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 앞두고 배상금 협상 난항 "10배이상 차이"
상태바
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 앞두고 배상금 협상 난항 "10배이상 차이"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8.27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판결 한달 남짓 남아
배상금 규모 놓고 양사 입장 차 커… 협상 진전 없어
SK이노, 27일 배터리 특허 관련 국내 소송 1심 판결 패소… 상황 더 불리해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 관련 배상금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오는 10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앞뒀지만, 서로 제시하는 배상금 액수가 크게 차이나면서 양사 모두 협상의 공을 상대측에 돌리는 상황이다. 배상금의 단위 자체가 달라 배터리 소송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고, 이 정황에 따라 ITC가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오는 10월 5일로 예정된 미국 ITC 최종 판결을 앞두고 양측의 배상금 협상이 시작됐으나 현재는 진전 없이 중단된 상태다.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위)와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있는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사진=연합뉴스]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위)와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있는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사진=연합뉴스]

◆수조원 vs 수천억원, 배상금 액수 두고 협상 난항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미래 가치와 앞으로의 수주 금액, 영업비밀 침해에 따라 손해 본 금액 등을 고려해 수조원대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배상금 규모는 수백억~수천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배상금과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합의금은 주주나 투자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기술보호를 위해 법적 절차를 끝까지 성실하게 밟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배상금 책정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특히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이 우리가 탈취했다고 주장하는 기술을 먼저 제시해야 합의금을 산정하고 협의를 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근거를 명확히 보여줘야 우리로서도 그에 맞는 금액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예비판결에서 조기패소 결정을 받긴 했지만, 최종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탈취한 기술을 명확하게 입증하는 게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ITC가 이미 구체적 증거를 갖고 있기 때무에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어떻게 사용해 소재·부품·셀·모듈 등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구체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LG화학 전직자가 57개의 배터리제조 핵심비결(레시피) 파일을 빼돌리고, 경력직 채용 면접 과정에서도 노하우 흡수 가능성을 평가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물론 ITC의 최종 결정까지 한 달 이상이 남은 만큼 양사 간의 협상이 재개될 거라는 전망이 크다. 다만 서로 간의 입장 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정부로서는 민간기업의 분쟁이라 원칙적으로 중재에 나설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양사가 합의하는 게 최선이라는 데 대부분이 공감하면서도 ’끝까지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ITC 최종 판결 이후에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과 항소법원 재심의 절차만 남는다.

◆불리한 SK이노, 국내 ’배터리 특허 소송‘도 패소

양사의 긴 싸움은 SK이노베이션에게 더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ITC의 조기 패소 결정이 뒤집힌 사례는 없다. 만에 하나 최종 판결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믿고 리스크를 감수하기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서 부담이 크다.

만약 최종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가 인정되면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소재를 수출하는 게 금지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

SK는 포드의 전기트럭 F시리즈와 폭스바겐의 미국내 생산 전기차 배터리의 대부분을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조달할 예정이다. 국내 또는 인근 국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더라도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계약된 수주 물량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책임져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침해 소송뿐 아니라 국내에서 진행된 배터리 특허 관련 국내 소송에서도 지면서 여론을 돌리기도 쉽지 않아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3부(재판장 이진화)는 27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의 1심 선고공판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영업비밀 침해와 직접 관련은 없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10월 LG화학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지난해 9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법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문제제기 성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은 양사가 서로 분리막 특허 등에 대해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LG화학이 깨고, 미국 ITC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부제소 합의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반면 LG화학은 '특허독립', '속지주의' 등 원칙을 제시하며 ITC에 제기한 소송과 한국에서의 소송 대상은 별개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날 1심 재판부는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사이 2014년 10월 합의 내용에 LG화학의 미국 특허 부제소 이유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