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유력 투자자 'HAAH', 먹튀 우려 가중...업계 전문가들 "언발에 오줌누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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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유력 투자자 'HAAH', 먹튀 우려 가중...업계 전문가들 "언발에 오줌누기식"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09.1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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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AH 지난해 매출, 230억...업계 전문가들, 쌍용차 정상화에 조단위 들어
- 이호근 교수 "HAAH, SUV 기술만 빼가고 다시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 커"
- 산업은행 관계자 " HAAH와 면담 진행...구체적 내용 확인 불가"

쌍용차의 유력 투자자로 떠오른 HAAH오토모티브를 두고 먹튀 논란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의 위기만 넘기고자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능력없는 업체에 회사를 넘기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16일 자동차산업 관련 정부기관 및 업계·학계 등 취재 사항을 종합하면,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의 대규모 투자를 책임지기 어려워 보인다.

HAAH는 미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으로 중국 5대 완성차업체인 체리자동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HAAH는 이르면 이번주 쌍용차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에 투자 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HAAH의 쌍용차 투자 검토는 중국쪽에서 우회적인 방식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자본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이유"라며 "HAAH 투자는 아직 확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쌍용차 회사 전경. [사진 쌍용차]
쌍용차 회사 전경. [사진 쌍용차]

HAAH의 지난해 매출은 2000만 달러(약 230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쌍용차 경영정상화에 조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HAAH의 인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원능력이 안되는 업체에 회사를 넘기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호근 교수는 "쌍용차 한 달 급여 400억원, 분기별 약 2000억원 적자, 내년까지 신모델 2개 출시, 마힌드라 지분 50% 미만 시 상환액 등을 다 따져보면 최소 1조7000억원~2조가량 필요하다"며 "매출 230억원인 기업에서 인수를 한 뒤 투자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상하이차와 마힌드라그룹이 그랬던 것처럼 쌍용차의 SUV 도면과 설계, 생산 기술만 빼가고 다시 매물로 내놓거나 파산쪽으로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중국 상하이차가 2004년 기업회생절차에서 벗어난 쌍용차를 인수했으나 약속했던 투자없이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HAAH가 실제 인수할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다. 먹튀 논란이 더 커질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상하이차나 마힌드라그룹의 경우 글로벌 메이커가 아니라 로컬 제작사이고 기술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는 현재 1조원이 들어가도 정상화되기 힘들다"며 "제대로 된 투자자가 나와야 하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등으로 업황 악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쌍용차가 해고된 직원들을 복직시켰고 경영정상화에 노력 중이나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 완성차부터 부품업계까지 산업 전반적으로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쌍용차에만 섣불리 정부 자금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호근 교수는 "현재 자동차 산업 전체가 붕괴되느냐 마느냐하는 시점"이라며 "1위 기업인 현대차조차 협력업체 전체의 50%가 적자에 빠져있는데 쌍용차를 돌아볼 여유가 없고 국민 여론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먼저 투자가 이뤄지면 지원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쌍용차 투자 관련으로 HAAH와 면담을 진행한 부분은 맞다"면서 "구체적인 내용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상반기 기준 부채규모는 약 1조6431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270억원 증가했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171억원으로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쌍용차로선 현재 선택지가 거의 없다"며 "새로운 투자자가 있어야 정부 지원 등이 가능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거 같은데, HAAH에 평가절하 당해 넘기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쌍용차 관계자는 "신규 투자자 유치를 위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그 외 확인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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