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vs 조현식·조희경 '남매의 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 분쟁 '격화'...조양래 회장 입장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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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vs 조현식·조희경 '남매의 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 분쟁 '격화'...조양래 회장 입장에 반발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8.2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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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조현식 부회장 입장문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절차에 참여"
"부친 건강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명확한 판단 필요"
조현식+조희경 공동전선, 경영권 물려받은 차남 조현범 사장과 대결 구도

재계 서열 43위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고 있다. 

조양래 회장의 입장 표명으로 일단락 되는 듯 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장녀 조희경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발하면서 '남매의 난'으로 번지고 있는 것.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부친인)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현식 부회장은 “현재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며 “회장님 본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 그룹, 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또다른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되어야 한다”며 “향후 가족 간 대화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덧붙였다.

조양래 회장(좌), 조현식 부회장(가운데), 조현범 사장

앞서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말,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결정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 의사로 내린 결정인지 판단을 내려달라“며 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양래 회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약 2,400억원을 받고 차남 조현범 사장에 매각하며 그룹 경영권을 차남에 물려줬다. 

조양래 회장은 지난달 “차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은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이라며 “난 매우 건강한 상태”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특히 조양래 회장은 “딸에게 경영권을 준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본 적 없다"며 "저야말로 첫째 딸이 괜찮은 건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며 조희경 이사장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한편,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 7월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청구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성년후견은 고령, 장애, 질병 등 정신적 제약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돕는 제도다. 부친의 주식 매각 결정이 자발적 의사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달라는 취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국내 최대 타이어 업체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와 한국아트라스BX, 한국네트웍스, 한국카앤라이프 등을 자회사로 둔 지주사다. 

조현범 사장은 기존 지분 19.31%에 더해 총 42.9%를 보유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결국 가족 간 불협화음이 생겼다.

재계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그동안 형제경영을 이어왔지만 장남을 제치고 차남이 후계자로 낙점받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차남 손을 들어준 조양래 회장과 장녀가 정면충돌했을 당시 정작 장남 조현식 부회장은 “가족 일원으로서, 주요 주주로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었다. 

하지만 조현식 부회장이 조희경 이사장과 함께 반기를 들며 경영권 분쟁에 나서면서 '남매의 난'은 격화될 전망이다. 

조현식 부회장은 동생 조현범 사장보다 1년 앞선 1997년 입사해 해외영업본부장, 마케팅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지낸 후 2017년 말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장남인 데다 동생보다 직급도 한 단계 위라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결국 동생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19.32%, 차녀 조희원 씨는 10.82%, 조희경 이사장은 0.83%를 보유하고 있다. 3남매 지분을 합하면 30%를 넘는다. 조희원 씨는 아직까지 중립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는 “부친 결정에 반발한 조현식 부회장이 직접 나서기는 어려워 장녀 조희경 이사장을 전면에 앞세웠을 가능성이 있다"며 "남매가 조양래 회장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분 7.7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3남매가 보유한 지분(30.97%)이 조현범 사장 지분(42.9%)보다 10%가량 적지만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3남매 편에 서면 경영권 분쟁 구도는 복잡해진다. 다만 국민연금이 개입할 가능성은 적다. 

조현범 사장의 재판 결과도 경영권 분쟁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회삿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만약 2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되면 3남매가 연합전선을 형성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조현범 사장 경영 퇴진을 추진하거나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은 회사로 복귀할 수 없다. 형량이 이보다 낮더라도 법정구속될 경우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앞서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직을 사임했다.

아버지 조양래 회장까지 직접 나섰는데도 남매간 갈등이 커지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3세 경영은 위기를 맞게 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어두운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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