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무책임’ ‘무합의… ‘3無’로 사용후핵연료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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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무책임’ ‘무합의… ‘3無’로 사용후핵연료 ‘안갯속’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6.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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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의사 밝힌 정정화 위원장 "산업부 책임 크다"
재검토위원장 사퇴, 위원 15명 중 10명 남아… 2명도 사퇴 고민
산업부 “나머지 인원 중 위원장 뽑아 공론화 논의 계속할 것”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위원들의 줄사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반쪽 위원회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5월 출범 시작부터 위원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재검토위원회가 요식행위라는 비판 속에 파행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사퇴 의견을 밝힌 재검토위원장과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파행의 책임을 서로 미루기에 급급했다. 위원장이 남긴 제안에 대한 산업부의 입장도 기존과 다르지 않는 등 평행선을 달리면서 앞으로 합의점을 찾기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은 26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위원장은 재검토위원회를 실패했다고 규정하면서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제대로 된 재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퇴를 결정한 정 위원장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산업부는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대로 반쪽 공론화를 강행한다면 뒤따르는 모든 책임이 산업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무관심하다보니 제대로 된 공론화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었다. 

정 위원장은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판을 잘못 짰다’며 일차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재검토위를 구성할 때부터 원전 소재 지역 주민과 탈핵시민단체 등 이해 당사자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산업부가 이해 당사자가 들어오면 공론화 진척이 어렵다고 보고 중립적 인사로 재검토위를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해당사자 배제 문제는 재검토위 출범 때부터 영광, 울진, 경주 등 원전이 있는 지역 주민들과 탈핵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이해 당사자 측은 준비단 위원 15명 중 지역대표 5인과 시민·환경단체 3인이 포함돼야 한다는 안을 놓고 산업부와 가합의까지 이뤄놓고, 이를 산업부가 번복했다고 주장해 왔다.

정 위원장은 지난 24일 있었던 재검토위 정기 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공론화 전면 중단을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9명의 위원 중 6명은 공론화를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저를 포함한 나머지 3명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면서 “저와 의견을 같이 한 나머지 2분도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중립 인사 15명으로 출범한 재검토위는 그해 12월 4명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현재는 11명만 활동하고 있다. 정 위원장이 사퇴하면 10명만 남게 되는데, 나머지 2명마저 사퇴하게 될 경우 8명이 돼 사실상 반쪽짜리 위원회가 된다.

정 위원장은 자신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배경도 설명했다. 지난 4월 경주 월성원전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증설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시민참여단 구성을 위한 설문 문항을 재검토위 차원에서 만들었는데, 지역실행기구가 재검토위와 상의도 없이 설문 문항을 모두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본적 취지를 훼손하는 쪽으로 설문 문항을 바꾼 것을 보고 사퇴를 결심했다"면서 “지역실행위원회의 공정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나머지 재검토위 위원 가운데 호선을 통해 새 위원장을 선출, 공론화 논의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정 위원장의 사퇴 기자회견문에 대해 “그동안 국민과 원전 지역 주민 의견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추진해 온 노력이 시민사회계 불참을 이유로 ‘불공정’, ‘반쪽 공론화’라고 평가받은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앞으로도 위원회 의견수렴 과정이 계획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보다 수용성이 높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의견수렴 과정에 시민사회계가 대승적 참여와 협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위원장이 제안한 ▲이해당사자 참여 ▲재검토위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기구로 추진 등 방안에 대해서는 난색을 나타냈다.

재검토위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사례를 참조해 중립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기존 입장을 지켰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상 산업부 장관이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고, 위원회 기능과 활동기한은 산업부 장관 소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산업부는 “탈핵 시민사회계의 적극 참여를 희망한다”며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토론장 밖에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재검토위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당장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논의도 힘들어졌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맥스터가 포화되기 전인 8월 중 착공해야 하는데, 논의가 지연되면 월성원전 2~4호기를 멈춰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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