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이어 이웅열, 구속영장 기각...재계와 만나면 '연전연패' 검찰 "무리한 수사" 대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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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이어 이웅열, 구속영장 기각...재계와 만나면 '연전연패' 검찰 "무리한 수사" 대두되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7.01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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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액 세포 성격 인지 경위 등 소명 불충분"
이웅열 "죄송합니다" 짧게 답변
검찰, 보강 수사 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결정
코오롱그룹 일단 안도의 한 숨
구속영장 청구 남발, 신중해야...장기 투자 위축 우려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관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검찰은 핵심 피의자인 이 전 회장에 대한 신병확보에 실패하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보강 수사 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이 전 회장도 구속영장 기각됨에 따라 재계 총수에 대한 수사에서 잇단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검찰의 위기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30일)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이 전 회장과 다른 임직원들이 인보사 2액 세포의 정확한 성격을 인지하게 된 경위 및 시점 등에 관해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1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피의자 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3상 임상시험 관련 결정을 투자자 등에게 전달하면서 정보의 전체 맥락에 변경을 가하였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 경과 및 신병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피의자의 지위나 추가로 제기된 혐의사실을 고려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코오롱 측은 인보사 주성분을 허위로 표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따내고 허위 자료를 근거로 인보사 개발업체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에 상장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코오롱그룹은 일단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됐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5일 이 전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알려진 후 입장문을 통해 “FDA의 최근 인보사 임상 3상 재개 결정으로 신약개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이번 조치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미국 임상시험이 중단되고 2액 주성분이 신장유래세포인 사실을 숨긴 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2천억원 상당의 청약대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창수 부장검사)는 앞서 이우석(63)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 6명을 약사법·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성분 허위표시와 상장 사기 등 제기된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보고 지난달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넷째 아이'라고 부르며 1990년대 후반부터 개발에 공을 들였다. 성분 의혹이 제기되기 넉 달 전인 2018년 11월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지주회사인 코오롱 지분 51.65%와 코오롱티슈진 지분 17.80%를 보유하고 있다.

전날 오전 9시 10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믿고 구매한 환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한 뒤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심사는 오전 9시 30분께 시작해 오후 5시 50분께까지 8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인보사를 믿고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할 말이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밖에 인보사와 관련해 '최종 승인권자인데 성분 조작 등을 모르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전 회장은 심사를 마친 뒤 오후 6시쯤 법원을 나왔다. 

이 전 회장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는지' '불구속 필요성을 어떻게 소명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재판(영장심사)을 받았다"라고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이날 심사에는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인 김현석 변호사(54·사법연수원 20기)를 포함한 변호인단이 검찰과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검찰 수사단계에서 검찰 출신 전관으로 구성된 법무법인 다전에 변호를 맡겼던 이 전 회장은 영장 심사를 앞두고 김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대법관의 최종 판단을 돕기 위한 상고심 사건 연구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로, 그만큼 법리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는 지난 18일 지난해 6월 수사에 착수한지 1년여만에 이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이튿날 새벽까지 약 18시간 동안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 성분 등 허위표시 및 상장사기 의혹을 받는다. 이 전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Δ약사법 위반 Δ사기 Δ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부정거래·시세조종 Δ배임증재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세포변경 사실을 알고도 인보사 허가를 받고, 이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이 2018년 11월 450억원대 퇴직금을 받고 돌연 사임한 시기도 미국 임상 3상이 추진됐던 시점과 겹친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 전 회장의 영장 기각으로 1년여간 이어진 검찰 수사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 등을 압수수색 하면서 인보사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끝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었지만, 막판 핵심 피의자의 신병확보에 실패하며 제동이 걸렸다.

수사팀은 보강 수사 후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데 이어 이 전 회장도 기각되는 잇단 패배에 직면해 위기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장 기각 사유는 '구속 필요성에 대해 소명 부족'이었다.

재계에서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사업은 대부분 총수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사건건 총수 구속 카드를 내밀면 어느 누가 장기 투자에 나서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도주의 우려가 없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잇따른 구속영장 청구가 앞으로 다른 기업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구속영장 청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개혁이 화두로 대두된 가운데 재계 총수급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부각될 수 있다"며 "구속영장을 남발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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