은 2500대를 증차하는 한편, 배달·분류 인력의 안전·복지 활동 등에 약 18.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임시 인력을 늘려나가는 등 보다 안전한 근로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관련부처에 지시한 만큼, 정부가 분류작업 거부 예고일인 21일 이전에 택배기업과 택배노조 간의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추석 명절 택배 배송이 차질을 빚으면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노조와 택배사들 사이에 적극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주말 안에 협상이 재개되거나 합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