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21세기 기후…‘복합적 사건’으로 피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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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품다] 21세기 기후…‘복합적 사건’으로 피해 ‘급증’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7.0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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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 전문가 참여해 ‘복합적 사건’에 대한 위험분석 서둘러야
2017년 큰 피해를 끼쳤던 허리케인 '마리아'.[사진=NASA/GSFC/Joshua Stevens]
2017년 큰 피해를 끼쳤던 허리케인 '마리아'.[사진=NASA/GSFC/Joshua Stevens]

21세기 기후는 ‘복합적 사건’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복합적 사건은 단일 사건보다 그 파괴력이 크고 그만큼 피해 규모는 점점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근 폭우, 폭염, 폭풍 등 기후 현상이 일어나면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가뭄과 산불, 폭우와 홍수, 폭풍과 전염병 등 단일 요소가 아닌 ‘복합적 요소’가 뭉쳐지면서 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복합적이고 연결된 사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단일 사건 분석으로는 21세기 변화무쌍한 이상기후에 대한 위험도를 평가할 수 없고 당연히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지난 5월 발생한 태풍 ‘봉퐁(Vongfong)’은 필리핀을 가로지르면서 큰 손해를 끼쳤다. 사이클론 암판(Amphan)은 동인도와 방글라데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봉퐁과 암판 등 열대성 폭풍은 폭풍 해일, 강한 바람, 폭우를 동반했다. 코로나19(COVID-19)로 가뜩이나 피해를 보고 있던 지역에 ‘설상가상’ 이중 고통을 가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대피소에 충분한 인원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21세기 기후는 단일 사건이 아닌 복합적 사건으로 악화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기후전문가 분석만으로는 복합적 사건에 대한 대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복합적 사건과 함께 ‘연결된 사건’도 21세기 이상기후의 전형적 특징이다. 2017년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Harvey)’와 ‘마리아(Maria)’를 예로 들 수 있다. 하비와 마리아는 한 달 간격으로 대서양에서 발생했다. 언뜻 보기에는 두 허리케인은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비상 대응 인프라에 있었다. 하비는 미국 텍사스주의 일부 지역을 침수시켰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도움이 필요했다. 몇 주 후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하자 FEMA의 자원은 고갈된 상태였다. 재난 지역에 지원하고 싶어도 여력이 되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콜린 레이먼드(Colin Raymond)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연결되고 복합적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고 협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정 국가에 발생한 기후와 관련된 ‘연결되고 복합적 사건’은 단지 해당 국가의 피해에 머물지 않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2018년 유럽으로 되돌아가 본다, 당시 유럽은 춥고 습한 초기 봄이 계속됐다. 평년과 달랐다. 이는 겨울 곡물 재배에 영향을 끼쳤다. 봄 곡물 성장이 방해를 받았다. 이어진 여름은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봄과 여름에 찾아온 이상기후로 농업 분야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유럽연합의 밀과 보리 가격은 30% 상승했다. 전 세계 곡물 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이다.

앞으로 이상기후는 ‘단일 사건’보다는 ‘복합 사건’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홍수, 산불, 폭염과 가뭄은 여러 공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호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엔 코로나19에서 보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신종 감염병 위험까지 보태지고 있다. 북극의 영구 동토층 등이 녹으면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인류가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가 퍼질 것이란 경고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20세기와 다른 21세기 기후에 대해 이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기후 특징은 변했는데 위험분석 시스템은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 전문매체 네이처 지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단일 사건으로만 어떤 현상을 파악하면 잠재적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며 “복합적 사건으로 발생하고 있는 최근 기후 현상에 대해 기후 과학자, 엔지니어, 사회 과학자는 물론 여러 관계자가 함께 참여해 분석하고 진단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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