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위험군 PC방? 그럼 학원, 카페도 안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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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위험군 PC방? 그럼 학원, 카페도 안 가야지....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8.21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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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PC방은 고위험군 업종이 아니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정부가 19일부터 시행 중인 수도권의 PC방, 노래방 등 다중 이용 업소 영업 중단과 관련이 있는 청원이다. 

청원자는 전국 PC방에서 감염된 사레는 0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이유로 ㄷ자로 둘러싸인 칸막이들, 강력한 환기 시스템을 들었다. 마주보고 대화하지 않고, 먹거리도 1인 1팩 위생처리된 공산품을 이용하며, 기존 다중이용업소보다 3배 이상 강력한 별도 환기 시스템을 대부분 설치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해외에서는 PC방 같은 구조를 비대면 설치가 되어 있는 다중이용업소라고 해서 다른 다중이용업소보다 안전하다고 언급하는데, 한국 정부는 20년 전의 PC방만 생각하면서 PC방을 고위험 시설군으로 지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약 1.5만 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원자가 주장하는 PC방 감염사례 0건이다. 청원자는 초창기 PC방 확진사례들을 조사해보니 다른데서 걸려서 들어온 경우가 전부였다고 주장한다. 실제 PC방 감염사례는 3월 서울 동대문구 한 PC방에서 확진자 4명이 나온 것이 전부다. 16번 확진자의 경우 기침과 인후통 증상이 있음에도 PC방을 찾은 것으로 봐서는 대부분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PC방을 찾았다는 청원자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PC방이 고위험군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왜 'PC방'만 두들기냐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확진자가 수원 버즈PC방을 다녀간 일이 있다. 이때 염태영 수원시장은 SNS를 통해 '버즈 PC방을 방문한 분은 집단감염이 의심된다'고 했고, 한 언론은 '수원 버즈 PC방 코로나 집단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하루종일 일한 근무지도, 하루에 3번이나 간 카페도 있는데, 콕 찝어서 2시간반 이용한 PC방이 타깃이 됐다"며 "이 정도면 (PC방) 영업방해"라고 격분했고, 이 글에는 "PC방 업주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일인데 감염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만으로 꼭 집단 감염이 된 듯이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댓글이 달렸다. 

PC방 업주 커뮤니티 게시물

PC방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입장도 PC방 업주와 같은 마음이다. PC방은 고위험군이 아니라는 주장이 올라온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또 다른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PC방이 고위험군 업종으로 취급하고 영업정지까지 시켰으니 그보다 더한 학원과 학교, 교회는 왜 그 정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수도권 학교의 경우 학년 별로 돌아가면서 등교를 하는 경우도 있고, 학원의 경우 300명 이상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휴원 강력 권고 및 운영제한 명령을 전달했지만 여전히 운영중인 학원이 있다. 

핵심은 PC방이 코로나19 고위험군 시설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PC방보다 말 많이 하는 학교나 학원이 더 위험할 수도 있는데, 왜 PC방을 가면 안되는 것인지 궁금한 학생들의 입장을 한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이 아닌 어른이라도 궁금할 일이다. 하나의 지점에서만 58명의 확진자가 나온 카페는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고, 최근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PC방이 먼저 매를 맞아야 하는지 말이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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