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수출 기획(1)] 꽉 막힌 '중국'...동남아에서 활로 찾아야
상태바
[게임 수출 기획(1)] 꽉 막힌 '중국'...동남아에서 활로 찾아야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8.12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 업계에서 '중국'은 '못 먹는 감'이나 '뜨거운 감자'다. 결국 먹기 힘든 시장이라는 얘기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판호가 나지 않아서 수출 자체가 불가피한 시장이 됐다. 이제 포기하고 다른 시장을 둘러볼 만하지만 여전히 '대박' 중국 시장이 열리기를 고대하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대만/홍콩/싱가폴/마카오 등 대안 시장이 많다. 과연 그 대안 시장으로 받아들여지는 중화권 및 동남아 시장은 상황이 어떨지 분석해 봤다. 

첫 번째로 알아볼 시장은 중국을 제외한 중화권이다. 대만, 홍콩, 싱가폴, 마카오가 여기에 해당된다. 중국과 관련이 깊은 나라들이다. 그래서 일명 '중화권'이라는 불리는 이 지역은 게임 수출에 있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일까?

2020년 1월 한콘진이 발표한 2019년 게임백서에는 2018년 게임업계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자료에 다르면 2018년 한국 게임산업의 수출액 규모는 전년 대비 8.2% 증가한 64억 1,149만 달러(7조 546억 원)에 이르렀다. 수출액 비중은 중국(30.8%), 미국(15.9%), 대만/홍콩(15.7%), 일본(14.2), 동남아(10.3%), 유럽(6.5%)의 순서로 나타났다. 수입액 규모 또한 전년 대비 16.3% 증가한 3억 578만 달러(3,365억 원)로 집계됐다.

 

2017년 중국의 대문이 닫혔지만 '던전앤파이터'와 같이 이미 판호가 나 있던 게임들이 중국에서 1/3 정도의 성과를 낸 것이다. 중국에 비해 대만/홍콩은 중국 매출의 절반 정도다. 10%의 동남아보다 5%가 더 큰 시장인 셈이다. 

대만은 2018년 상반기 기준 모바일게임 매출이 7억 달러가 넘는 세계 5위 시장이다. 4위를 하는 한국과 순위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게임 성향도 비슷하다. 2018년 당시 국내 1위였던 리니지M이 1위였고, 에픽세븐과 데스티니차일드, 시노앨리스 등이 주요 기대작으로 꼽혔다. 

최근 집계자료도 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센서 타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대만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약 5억 1,000만 달러(한화 약 6,086억 8,500만 원)이다. 1년이면 20억 달러(약 2.4조원) 규모의 시장이다. 여전히 시장 1위인 리니지M은 1분기 4,1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려 3년 연속 시즌 1위를 기록 중이다. 

대만의 주요 게임사로는 감마니아, IGS(인터내셔널 게임 시스템), 소프트월드, 넷퍼블리싱 정도로 모두 상장사다. 매년 1월에는 중국 차이나조이나 국내 지스타처럼 대만 게임쇼가 열린다. 벌써 2018년 17회째를 맞았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리니지M의 경우 현재 파트너사인 감마니아를 통해 서비스됐지만 현지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성과를 낸 중견 기업의 사례도 있다. 팡스카이는 중국에 진출하지 않고 직접 묵혼 온라인을 서비스했다. 묵향의 최신 버전이다. 그럼에도 PC온라인게임 순위 9위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중견 게임사의 대만 진출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 시장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어 모바일 플랫폼의 비중이 70%에 달한다. 특히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도 높은 편이고, 대만 사용자들을 게임 유료 결재에 큰 부담이 없고, 유료 결제를 통해 캐릭터가 강해지는 RPG 장르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페이투윈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모바일게임 수익화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일본 진출시에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대만 진출시에는 그냥 들고 나가도 된다는 얘기다. 

 

11일자 구글마켓 순위를 보면 리니지M이 1위, 3위가 명일방주, 4위가 붕괴3rd, 5위가 슬램덩크 등 친숙한 게임들이 많이 보인다. 그 아래로는 뮤도 있고, 에오스레드도 보이다. 최근 출시된 가디언테일즈도 폭풍 순위 상승을 기록 중이다. 애플은 슬램덩크가 1위, 뮤가 3위,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가 6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 애플스토어는 대만과 비슷한 듯 살짝 다르다. 슬램덩크가 1위, 포켓몬고가 3위,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이 6위, 기적뮤가 8위, 펍지모바일이 9위를 기록 중이며, 그 아래로 가디언테일즈와 마블퓨처파이터, 랜덤다이스 등의 한국 타이틀이 보인다. 구글스토어는 한국 타이틀이 전멸이다. 탑10권에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리니지M이 먹히던 대만 시장과 또 다른 형국이다. 1위가 슬램덩크, 2위가 프린세스커넥트 리다이브, 3위가 붕괴3rd, 6위가 명일방주, 10위가 펍지모바일이다. 

홍콩 시장은 인구나 규모 면에서 작은 시장임에도 마카오, 대만 등과 언어와 문화는 다르나 동일시장으로 인식되며, 유료 콘텐츠 소비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높은 ARPU를 보이며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최근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이자 테스트베드로 사용할 수 있다. 

 

홍콩 및 마카오의 게임 시장 규모에 대한 자료는 찾기 쉽지 않다. 중화권 시장으로 합쳐서 발표할 때가 많다. 2014년에 발표된 앱스아시아 모바일게임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만이 월 2000만불 규모일 때, 홍콩은 1200만불, 싱가폴은 710만불을 기록했다. 각각 구글 순위는 5위, 8위, 14위로 결코 낮지 않은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벌써 6년전 자료이니 이미 수치는 의미가 없을 수 있으니, 3개 나라의 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중국 시장 진출은 어렵지만 중화권에서 서비스를 하면 중국 본토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다. 중국통인 정두일 대표는, 글로벌에서 좋은 성과가 났던 게임 하나를 예로 들면서 대 중국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상적으로 중국에서 서비스하던 게임이 퍼블리셔와의 계약이 종료가 되자 서버를 홍콩 마카오에 두고 대륙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 결재도 중국의 다양한 결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우회 루트를 만들어준 것인데, 중국 퍼블리셔가 막바지에 서비스했을 때보다 더 큰 매출이 발생했다는 것. 

한한령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중국 정부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을 결코 곱지가 않다. 8월 12일 서비스가 예정되어 있던 던파 모바일도 정부 시책과 관련이 있다.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하느라 몇 달 전부터 예고해온 서비스 일정을 연기해야 했던 것. 중국 정보는 최근 ‘아동 및 청소년의 근시 예방과 통제 실행 계획’을 내놨다. 청소년의 눈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등 갈수록 제한이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시진핑이 방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게임주의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이제 그만 기다려도 될 것 같다. 다 합치면 중국의 절반 정도 되는 대만/홍콩/싱가폴/마카오 등 중화권 시장이 남아 있기 때문. 모두가 중국만 쳐다보면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릴 때, 중화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