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카카오게임즈 상장 도전...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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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카카오게임즈 상장 도전...의미는?
  • 김민희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8.31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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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가 상장에 도전한다. 26일과 26일 상장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 예측에서 1999년 수요 예측 제도 도입 이래 국내 IPO 사상 최고 경쟁률인 약 1,479대 1을 기록했다. 그만큼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얘기다. 카카오게임즈 상장은 어떤 의미가 있고, 카카오의 역할은 무엇일까? 

 

◇ 카카오게임즈의 역사와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검색 포털 투톱인 네이버와 다음 중 '다음'을 서비스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톡 앱을 서비스하던 카카오가 합병해서 만든 기업 '카카오'의 게임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회사다. 

카카오게임즈는 꽤 많은 부서와 기업이 합쳐져서 생긴 기업이지만 태생이 '게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카카오게임즈의 DNA에는 예전 다음게임도 있고,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카카오게임도 있으며, 남궁훈 사단의 엔진도 함께 존재한다. 

카카오게임즈의 연혁을 보면 회사의 시작은 '다음게임'이 아닌 '엔진'이다. 검색포털 다음과 함께 한 다음게임의 역사가 훨씬 오래됐지만 남궁훈 대표의 엔진이 카카오게임즈의 기원이 된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터. 아무튼 카카오는 남궁훈 대표에게 많은 것을 내줬다. 엔진 시절 투자를 해준 것도 카카오였고, 다음게임과 합친 후에도 카카오가 하던 게임 사업권을 모두 카카오게임즈에 밀어준 것도 카카오였다. 

그런데 실제 카카오게임즈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데는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의 영향이 컸다. 그간의 카카오게임즈의 행적은 투자와 퍼블리싱에 집중됐다. 퍼블리싱을 위해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하고, 또 그 능력을 인정받아 역으로 텐센트 등 많은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카카오게임즈는 끈끈한 '연'으로 업계에 '성'을 쌓았고, 그 결과는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돌아왔다. 두 타이틀이 글로벌에서 대박을 친 것이다. 이 두 타이틀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PC플랫폼에서는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에게는 퍼블리셔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퍼블리싱과 지분 투자를 했던 블루홀로부터 투자를 받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차이는 컸다. 그래서 업계에서 끊임없이 지적 받았던 것이 카카오게임즈의 개발력이다. 그 개발력을 위해 카카오게임즈는 달빛조각사의 엑스엘게임즈를 품에 안았다. 

 

◇ 카카오게임즈 실적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이후 본격적인 성장 퀘도에 진입했다. 2017년 2013억, 2018년 4208억, 2019년 39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도 상반기 2030억 원을 기록했으니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4000억대면 국내 게임사 중 탑10 안에 드는 규모다. 

 
세부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배틀그라운드와 검은사막의 PC매출과, 달빛조각사와 프렌즈팝 등의 모바일게임의 매출 비율이 각각 44%와 45%로 비슷하다. 연결 매출이 아닌 카카오게임즈의 매출만 놓고 보면 모바일 플랫폼의 비중이 58%로 42%의 PC게임에 비해 더 높다. 

수출 비중을 보면 올해 상반기 매출 중 수출은 598억, 내수는 1191억 원으로 해외보다는 내수 시장의 비율이 훨씬 높다. 해외 비중이 높을 수록 바람직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 카카오 자회사 IPO 첫 주자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 장외가는 6만 5천원으로, 카카오게임즈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는 2만 4천원이다. 이렇게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줄줄이 기업공모가 예정된 카카오의 다른 자회사들 때문이다. 카오의 자회사 중 기업공개(IPO) 첫 주자로 나선 카카오게임즈는 최대 약 4천억 원을 공모한다. 올 하반기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업체 중 최대다. 희망 공모가를 낮게 책정한 것은 자칫 공모에 실패할 경우 카카오뱅크 등 줄줄이 예정된 카카오 자회사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주당 2만 4천원으로 계산한  카카오게임즈의 확정 공모 자금은 2,843억 원, 타 법인 증권 취득 자금은 1, 271억 원이다. 총 4,000 억이 넘는 금액이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카카오게임즈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대표는 상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집한 자금의 개발사 투자를 약속했다. 어떤 식으로든 게임 산업에 투자가 들어오는 부분이니 환영할 일이다. 

 

◇ 카카오게임즈에 바라는 역할

남궁훈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와 퍼블리싱은 기본이고, 퍼블리싱한 게임의 개발사가 성공적으로 게임을 론칭할 경우 엑스엘게임즈처럼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약점으로 평가받는 개발력을 끌어 올려서 영업이익률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엑스엘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로부터 100억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개발한 게임을 퍼블리싱했으며 결국 자회사로 편입됐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고, 카카오게임즈로서는 개발력을 보강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업계 전체 측면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이는 스마폰 게임 전성기 이후 몇몇 게임 대기업이 행한 퍼블리싱 형태와 비슷하기 때문. 퍼블리싱을 하면서 게임 개발사의 지분 50% 이상을 가져와 내부 개발사로 전환시켰던 것인데, 이는 결국 게임 대기업과 소기업의 격차를 늘리는 현상을 초래했다. 대만민국 게임의 허리가 부러졌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온다. 
해법은 남궁훈 대표가 얘기했던 대로 '카카오게임즈'라는 회사명에 있다. 카카오게임이 가장 잘 나갔던 때는 2010년대 초다. 하트를 날리던 그때를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아직도 카카오게임 플랫폼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자체 페이지라면 예약 몇 만도 어렵지만 카카오 예약이라면 수십만이 나올 때가 많다. 

구글와 애플이 받고 있는 30%의 비싼 수수료에 목소리를 내는 기업들이 하나씩 늘고 있다. 원스토어도 있지만 이들 해외기업에 대적할만한 토종 스토어의 등장이 아쉬운 때다. 카카오는 글로벌에 힘을 쏟고, 카카오게임즈는 회사명처럼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한번 더 고민해볼 때다. 구글 애플에 수수료 내고 카카오게임에 수수료를 중복적으로 내면서 떠난 게임사들을 새로운 전략과 환경으로 불러 모을 때다. 

SNK와 베스파 등 신규 상장사들의 주가를 일봉이나 월봉이 아닌 '연봉'으로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몇년 연속 하락세다. 좋았을 때가 없다. 그래서일까? 게임사의 신규 상장에 대한 기대감 바닥인 이때, 수요예측 국내 IPO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상장하는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기대감은 남다르다. 

상장을 앞두고 올라온 투자설명서 첫 장에는 갖가지 투자위험 요인이 올라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게임 시장 성장성 정체, 모바일게임의 경쟁 심화, 게임 흥행 실패, 게임 이용자 이탈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산재하고 있다. 게임사의 투자설명서에 들어가는 의례적인 위험 안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확대되면 이러한 위험 요소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물론 카카오는 플랫폼이고, 카카오게임즈는 퍼블리셔라서 안된다고 줄을 그어버리면 답이 없다. 카카오의 자회사라는 시너지 효과를 잘 누려야 한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약점인 '개발력'을 더욱 보완해야할지, 강점인 '플랫폼' 자회사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해야할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김민희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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