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직 여비서가 서울경찰청에 '성추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심적 압박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시장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 단체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3명이 됐다.
10일 경찰은 브리핑에서 "7월 8일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박 시장은 9일 가족에게 유언을 남기고 집을 나선 후 10일 새벽 0시1분경 북악산 삼청각과 숙정문 중간 지점에서 발견됐다.
박 시장의 비서 A씨는 전날 변호사와 함께 경찰을 찾아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박 시장은 여권의 유력 잠룡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번 사태의 정치 사회적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까지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성 추문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앞서 21대 총선 직후인 4월 23일 오거돈 전 시장은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전격 사퇴했다.

부산지검은 5월 28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부산지법이 이를 기각하면서 오 전 시장은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오 전 시장의 발표 전까지 해당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성추행이 총선 전에 발생했던데다, 부산시가 4월 초부터 피해자와 오 전 시장의 사퇴 시점을 조율해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당 지도부가 미리 인지하지 않았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던 2018년 3월에는 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안희정 전 지사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면서 안 전 지사는 '권력형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며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민주당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를 잃게 됐다. 이번에 박 시장 마저 성추행 의혹이 터지면서 차기 대권주자가 또 1명 사라진 것이다.

안 전 지사는 작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을 받아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민병두 전 의원도 안 전 지사와 비슷한 시기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당의 만류로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과거 대학생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둘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총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은 미투 홍역을 치렀다.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는 지난 2월 옛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당을 떠나야 했다.
잇단 미투 사건에 연루되면서 민주당이 '성추행당' '성폭행당' 등 오명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