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조희경 '남매의 난', 조양래·조현범에 반기든 진짜 이유..."재판 진행 상황, 절차·시기상 문제 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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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식·조희경 '남매의 난', 조양래·조현범에 반기든 진짜 이유..."재판 진행 상황, 절차·시기상 문제 발단"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9.01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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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핵심 간부 "조양래 회장이 가족 간 협의없이 진행한 절차 문제와 조현범 사장의 2심 재판 상황에서 시기상 문제"
... "조양래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장녀 조희경 이사장을 예뻐하고 딸의 말을 경청했다"
..."조양래 회장은 1937년생(만 82세)이지만 건강상태는 멀쩡하다.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
... "조희경 이사장은 재단과 복지에 집중하고 있고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
조현범 사장, 현재 납품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9월 중 2심 재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 양상에 대해 "조양래 회장이 가족 간 협의없이 진행한 절차상의 문제와 조현범 사장의 2심 재판 중인 상황에서 시기상의 문제가 발단"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후계자로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점찍은 가운데 장남 조현식 그룹 부회장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격에 나서면서 '남매의 난'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전직 간부 A씨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양래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장녀 조희경 이사장을 예뻐하고 딸의 말을 경청했다"며 "아버지의 사랑의 많이 받아왔던 조희경 이사장은 가족과 협의없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결정에 대해 절차상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나인 조희경 이사장은 정서적으로 나이차가 적은 장남 조현식 부회장을 선호할 것"이라면서도 "조양래 회장은 1937년생(만 82세)이지만 건강상태는 멀쩡하다.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전직 간부 A씨는 한국타이어그룹 당시 오너 일가의 지근거리에서 근무한 핵심 엘리트 중 한 명이었다. 

조양래 회장(왼쪽부터), 조현식 부회장, 조현범 사장

A씨는 조양래 회장이 후계자로 결정한 시점도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이 이의를 제기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조현범 사장은 현재 납품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 입장에서는 조현범 사장이 회사에 누를 끼쳤고 재판 중인데 이 시점에 아버지 조양래 회장이 주식을 넘긴 것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며 "조현범 사장이 평소 직원들에게 청렴 절약을 강조했는데 자신이 뒷돈을 받았다는 것은 직원들은 물론 주주들에게도 모럴해저드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9월 재판에서 법원이 조현범 사장에게 형량을 제로가 아니면 대표이사로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며 "조양래 회장의 결정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은 이같은 상황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같은 절차 및 시기상 문제가 분쟁을 빌미가 됐다는 얘기다.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 7월말, 서울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면서 조양래 회장의 건강 상태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조현범 사장이 구속되고 경영능력과 윤리성 등에서 문제가 제기되며 궁지에 몰리자 판단이 흐려진 아버지를 부추긴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현식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직을, 조현범 사장은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직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형제 경영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은둔의 경영인'으로 알려진 조양래 회장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었고, 그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조양래 회장은 "최근 몇 달 동안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가지 움직임이 있었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며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건강이상설도 일축했다. 

이후 조현식 부회장도 지난 8월25일, 조양래 회장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조희경 이사장이 청구한 '성년후견심판절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입장문에서 "현재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며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판교에 신축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사옥 전경
 

A씨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시각에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A씨는 "조희경 이사장은 재단과 복지에 집중하고 있고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며 "기본적으로는 회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경 이사장도 입장문에서 "회장님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면서 "평소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가 '빌 게이츠' 같은 기업인으로 남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미국 페어리디킨슨대 교수로 강의를 하며 회사 경영과는 떨어져 지내다가 2018년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직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남편은 노재원 전 주중 대사의 아들인 노정호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다.

조희경 이사장의 대리인은 “조 이사장은 아버지의 사회공헌 동참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상속할 재산이 있으면 재단에 기부해달라고 했고 조 회장도 그렇게 약속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단 관계자도 “(조 회장이) 2016년에 주식 기부가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했으며 2017년 주식기부를 받도록 성실공익법인 인증을 갖춘 뒤 보고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에 자문도 했었다”고 한 매체에 전했다.

장녀 조희경 이사장의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앞서 지난 6월 조양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인 23.59%를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약 3천억 원이다.

조현범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보유 지분은 19.31%에서 42.90%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사실상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이다. 

현재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은 19.32%이고 조희경 이사장은 0.83%에 불과하다. 차녀 조희원 씨는 10.82%을 지분을 갖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의 경우 재단을 물려받아 지분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조양래 회장의 자녀 간 소유 지분율을 비교해보면 경영권 다툼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조희원 씨의 지분을 합치더라도 조현식-조희경 남매의 지분은 30.97%에 그친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7.74%)의 지지를 받는다 해도 조 사장의 지분율과의 격차는 4%가 넘는 상황이다. 

A씨는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을 갖게 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그룹 계열사 중 한국타이어가 그룹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같은 그룹 구조 특성상 형제남매에게 계열사를 쪼개 나눠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 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남매간에는 이 지분도 관심사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장남 조현식과 차남 조현범은 성격 차이는 물론 얼굴 모양도 달라 가족간 화해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형제 등이 함께 경영에 참여 중일 때는 미리 가족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며 "재벌가 오너  일가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는 승계 과정도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집안 문제는 가족끼리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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